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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신세였던 정보 수업의 반란 참여형 활동으로 지식·흥미 UP!

교육부·과기부 SW교육 선도학교 우수사례_경기 광명북중학교



글_ 양지선 기자


1 권은숙 교사와 정보영재학급 학생들


  경기 광명북중학교(교장 신운순)는 지난 2015년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SW) 교육 선도학교로 선정된 이후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SW교육 활동의 일환으로 정보영재학급도 2016년부터 4년째 운영 중이다. 보통 수학·과학영재학급 위주로 개설되는 경우가 많은데, 광명북중은 SW교육에 방점을 두면서 차별화하고 있다.

  정보 교육의 필요성은 점점 더 강조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교과 운영 방식이나 수업 내용 구성에 대해 아직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학교와 교사들이 많다. 광명북중만의 SW교육 운영 관련 특징과 강점은 무엇인지 소개한다.



매주 2시간, 시험 부담 없는 참여형 수업

  광명북중 1학년 학생들은 매주 두 시간씩 정보 수업을 듣는다. 지난해까지는 일주일에 한 시간만 수업이 진행됐지만, 올해부터는 두 배로 늘어 더욱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지게 됐다. 1학기는 정보 관련 기초 소양을 기르는 것을 중점으로 정보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주제로 토론 수업이 이뤄진다. 2학기에는 본격 실습으로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제작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1학년 학생들은 자유학년제가 적용되는 만큼 정보 교과도 마찬가지로 시험 없이 서술형으로 평가된다. 권은숙(정보) 교사는 “학생이 수업에 참여한 내용,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을 통해 어떤 산출물을 만들어내고 토론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작성한다.”며 “점수로 평가받는 시험 대신 활동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시험에 대한 부담 없이 정보 교육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광명북중의 컴퓨터실은 두 곳. 선도학교 예산을 통해 2016년 컴퓨터실 한 곳이 추가로 개설됐다. 아두이노, 마이크로비트, EV3 등 수업에 필요한 교구들도 지원을 받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2 SW교육에 사용되는 교구를 조립하는 모습



“장래희망 중 ‘정보 교과 선생님’ 볼 때 자부심”

  교과 시간 외에도 SW교육 관련 동아리, 영재학급, 특색 프로그램 등이 활발히 운영된다는 점이 광명북중의 특장점이다.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로는 RC카 제작 동아리를 비롯해 지난해에는 드론 제작 동아리를, 올해에는 스마트홈 제작 동아리를 운영한다. 학생 스스로 모집하는 자율동아리도 매년 두 팀 이상 권은숙 교사에게 지도교사를 요청해온다. 학생들이 SW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고, 더욱 탐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방과후수업으로 이뤄지는 정보영재학급은 교내 1~2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1주일에 두 번, 90분간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 과정은 학생들이 1년 동안 본인이 연구한 산출물을 구상하고 전국 30개 정보영재학급이 모이는 산출물경진대회에 참가해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광명북중에서는 지난해 중고등부 부문 금상과 은상을 모두 가져가는 성과를 거뒀다. 학생들의 흥미와 교사의 열정이 더해져 만들어진 값진 결과다.

  권 교사는 “중학교에 입학해 정보 교과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재미있고 신선하다고 평가할 때 교사로서 뿌듯하다. 특히 작년부터 영재학급에 지원하고 싶다거나, SW 관련 진로상담을 해오는 학생들이 늘어나 긍정적인 반응이 와닿았다. 학생이 쓴 장래희망 중 ‘정보 교과 선생님’이 있는 걸 보면 자부심이 생기고 마음이 찡하다.”고 말했다.



지역 연합 교육 캠프 등 특색 프로그램 눈길

  광명북중만의 특색 프로그램으로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코딩 교실’과 ‘광명 연합 SW 해커톤’ 캠프가 있다. 지난해 신입생과 학부모 15팀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딩 교실에서는 자녀를 따라온 학부모가 더욱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수업은 코딩을 통해 햄스터 로봇을 각각 공격수와 수비수로 설정하는 과정을 익힌 후 미니 축구 대회를 열어 함께 대결하는 형식. 학생과 학부모가 너 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정적으로 키보드를 누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생소한 코딩을 게임과 접목해 흥미를 유발한 것이 성공 포인트였다.

  본교 학생을 포함, 광명 지역 내 8개 중·고등학생 48명을 대상으로 운영한 ‘광명 연합 SW 해커톤’ 캠프에서는 SW교육이 생소한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은 코딩 교육용 교구인 마이크로비트, EV3, 햄스터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담당 교사의 강의를 통해 기초를 다졌고, 이후 팀별 프로젝트 수행과 발표까지 이뤄졌다.

