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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4 - 폐교의 무한변신, 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로 탄생

글 _ 김혜진 객원기자 / 사진제공 _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지난해 개관한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는 폐교를 활용한 마을교육공동체의 모범사례 중 하나다. 개관 첫해, 울산지역의 초·중·고 학생과 마을주민 등 2만 5천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땡땡마을로도 불리는, 울산마을교육공동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폐교된 궁근정초 부지에 만들어진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는  마을주민들의 ‘놀이터’다.폐교된 궁근정초 부지에 만들어진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는 마을주민들의 ‘놀이터’다.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땡땡(ㅇㅇ)마을’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 자리한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이하 거점센터)는 마을주민들의 ‘놀이터’다. 가까이는 상북면과 언양읍, 주말에는 멀리 울산 시내에서도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몸놀이터(요가), 흙놀이터(도예), 나무놀이터(목공)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실마다 ‘놀이터’라는 문패가 달린 이곳에 지난해 약 2만 5천여 명의 체험객이 다녀갔다. 코로나19 거리 두기가 종료되는 올해는 이보다 늘어난 약 3만여 명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문을 연 거점센터는 ‘땡땡(ㅇㅇ)마을’이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불린다. 땡땡마을이라는 이름에는 거점센터의 역할을 하나의 특정성에 가두기보다는, 그 어떤 것도 가능한 마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학교 종이 땡땡땡’이라는 노랫말도 떠오르게 한다. 또 개관준비위원단이었던 학생들의 “학교 ‘땡땡이치고’ 싶을 때 찾아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달라”던 강력한 요청도 반영된 이름이다. 


폐교에서 마을교육공동체 모범사례로! 

“땡땡마을이 지향하는 슬로건이 ‘아이들과 어른들이 스스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마을 자치 배움터’입니다. 울산지역의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이곳에 거점센터 개관 준비를 위한 TF팀이 꾸려졌어요. 지난해 봄 개관하면서 울산시교육청과 학교, 마을을 이어주는 중간 거점 및 마을 활동 촉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설계되어 운영 중입니다.”

3년 전 TF팀 활동부터 참여해 온 거점센터 김미진 운영실장의 설명이다. 땡땡마을은 2016년 궁근정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울산시교육청에서 시설 활용을 위한 정책이 수립된 곳. 땡땡마을 개관 이전에는 미술 영역 중심의 체험센터 갤러리로 활용되었다. 3년간 운영 결과, 마을교육공동체로서의 역할에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였다. 학교라는 공간이 여전히 ‘섬’처럼 지역사회와 분리된 공간인 양 비추어진 것이다.

“마을의 아이들과 어르신들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의 교육 활동 확대가 필요했어요. 기획단계에서부터 마을의 목소리, 마을 사람들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센터의 활동내용을 정하게 되었죠.”

땡땡마을의 교육 활동 및 프로그램은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마을시민배움터 프로그램, 학교연계 체험프로그램, 청소년자치 배움터 등이다. 이 중에서 거점센터의 특색을 잘 살린 프로그램 중 하나는 ‘누구나 땡땡교실’이다. 마을 사람들의 재능 나눔으로 이뤄지는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이 교실의 선생님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미진 운영실장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배우는 음악줄넘기 교실의 강사는 두 명의 5학년 학생”이라면서 “알찬 수업 준비로 후배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라고 소개했다.


폐교된 궁근정초 부지에 만들어진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는  마을주민들의 ‘놀이터’다.폐교된 궁근정초 부지에 만들어진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는 마을주민들의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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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센터에는 학생연계 체험프로그램으로 한 ‘청소년자치배움터’ 등 3개의 영역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된다.  제과, 도예, 목공, 농사교실, 음악, 합창 등을  운영하는데, 매우 인기 있다. 거점센터에는 학생연계 체험프로그램으로 제과, 도예, 목공, 농사교실, 음악, 합창 등을 운영하는데, 매우 인기 있다.


