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슬기로운 여름방학 보내는 방법

글  허승환 서울강일초등학교 교사



교사의 질문

  저도, 아이들도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여름방학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더 걱정이 많네요. 아이들이 안전하고 슬기롭게 여름방학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짧은 방학이지만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여름방학 과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ANSWER

  이제 곧 여름방학이 시작됩니다. 코로나 이전의 방학과 달리 평소 원격수업을 하던 생활과 방학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은 방학이라, 철저히 준비하고 맞이해야 합니다. 더욱 짧아진 방학이지만, 아이들이 집에서 원격수업을 하던 기간과는 다르게 여름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01 스스로 여름방학 계획 세우도록 지원하기

  원격수업 기간에 학력 격차가 더욱 심해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능력’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들의 수업 방해를 받지 않게 된 학생들은 오히려 더 많은 성취를 거둔 시간이었고, 자기주도 학습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제재 없이 원격수업은 대충하고 게임이나 유튜브 등에 빠졌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서울강일초 6학년(134명) 설문 결과, 가정에서 부모님이 원격수업을 매일 도와주는 비율은 14.2%뿐, 대부분의 아이들은 예전과 달리 궁금한 게 있어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제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방학을 앞두고 교사는 학생들이 이번 여름방학을 스스로 계획 세우고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마틴 셀리그만이 소개한 ‘학습된 무기력’은 피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체념이 학습되고 결국 상황을 충분히 피할 수 있어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원격수업을 통해 ‘성공’이라는 경험이나 ‘칭찬’이라는 글자를 마주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스스로 작은 성공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02 공부·건강·취미 습관 잡는 ‘방학 생활 다짐표’ 만들기

  자기주도 학습이 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처방은 ‘작은 목표’를 세워 ‘작은 성공’을 맛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방학 동안 거창한 목표보다 이룰 수 있는 작은 목표 하나를 꼭 세우게 하고, 조금씩 이전의 자신보다 나아지면 충분합니다.

  헬렌 니어링은 그녀의 저서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 “이 세상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것을 얻게 해주는 세 가지 습관이 있다. 일하는 습관,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 공부하는 습관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아이들은 일하지 않으니 대신 ‘삶을 즐기는 취미’ 습관을 넣어 ‘공부’와 ‘건강’, ‘취미’ 세 가지 습관을 매일 가지길 원했습니다. 여기에 우리 반이 함께 하는 방학 과제 하나를 더해 네 가지 과제를 8절 색지에 적도록 했습니다. 목표를 정할 때는 숫자를 넣게 해서 ‘매일 30분 줄넘기하기’, ‘수학 문제집 3쪽씩 풀기’ 등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방학 중 목표를 이룰 때마다 하단에 스티커를 붙이고 실천한 날짜를 적도록 했습니다. 스티커를 붙이며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03 이것만은 꼭! 가장 큰 목표를 이루는 ‘방학 생활 현수막’ 만들기

  방학 생활 다짐표와 별도로 아이들이 ‘이것만은 꼭 해내고 싶다’라는 목표를 한 가지 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늘 후회가 남는 방학이지만, 꼭 하고 싶은 것을 한 가지만 뽑도록 하는 것이죠(다만 ‘게임하기’ 등의 목표는 노력하지 않아도 가능하니 적지 않도록 했습니다).

  4절 색지를 가로로 절반 자른 후, 풀로 이어 붙입니다. 그런 후 학생들에게 이번 방학 동안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 한 가지를 정하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수막을 펼쳐 인증사진으로 약속합니다. 개학 날, 한명 한명에게 목표를 이루었는지 확인해주면 어떨까요? 목표를 이룬 후의 뿌듯함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것입니다.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의 목표를 들려드릴까요? 규연이는 유튜버가 꿈인 아이답게 ‘키네마스터로 영상 3편 만들기’, 책을 좋아하는 승연이는 ‘해리포터 전 시리즈 1번 더 읽기’라고 정했습니다. 그리고 개학 날, 멋지게 목표를 이뤘다고 자랑했죠. 스스로 정하고, 모두에게 공표해서 더욱 노력하는 여름방학이 될 거라 믿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