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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대한민국 교육과 우리의 미래 ③학습복합공간으로 거듭나는 학교

학교-지역사회 상생 이끄는 학교복합화시설


글_ 양지선 기자


① 신입생이 사라진 학교    ② 늘어나는 폐교, 마을 속으로    ③ 학습복합공간으로 거듭나는 학교    ④ 지방교육 재정의 혜안  
⑤ 교원수급은 이상 없나?



[화성시 동탄중앙초 부지에 건립된 학교복합화시설 ‘동탄중앙이음터’]

  학교 공간이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학교가 오로지 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학생 수 감소로 남는 교실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거나, 학교 부지 내에 지역사회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는 등 복합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민들에게 활짝 문을 연 학교는 소통의 장이 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북돋아 준다.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활용하는 학교복합화시설은 특히 학교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구도심 지역이나 학교 통폐합이 논의되는 농어촌 지역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늘고 있는데, 교내 여유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함으로써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진다면 학교와 지역사회의 상생을 돕는 길이 된다.

  학교복합화시설은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복합화 사업과도 맞물려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보육·복지·문화·체육시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인프라를 늘리기 위해 지역 특성과 여건에 맞는 시설 복합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생활 SOC 확충에 총 30조 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학교는 지역주민들에게 접근성도 좋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활용 가능한 공간이 늘고 있어 복합화 시설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처럼 학교가 교육공간을 넘어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이용하는 복합시설로 탈바꿈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국내 최초 학교복합화시설, 열린금호교육문화관


  열린금호교육문화관은 학교와 주민편익시설이 결합된 국내 최초의 학교복합화시설로, 서울 성동구 금호초등학교 부지에 건립됐다. 지난 2002년 개관한 이곳은 학교와 구청, 교육청의 합의로 총 사업비 224억 원을 들여 만들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이 금호초 부지와 학교시설 건축비를 지원했고, 성동구청이 투자해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탄생했다. 연면적 20,918㎡에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에는 수영장, 실내체육관, 헬스장, 에어로빅실, 피아노실, 공영주차장 등이 들어섰다. 현재 시설운영관리는 성동구청 도시관리공단에서 맡고 있다.

  금호초 학생들은 체육교과 시간에 실내체육관에서 수업을 듣는다. 학교 교사동과 실내체육관이 연결되는 출입구가 설치돼있어 외부이동 없이 바로 진입할 수 있다. 지하 1층에 있는 수영장에서는 4월부터 11월까지 생존수영 수업이 이뤄진다. 수영장을 찾아 멀리 이동할 필요 없어 편리하다.


학생-주민 간 동선 분리해 설계


  수업시간 이외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된다. 수영, 에어로빅, 필라테스 등의 스포츠강좌와 피아노, 외국어, 논술 NIE 등 문화강좌를 저렴한 가격에 수강할 수 있다. 영유아기부터 학생, 직장인, 주부 등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학교와 복합화시설, 공영주차장 출입구를 분리 설치해 학생과 이용주민 간에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

  오창현 열린금호교육문화관 센터장은 “월평균 3천 명의 주민이 시설을 이용한다. 거주지 근처이고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서비스와 가격 면에서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라며 “건물이 지어진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성동구청 도시관리공단에서 매년 개보수를 진행하고 있어 시설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6월 열린금호교육문화관을 찾아 학교복합화시설 활성화 방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 지역주민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유 부총리는 “학교시설복합화를 통해 학교가 학생들의 교육을 넘어 지역주민들의 평생교육 및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금호교육문화관 내 수영장에서 진행되는 생존수영 수업]


화성시, 학교-마을-주민 잇는 ‘이음터’ 조성


  학교복합화시설이 가장 활발하게 조성된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다. 화성시는 ‘이음터’라는 학교복합화시설 사업을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해왔다. 학교와 마을, 주민을 잇는 공간이라는 뜻의 이음터는 신도시 건설로 부족한 교육, 문화, 체육, 복지시설을 학교 안에 하나의 복합건물로 들여놓아 지역공동체의 중심공간 역할을 하는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화성시는 현재 세 곳의 이음터를 운영 중이다.