거점센터의 자랑, ‘누구나 땡땡교실’

“‘누구나 땡땡교실’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주저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뜨개질 교실의 강사님도 그런 분이셨고요. 하지만 강의 참여를 결심하시자마자 도안과 깨알 같은 손글씨로 뜨개질 순서를 직접 써서 지도안을 제게 SNS로 보내주셨어요. 그렇게 마을의 젊은이들과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 10명이 모여 앉아 뜨개질 수업이 이뤄져요. 이제는 마을 어르신들이 삶의 경험을 통해 얻은 재능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에 그 누구보다 솔선하고 계십니다.”

‘누구나 땡땡교실’에서는 먼저 배운 사람이 다시 마을 선생님이 되기도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배움과 가르침의 즐거움이 계속해서 일어나게 된다며 김미진 실장은 자랑했다. 올해 봄학기도 ‘배움의 숲’ 프로그램 중 제과, 목공, 요가교실 등이 특히 인기가 높다. 인원을 무한정 수용할 수 없다 보니 추첨이 이뤄지기도 한다. 제과, 목공교실 등 모두 재료비만 본인 부담. 강사들 또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마을교사’로 참여한다. 낮에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시간에 나무놀이터에 온다는 한 참가자는 “이곳의 장비들이 개인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저렴하게 재료비만 내고도 고가의 장비를 맘껏 사용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라고 했다.

“이곳 상북면과 언양은 농촌지역이라 요가를 배울만한 곳이 딱히 없어요. 어르신들께 요가교실이 인기가 많은 이유죠. 요가교실은 저녁 7시에 열리지만, 6시 30분쯤이면 어르신들이 커뮤니티 공간에 일찌감치 나오셔서 담소를 나누며 대기하시곤 해요.”

거점센터를 개관하면서 시설 면에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곳이 센터 중앙에 카페처럼 들여놓은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곳에서 마을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일상적인 만남은 물론 영화, 공연, 소규모의 행사까지 진행된다. 공유카페가 무인으로 운영되며, 공유오피스도 개방돼 있다. 상북면 주민들의 마을자치실 역시 누구나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어른들은 출입이 제한되는, 지역 청소년들의 사적 공간인 ‘청소년 전용구역’도 열려 있다.


“학교 너머의 성공적인 사례로 인정받았어요!”

마을시민배움터 프로그램 못지않게 인기가 있는 강좌가 울산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생연계 체험 프로그램이다. 제과, 도예, 목공, 농사교실, 음악, 합창 등의 영역에서도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제과, 목공 등이 역시 어른들 강좌만큼 인기가 많다. 반딧불이 애벌레를 키워보는 ‘반디교실’에서는 지역에 사는 동물의 생태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해 보는 시간이다. ‘옛날옛적愛 교실’은 지역의 할아버지 선생님이 마을교사로 나서 땡땡마을 인근 가지산을 배경으로 전해져 오는 다양한 전설, 어르신들이 체득해온 삶의 지혜와 기술을 미래 세대에게 들려준다.

땡땡마을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 사례는 지난해 11월 국무조정실에서 주관한 ‘2021 생활SOC 공모전’에서 국무총리상인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사례로는 첫 번째 수상이다. 폐교 활용을 위해 지역민과 전문가, 교원이 함께 참여하고 이끌어온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미진 거점센터 운영실장은 “학교 너머의 교육활동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땡땡마을의 활동들이 공교육의 지원을 넘어서는 차원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의 의미가 더욱 크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미진 실장은 덧붙여 “기존에는 학교라는 공간이 학부모가 아니면 관계 맺기가 수월하지 않았다.”라면서 “지역의 폐교뿐만 아니라, 학교가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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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BOX |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땡땡마을은요?

  울산교육청 교육혁신과에서 운영하며,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센터 내 일꾼 7명과 21명의 마을교사, 그리고 마을의 시니어 자원봉사자 등 민·관·학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땡땡마을의 주요 체험 활동 프로그램은요?

  누구나 땡땡교실·평생학습 프로그램 등의 ‘마을시민배움터’, 초등학생 창의체험과 울산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체험 활동 등 ‘학교연계 체험 프로그램’, 상북면과 언양권 등 지역의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자치배움터’ 등 3개의 영역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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