  권 교사는 “SW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과 학부모도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에 SW교육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된 시간이어서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3 EV3를 활용한 영재학급 수업 시간

4 광명 연합 SW 해커톤 캠프 현장


“정보 교과 인식 부족…홍보 필요성 느껴”

  광명북중은 이제 SW교육 우수학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그 뒤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대부분의 중학교에서 정보 교과 담당 교사는 1~2명인 실정. 권 교사 역시 교내 유일한 정보 교사로서 SW교육을 주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교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었다고. 권 교사는 “학교에서는 아무래도 시험과 수능 위주로 교과가 편성이 되는데 정보는 여전히 배워도 그만, 안 배워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 시간에 학생들이 컴퓨터로 딴짓하고 노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응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우려와 걱정의 시선을 뒤집은 방법은 ‘홍보’였다. 컴퓨터실 앞에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제작한 결과물을 붙여놓은 것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과거·현재·미래까지 한 직업의 변화상, 일상생활 속 알고리즘 찾기, 꼭 알아야 하는 정보 윤리 등을 주제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꾸민 과제물을 전시해 주변 교사들로부터 “정보 시간에 이런 내용을 배우는 줄 몰랐다”, “요즘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이라는 반응을 이끌었다.

  권 교사는 “홍보의 필요성을 느낀 사건”이라며 웃음 지었다. 이어 “앞으로 교사연수 시 타 교과 선생님들께 정보 교과에 대해 많이 알려드리고, 학생들에게도 정보 관련 캠프나 체험학습 참가 안내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SW교육에 대한 흥미도를 꾸준히 높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여름방학 때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관내 초등학생들을 모아 영재학급 학생이 직접 선생님이 되어 SW 교육을 펼치는 이른바 ‘멘토링 캠프’다.

5 전국 산출물경진대회에서 쓴 발표 자료들

  권 교사는 “멘토링 캠프를 통해 학생들은 직접 배운 내용을 가르치면서 뿌듯함을 느끼게 되고, 지역사회에는 SW교육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INTERVIEW



광명북중 정보영재 4人 “SW교육 받고 진로 확신했어요”

  광명북중 3학년 김동건·김민준 학생과 2학년 곽정은·정수연 학생은 지난해 정보영재학급에 참여했다. 전국 산출물경진대회에서 김동건·김민준 학생은 ‘시각장애인용 도우미 로봇’으로 중고등부 금상을, 곽정은·정수연 학생은 ‘척추측만증 예방 의자’로 중고등부 은상을 받았다. 이들이 영재학급에 참여해 느낀 점은 무엇이었을까? 4명의 정보영재들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자.



원래 SW 관련 지식이 있었나요?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수상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은 그런 건 아니에요. 영재학급을 통해 지식을 쌓게 됐고, 산출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참여했죠.

  민준 초등학교 때 방과후수업에서 코딩 교육용 프로그램인 스크래치를 배웠어요. 지식이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SW에 관심이 있었고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영재학급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수연 산출물 제작 과정이요. 요즘에 청소년 척추측만증 문제가 많은데, 의자에 앉았을 때 목과 의자 사이 거리가 멀어지면 초음파센서가 이를 감지해 삐 소리를 내며 경고하는 것을 생각해냈어요.

  민준 저도 동건이와 시각장애인용 도우미 로봇을 제작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에 주제를 선정할 때 시각장애인이 앞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VR 기기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관련 아이디어를 생각해봤죠.

  동건 시각장애인들이 외출할 때 유용한 보행 도우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초음파센서를 이용해 장애물을 감지할 때 경고음이 울리고, 터치센서로 버튼을 누르면 휴대전화와 연동해 비상 연락도 가능한 산출물을 만들었죠.


혹시 수업 중 아쉬웠던 점이 있었나요?

  수연 산출물을 만들 때 초음파센서 거리가 정교하게 측정되지 않은 부분이 아쉬웠어요. 올해도 영재학급에 지원했는데 한층 발전된 산출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동건 EV3·마이크로비트 등 여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체험해보는 건 좋았지만, 한 가지를 확실하게 배우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영재학급 참여가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동건 영재학급에 참여하면서 진로를 확신하게 됐어요. 해커의 공격을 막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보안 전문가가 될 거예요.

  정은 저는 천문학자가 장래희망이에요. SW를 활용해 망원경이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고, 별의 위치도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거예요.

  민준 영재학급에 참여하면서 산출물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꼭 SW와 관련되지 않더라도 무언가 기획해서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직업에 흥미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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