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제6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박람회 늘 배움으로 여는 새로운 삶

글_ 편집실


  “두 번째 인생, 참 살맛납니다.” 

  올해 환갑을 맞이한 김만식(60) 어르신. 그에겐 2년 전부터 ‘전래놀이터 활동가’라는 직함(?)이 새로 생겼다. 평생학습센터에서 배운 전래놀이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놀이에 얽힌 재미난 지역문화를 설명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5년 전 충북 단양으로 귀촌한 이후, 전래놀이터 활동가로 봉사에 나서고 있어요. ‘선생님’ 소리도 듣고, 젊어지는 것 같아 여러모로 좋네요. 심심할 새가 없어요.” 

  충북 단양평생학습센터는 민속문화재 죽령산신당과 연계된 다자구 할머니 설화를 바탕으로 전래놀이, 책놀이 등을 개발하고, 지역주민 대상으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정 과정을 수료한 이후에는 활동가로서 지역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어르신은 “배움으로 새 인생을 산다.”며 환하게 웃는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배움 열정 가득 

  지난 10월 25일(목)부터 27일(토)까지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6회 대한민국 평생학습 박람회’는 전국에서 모인 평생학습인들의 축제장이었다. 전국 지자체와 대학, 평생학습기관, 공공기관, 마을기업 등 318개 기관에서 723개에 달하는 다양한 체험·전시부스를 운영하고, 평생학습 국제세미나, 평생학습 강의경연대회, 평생학습 동아리 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줄을 이었다. 또한, 현대무용가 정진우, 코미디언 김원효, 작가 요조 등 유명인들의 인문학 강연이 열려 높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올해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부산광역시, 국가평생학습진흥원이 주관한 가운데 ‘평생학습, 사람을 빛나게 하다!’는 주제로 평생학습의 그간 성과를 공유하고, 평생학습 참여 동기를 일깨우는 행사로 치러졌다. 2012년 대전에서 시작된 이후, 2016년 5회째부터 2년 주기로 변경되며 열린 첫 번째 행사로 관심이 더욱 뜨거웠다. 


제15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수상자 기념촬영


제6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박람회 개막식


  박람회 체험부스


  

여수 여도중 학부모 동아리 ‘쪽빛하늘


  교육부·국가평생학습진흥원 전시 부스


  박람회 현장은 배움의 열기로 가득했다. 전남 홍보관 한쪽에 자리한 ‘쪽빛하늘 동아리’. 여수 여도중 학부모들로 구성된 이 동아리는 김해호 교사 주도로 염색 과정을 배운다. 김 교사는 “27년째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염색을 배우면서 매력을 느끼다가 학부모를 위한 염색 동아리를 만들었다. 2년 전부터 시작해 2주에 한 번씩 모이는데, 2기까지 26명이 함께 하고 있다.”며 “스카프 등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염색 과정을 배우며 매우 즐거워하신다. 만족도가 높고, 여기서 염색을 배워 공방을 하는 분도 있다.”며 뿌듯해했다. 

  강원 철원군은 농촌 어르신들을 위한 ‘짚풀공예 마을’을 운영 중이다. 수강생 평균 연령은 65세 이상. 사라져가는 옛 전통을 살리고, 농한기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시작된 짚풀공예 프로그램은 이젠 지역의 이색 체험 관광과 볼거리로 거듭났다. 박종찬 짚풀공예가는 “어르신들은 어릴 때 추억이 있다. 쉽게 배울 수 있어서 다들 즐거워한다.”고 말한다. 



지자체별로 특색 프로그램 운영 

  반면, 경기 동두천시는 평생학습동아리 ‘예술야학 도란도란’을 선보였다. 황토를 활용한 호박스탠드 만들기 체험부스를 운영한 도란도란 수강생 지역민들. 아트공방을 운영하는 김옥의 조각가는 “지역 예술가 10여 명이 대부분 재능기부로 참여하고 있다. 황토를 이용한 예술체험은 정신적인 ‘농사’를 짓는 일”이라며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고 웃는다. 

  대학의 평생교육대학원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늘었다. 부산대 평생교육대학원에서 조향사 과정을 배우고 있는 신혜경(45·부산) 씨는 “배움을 통해 자기계발의 기회를 얻고 있다. 민화를 배우다가 이번에 조향사 과정이 새롭게 생겨 배우게 됐다.”며 “평생교육대학원은 사설학원보다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최근 다양한 과정들이 개설돼 좋다.”고 말한다. 

