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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온종일 돌봄’ 기본 방향·가치 국민적 합의 필요

‘온종일 돌봄’ 기본 방향·가치 국민적 합의 필요

글_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온종일 돌봄 정책은 여타 교육복지정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프로그램 또는 내용 지원 중심의 정책이기보다는 초등학교 방과 후에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빈틈없는 돌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지역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즉,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추진이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가 서로 연계·협력하여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초등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에 방점이 있는 것이다.


  온종일 돌봄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이 중심이 되어서 지역 특성에 맞는 돌봄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중심의 지역 내 돌봄 컨트롤타워 구축, 지역의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조례 제정, 돌봄공간 확보 등을 통해 학교와 마을이 함께 돌봄 생태계를 구축하는 온종일 돌봄 생태계 구축 선도사업도 이의 일환이다.


  그러나 여전히 온종일 돌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관련 주체는 물론 수요자 간에는 ‘온종일 돌봄이 교육인가 복지인가’, ‘온종일 돌봄의 핵심가치가 안전한 보살핌인가 교육활동의 연장인가’, 이에 맞물러 ‘온종일 돌봄의 주체는 학교인가 일반 지자체인가 또는 가정인가’ 등에 대한 혼란과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이 분리되어 있는 지방교육자치제도 특성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온종일 돌봄의 기본 방향 및 가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온종일 돌봄 정책이 표방하고 있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협력하여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발전적인 과제를 해외 방과후돌봄 정책 현황 및 특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온종일 돌봄 정책의 비전 및 가치 공유
  해외 각국의 방과후돌봄 정책은 자국의 고유한 정책적 배경과 교육 및 사회보장체제의 영향을 통해 특색 있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방과후돌봄 정책은 범죄로부터의 아동보호 및 안전 확보를 위해 시작하였으나 최근에는 기초학력 보강, STEM교육 등 학력보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방과후돌봄과 같은 안전한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정책적 배려 대상이 대체로 이주배경의 아동 및 청소년이며, 이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통합을 위한 언어교육과 문화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핀란드와 스웨덴, 일본의 경우는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한 맞벌이 가정의 돌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 방과후돌봄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사회복지이념에 따라서 부모와 가정의 양육지원을 강조하는 것에 더하여 놀이와 휴식, 여가시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방과후돌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같은 각국의 방과후돌봄 정책의 기본 방향은 해당 국가의 역사와 전통, 가치관은 물론 각국의 사회 체제를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국민들이 합의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온종일 돌봄 정책의 목표는 모든 아이가 행복한 돌봄 서비스 제공이다. 이로써는 온종일 돌봄 정책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온종일 돌봄 정책의 비전이 방과 후에 초등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인지,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습활동에 방점을 둘 것인지, 여가시간을 활용한 특기적성활동에 방점을 둘 것인지, 혹은 이를 아우르는 것인지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돌봄 주체  간 명확한 역할정립에 기반 연계·협력

돌봄 주체

▶ 대한민국 : 각 정부부처와 지자체 상호연계·협력
▶ 미국, 핀란드, 스웨덴 : (중앙) 국가 수준의 비전 수립, 예산확보, 배분 담당 (지방자치단체, 기초지방자치단체) 추진 체계 중심축 담당


  우리나라의 초등돌봄 서비스는 다양한 명칭과 프로그램으로 각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칸막이 방식으로 운영해왔으며, 온종일 돌봄 정책을 통해 상호연계·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사실상 연계보다는 중복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주체 간 역할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미국,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는 국가 수준의 비전 수립과 예산확보 및 배분은 중앙차원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실제 추진체제의 중심은 지방자치단체 특히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우리도 중앙정부 내 온종일 돌봄 정책 추진체계를 일원화하고 그 기반 위에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자체적인 돌봄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한편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통합되어 있는 핀란드, 일본 등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분리되어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역할뿐만 아니라 학교 안과 학교 밖의 역할에 대한 복잡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학교와 학교 밖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학교 밖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면, 미국은 학교와 학교 밖의 구분을 지양하면서 학교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에 대한 기대와 가치가 높고 기존에 초등돌봄교실 등을 통해서 학교가 돌봄 생태계의 중심에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역할 정립과 이를 토대로 한 연계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방과후아동클럽(후생노동성 관리)과 방과후아동교실(문부과학성 관리)의 일체형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방과후아동클럽과 방과후아동교실의 운영을 모두 학교공간을 활용하면서 프로그램과 시설, 인력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모델이다. 또한 학교공간을 활용하더라도 학교의 교사가 방과후돌봄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지역사회 주민과 자원봉사자 등이 지자체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는 학교공간을 활용하여 지자체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종일 돌봄 생태계 구축 모델 발굴 및 확산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일본의 방과후돌봄 사례

