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도를 지나친 학생·학부모 민원, 어떡하죠?

글  김서규 경기대 교육상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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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질문

  계속 민원을 넣는 부모와 아이 때문에 너무 지칩니다. 이 아이는 악기연주 수행평가 시간에 친구와 이야기를 할 뿐, 저의 거듭되는 연주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계속 그러면 ‘노력 요함’이라는 결과를 받는다고 했지만, 아랑곳없이 얘기만 하다가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1학기 말 성적표를 받아본 아이의 엄마가 ‘이 성적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아이가 억울해한다.’면서 이의를 제기했고요. 제가 자세히 설명했지만 계속 억울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2학기에는 ‘도저히 담임을 믿을 수 없으니 평가계획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그 후 아이는 상담 중에 ‘엄마가 선생님이 공정하지 않으니 이번 학년은 버리라고 했다.’ 하고, 교실에서 뛰다가 옷이 책상에 걸려서 찢어지자 ‘학교에서 책상 관리를 잘못한 거니까. 옷을 변상해야 한다.’라는 둥, 엄마의 입이 아이의 입이 되고 아이의 입이 엄마의 입이 되어 사사건건 저를 나쁜 사람으로 몰았습니다. 엄마는 계속 민원을 넣고, 저와 상담을 하면 몇 시간이고 따지는데, 주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꼬리를 잡는 언쟁으로 바뀝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원인은 에코 챔버(echo chamber) 현상 때문일 수 있다.

  선생님의 기억에 따르면, 아이와 문제가 생긴 최초 장면은 1학기 수행평가 시간인 것 같은데요.

  어머니가 1학기 성적표를 보고 ‘성적이 왜 이러니?’ 했을 때, 아이가 ‘억울하다.’라고 주장했고, 어머니는 아이의 일방적인 설명에 의해 ‘우리 애가 억울했구나.’ 하는 심증을 굳혔다면, 선생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 사람에 의해서 ‘담임은 불공정하다.’라는 평가를 받은 셈입니다. 동질의 사람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면 자기들이 보고 싶은 대로 보기 쉬운데, 이것을 에코 챔버 현상이라고 합니다.


첫째 해법은 듣기다.

  먼저 엄마의 말을 잘 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어느 대목에서 사실을 왜곡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애가 앞줄에 있는 친구에게 가사와 계명을 잊어서 알려달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떠드는 애 취급하다가 짜증을 냈다면서요. 우리 애는 누명 쓰고 기회도 뺏겼어요.’라고 하면 어디서 왜곡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아이가 오해했으면 이해를 구하시고, 선생님이 실수하셨으면 사과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학부모가 오해하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느라 학부모의 억울한 심정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러면 학부모도 자존심이 상해서 화를 내기 때문에 서로 나쁜 관계가 되기 쉽습니다.

  비록 선생님이 정당하더라도, 이처럼 이해를 구하는 자세로 어머니를 대하면 서로 체면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피차 좋게 끝낼 가능성이 커집니다.


둘째 해법은 공적 근거다.

  중요한 사건은 공적 일지에 기록(녹음·촬영 가능)하고, 학부형이 증거를 원할 때, 제시하면 피차 시비가 없어집니다. 예를 들어, ‘5월 3일, 음악 수행평가. 12번 장철수, 리코더 불기에서 앞 좌석 이은수와 3분간 잡담, 2회 주의 주었으나 불응하고 제한 시간 내 수행하지 않아서 노력 요함을 부여함.’이라는 기록을 제시하면 몇 시간씩 언쟁하지 않아도 됩니다.

  학부모가 수행평가 기준을 원하면 알려 드리고, 아이가 교실에서 책상에 걸려서 옷 찢긴 것을 배상해 달라고 하면, ‘책상 모서리에 옷이 걸려서 찢어진 것에 대한 배상 규정은 아직 없답니다.’라고 답함으로써 주관적인 말싸움을 피할 수 있습니다.



◦ 관계 유지의 말을 한다.

“이런 일로 통화하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제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태도는 성적을 바꿔주진 못해도, 관계를 망치진 않는다.

◦ 먼저 학부모의 항의를 들어본다.

“무엇이든 다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까지 들었다 하더라도 다시 한번 “혹시 다 못 하신 말씀이 있으면 한 번 더 말씀해 주세요.”라고 한다.

◦ 양승법(win-win method)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① 이해해 주기

“아드님은 떠든 게 아니라, 친구에게 가사와 계명을 물어본 거네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2번이나 떠들지 말라고 주의 주고, 제한 시간 내에 빨리 연주하라고 재촉했던 것 같네요.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② 선생님의 의견 제시

“그런데, 수행평가 시간에 남에게 물어보면 부정행위가 되고, 제한 시간에 연주하지 않으면 점수가 낮아집니다.”

③ 다시 이해해 주기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편하게 해드려서 거듭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