  평생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별로 특화된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경기 부천은 직장인이 퇴근 후 쉽게 들를 수 있는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소 인근을 학습공간으로 지정한 ‘퇴근학습길’을 통해 자기계발과 힐링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19개소에서 43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2016년 시작한 이래 참여자 만족도가 97.2%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서울 구로구는 지역 인구의 11%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민의 자립을 돕는 ‘다문화 명예 통장’과 구로공단 소재지이자 노동운동의 메카로서 상징성을 발전시켜 ‘내 삶을 바꾸는 워라밸 콘퍼런스’, ‘구로 내비게이터 양성 과정’ 등 이색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 외에도 울산은 재능과 노하우를 보유한 지역주민이 단계별(기본, 전문스킬업, 보수)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우리동네 지식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풀(pool)을 마련, 맞춤형 교육과정을 평생학습형 일자리 사업과 연계한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청주의 ‘딩동! 찾아가는 평생학습’, 대전의 ‘배달강좌제’ 등 교육기관 접근이 어려운 도서벽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과거보다 다양한 분야의 자발적 학습모임이 생겨나고, 이들의 배움이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또한, 지역주민이 나서서 설립·운영하는 마을기업의 활성화와 이를 토대로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현장도 엿볼 수 있었다. 


 충북 단양 전래놀이터 활동가


서울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전시한 부스


평생학습 참여자들이 운영하는 체험 부스 



제15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수상 

“배움으로 이룬 삶, 아이들에겐 희망이 됩니다” 


대상 박진관 씨

  ‘개간하는 자에게 황무지 없듯 노력하는 자에게 헛수고 없다’ 

  제15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에서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박진관(56) 씨. 그가 건넨 명함에 적힌 글귀는 그의 삶을 오롯이 대변한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공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배관기술을 배워 건설 현장에서 일찍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20대에 국가기술자격 기능사 1급 자격증 3개를 취득하고, 기능대학 야간부에 진학해 배관기능장도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학위를 받고, 공학박사를 받기까지 학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지금은 건축설비직종 최초의 대한민국 명장이자 건설사업관리(CM) 회사의 임직원으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배움은 끝이 없습니다. 더욱이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국가 지원도 다양하고요.. 요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대학 간판만 보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야죠.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요? 제 삶이 그럴 수 있다는 증거 아닌가요?” 

  그는 대학 진학 일변도의 입시지옥에서 자신의 삶이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대학 간판 없이 꿈을 이룬 자신의 삶 자체가 아이와 학부모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망설임 없이 같은 선택을 하겠다는 그는 이제 자신의 경험과 학습 결과를 나누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모교 후배들을 위한 진로지도와 장학금 전달 외에도 소외계층 초·중·고 학생 대상 진로지도, 영세 건설업체에 대한 기술 지원과 집수리 봉사활동 등에도 앞장서고 있다. “70개교 3만여 명의 학생들과 만났다. 앞으로 학부모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하고 싶다.”는 그는 “배움은 즐거움이고, 나눔을 통해 완성된다.”고 말한다. 



우수상 광주광역시 북구 ‘인생배움터 무릎학교’ 


  ‘인생배움터 무릎학교’는 광주 북구청이 2015년부터 시작한 특성화 사업이다. 행복학습센터를 거점으로 배움을 환원하는 마을별 평생학습 플랫폼을 조성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학습형 일자리 연계사업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마을인문(전라도 사투리 인문학 과정, 할머니 이야기보따리 강사 양성 과정 등) △솜씨(엄마표 예술놀이 강사 양성 과정, 생활공방 디자이너 과정 등) △골목(토박이 골목기술 과정) △마을예술 캠퍼스(우리동네 예술홍보단 등) 4개 분야 사업을 추진한다. 



우수상 전라북도 군산시 ‘평생학습을 통한 군산원도심 재생사업’


  군산시가 추진한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는 평생학습을 통해 지역 주민의 애향심을 높이고 근대역사문화유산을 지키면서 경제 활성화를 끌어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관광 프로젝트에 주민들로 구성된 공동체 참여를 이끄는 한편, 도시재생대학 강좌, 군산 토박이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 등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아울러, ‘찾아가는 동네문화까페’를 통해 일상생활 주변 공간을 평생학습의 장으로 활용하여 골목상권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