▶ 방과후아동클럽(후생노동성 관리)과 방과후아동교실(문부과학성관리)의 일체형
▶ 방과후아동클럽, 방과후아동교실모두 학교공간 활용
▶ 교사의 방과후돌봄 관여는 선택 사항이며 프로그램과 시설, 인력을 적극 공유하는 모델(지역사회주민, 자원봉사자 등 지자체 연계)

 

 

단일 법체계 정비를 통한 정책의 실효성 확보
  온종일 돌봄체계가 일관되고 연계성 있게 구축되고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관련된 정책 및 사업이 가급적 단일한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우리의 온종일 돌봄 관련 법제는 교육 관련 법제보다는 복지 관련 법제(「아동복지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청소년기본법」 등)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바, 장기적으로는 단일 법률 하에 통일된 법제로의 정비가 있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교육 관련 법률 속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체제가 잘 갖추어진 핀란드, 스웨덴 같은 소위 북유럽 국가의 경우에도 방과후돌봄과 관련된 교육복지 영역은 교육 관계 법령 중심으로 정비되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교육을 학습과 발달뿐만 아니라 돌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아 교육시스템 자체를 하나의 공적 돌봄 기능을 담당하는 주체로 인식하면서 교육 관계 법령에 방과후돌봄에 대한 근거 조항을 두고 있다.


  또한 「아동복지법」과 「사회교육법」으로 나뉘어 있던 근거 법제를 ‘방과후아동종합계획’에 따라서 「아동·육아지원법」으로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서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해외 각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의 경우도 「교육기본법」의 한 조항으로 온종일 돌봄을 포함한 교육복지 및 지역사회 연계 교육 방안이 새로 규정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장기적으로 교육 관련 법제와 복지 관련 법제가 통합되어 단일한 법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법적 정비는 온종일 돌봄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기본적인 지침으로 작용하면서 운영의 주체, 제공되는 서비스 및 프로그램의 내용, 인적·물적 자원의 활용에 큰 영향을 주어 그 실효성이 강화될 수 있다.

 

 

온종일 돌봄 서비스의 질 제고 및 내실화
  온종일 돌봄 정책이 초등돌봄 서비스의 양적인 확대를 지향하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초등돌봄 서비스의 질적 향상 및 내실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온종일 돌봄 수요자들은 안전한 보호 등의 단순한 돌봄보다는 질 높은 환경에서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받기를 원하고 있다. 아동의 전인적인 성장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아동의 요구와 필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핀란드의 사례, 놀이와 휴식을 중심으로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스웨덴의 사례, 결핍된 문화적 경험의 충족을 통해 사회통합에 기여하고자 하는 독일의 사례, 체험을 강조하면서 지역 평생학습과의 연계를 강조하는 일본의 사례, STEM 등 학교 교육과정의 연장이 아닌 확장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 등을 통해서 방과후돌봄이 단순한 안전과 보호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온종일 돌봄의 질 제고 및 내실화 측면에서 우리의 온종일 돌봄도 해외 각국의 지향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겠다.

 본 원고는 “이희현 외(2019).해외 방과후돌봄 정책 사례 분석. 한국교육개발원 (2019년 4월 발간 예정)” 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재정리한 것임을 밝힘.
미국, 독일, 핀란드, 스웨덴, 일본의 방과후돌봄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는 해당 자료를 참고하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