  가장 먼저 건립된 곳은 동탄중앙이음터로 동탄중앙초등학교 부지에 화성시가 214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었다. 연면적 10,392.92㎡에 지하 2층~지상 5층 건물에는 시립어린이집, 마을카페, GX실, 공동육아실, 도서관, ICT실, 요리스튜디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특히 ICT실은 동탄중앙이음터의 특화시설로, 교내에서 하기 힘든 메이커 교육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ICT 교육을 진행한다. 3D프린터와 VR 기기, 드론 등 다양한 장비가 갖춰져 있다.


[동탄중앙이음터 ICT실에서는 교내에서 하기 힘든 메이커 교육이 지원된다]



신도시에서는
도시 설계 단계부터
학교복합화시설을 건립해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올해만 두 곳 개관…2021년까지 총 7개소


  동탄중앙이음터에 이어 올해에는 두 개 이음터가 연이어 개관했다. 다원중학교 부지에 지어진 다원이음터와 송린중학교 부지의 송린이음터다. 두 곳은 각각 지난 5월과 8월에 문을 열었다.


  다원이음터는 시민들이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즐기는 복합예술공간이라는 콘셉트를 특징으로 한다. 매주 토요일 3층 소극장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영화를 보러올 수 있는 ‘난장판 마을극장’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4층 미디어창작소에서는 1인 미디어실과 사진스튜디오를 이용한 미디어 교육이 이뤄진다. ‘마을동아리’라는 주민모임 운영을 통해 이음터 공간 이용과 교육 활동이 지원되고, 주민 간 활발한 교류도 이끌고 있다.

  가장 최근 개관한 송린이음터는 3층의 공동육아나눔터 공간이 특징적이다. 공동육아나눔터는 이웃 간 자녀돌봄 품앗이를 구성해 육아부담을 덜어주고, 부모끼리 서로 육아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복지 서비스다. 송린이음터 내부에는 205㎡ 규모로 자유활동실, 블록방, 교육실, 장난감 대여실, 수유실 등이 구성돼 있다.

  이음터는 오는 2021년까지 4개소가 추가로 개설될 예정이다. 현재 건립이 확정된 부지는 동탄2신도시 지역이다. 이음터 부지 선정 기준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많은 지역주민들의 교육, 문화에 대한 욕구 충족을 위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가 이루어지는 신규 택지 내 학교 부지에 이음터를 우선 건립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광명시는 광명동초와 경기항공고의 학교시설복합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와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 9월 20일 열린 간담회에서 광명시 학교시설복합화에 대해 논의했다.]


가속도 붙는 학교시설복합화 추진 사업


  이처럼 신도시에서는 도시 설계 단계부터 학교복합화시설을 건립해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최근 개발이 마무리된 시흥시 배곧신도시의 배곧누리초등학교 내에도 학교복합화시설 ‘배곧너나들이’가 들어섰다. 지난 9월 개관한 배곧너나들이의 내부에는 북카페, 도서관, 건강검진실, 육아카페, 동아리실 등이 설치돼 학생들에게는 교육공간을, 주민들에게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광명시에서도 학교시설복합화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는 정부의 생활 SOC 확충 계획에 따라 광명동초등학교와 경기항공고등학교의 학교시설복합화를 추진하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 9월 20일 유은혜 부총리를 비롯한 교육부, 경기도교육청, 학부모, 학생 등 600여 명이 모인 간담회에서 광명시의 학교시설복합화 계획을 소개했다.

  박 시장은 “학교 부지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어 주변의 주택 밀집지역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 지상에는 대공연장, 시청각실, 무용실 등이 들어서는 복합시설을 조성해 시민들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유은혜 부총리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학교시설복합화는 이제 학교가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의 장이자 마을공동체의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학교를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것은 미래사회에 맞는 교육 방식으로 바꾼다는 의미”라고 화답했다. 최근 광명교육지원청, 광명동초등학교와 함께 MOU를 체결한 광명시는 오는 2021년까지 학교복합화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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