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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아이를 지도하는 방법

글  김서규 / 경기대 교육상담학과 겸임교수


 교사의 질문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마냥 엎드려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특히 원격수업 시간에는 아예 들어오지 않거나, 클릭만 해놓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니 더 힘들어요. 이런 아이들은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선생님, ‘책상에 엎드려 널브러진 아이들’은 이미 전국적인 문제입니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학생책임’으로 볼 수 있는 4가지 문제와 대책을 말씀드리겠으니, 교직 수행에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무기력한 아이들의 유형

01  학습된 무기력입니다.


  1964년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24마리의 개 실험을 통해서 노력했지만 실패한 사람에게 체념하는 습관이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매년 새마음을 먹고 출발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아이들이 ‘엄마, 전 도저히 안 되겠어요. 정말 죄송해요.’ 하고 교실 책상에서 널브러집니다. 이 아이들을 타박하기 전에, 착하고 기특한 마음으로 새출발했던 횟수를 세어보고 분투 끝에 꼬꾸라진 사연을 같이 살펴보면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대책  기존의 시도 중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진단하고, 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출발하도록 도와줄 멘토가 필요합니다.


02  공포증입니다.


  초등학교 때는 영재라는 말을 들었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성적, 시험 칠 때마다 어깨를 누르는 압박감, 부모님의 꾸중에 대한 두려움, 아무리 해도 안 외워지는 수식과 도표, 공부하라는 말은 수십번도 더 들었지만 더욱 격렬하게 놀고 싶은 마음…. 이런 걱정이 누적되면, 머리로는 공부하자고 다짐하지만 몸은 한사코 책을 피하는 공부 공포증에 걸립니다. 그래서 치료대상인데도 오히려 거짓말쟁이, 게으름뱅이, 뺀질이로 낙인찍히는 이차 피해에 시달립니다.

대책  트라우마 치료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해서 아이의 얼어붙은 심신을 풀어줄 심리치료사가 필요합니다. 그 후, 학습된 무기력을 풀어줄 학습 멘토가 필요합니다.


03  출발이 늦는 아이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꼼꼼하기 때문에 누군가 깨알 같은 지침을 내려주기 원합니다. 그때 의욕만 강조하시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그저 ‘열심히 해라.’ 하는 말씀만 하시면, 이런 아이들은 출발을 어려워하면서 꾸물거리다 뒤처집니다. 이 아이들은 일단 출발하면 중간과 끝맺음을 잘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책  계획을 짜서 첫걸음으로 옮기는 법을 함께할 플래너 멘토가 필요합니다.

04  공부 의욕이 없는 아이입니다.


  선생님과 부모님은 공부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일부 학생들은 공부에 흥미가 없습니다. 1983년 미국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가 사람에겐 공부에 대한 지능만 있는 게 아니라 다중 지능이 있다는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대인관계 지능이 발달한 아이는 학과 공부에 대한 지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부 외적 문제(가족, 실연, 따돌림 등)로 우울증에 걸린 아이들도 책상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리고 겉으로 보면 매우 정상이지만 학과 공부를 못하고, IQ는 정상이지만 학과성적이 하위 1/4에 속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이들을 학습부진아라 하는데, 이들은 뭉뚱그려 ‘공부 못하고 게으른 아이’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대책  아이의 적성을 발견하고 이끌어줄 진로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학습부진아는 지능검사로 이유를 파악하고,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해줄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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