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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 100년의 미래를 만드는 성찰과 전략

글_ 박석균 경기 장곡중학교 교장

 

 

  1945년 해방 이후 일제의 잔재를 걷어내고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매 정권 작고 큰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정권 차원의 대대적인 교육개혁 조치가 학생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업과 학교문화를 바꾸지 못했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교육개혁은 수업과 학교문화를 바꾸기보다 교육제도와 정책의 거시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교육개혁의 방식도 교육 당국이 주도하는 하향식 개혁으로 현장 교사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교육개혁 70년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바뀌지 않았다. 아이들은 내일의 불확실한 성공을 위해서 오늘의 행복을 저당 잡히고, 입시가 끝나면 삶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암기 중심의 지식을 쌓기 위해서 하루 12시간 이상을 시달려야
한다.
  교육 정책의 결정권은 학생과 교사가 아닌 교육 관료와 교육 당국에 있었고 획일화된 교육과정은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으며 학교는 경쟁, 입시, 학벌, 서열 등 부정적 키워드로 가득 채워졌다.

 

 

혁신교육 10년,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
  황폐해진 공교육의 틈을 비집고 지난 2009년 혁신학교가 등장했고 10년이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에 던지는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는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도의 작은 학교에서 시작한 혁신교육은 이름은 다르지만 내용이 비슷한 혁신학교가 17개 시·도에서 1,525개교
(전체학교 대비 14%)로 늘어났고 10년 동안 자율과 소통으로 만들어진 민주적 학교문화, 학생의 행복한 삶을 만드는 교육과정과 수업 혁신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그  렇다면 혁신교육이 과거의 교육개혁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혁신학교를 지원하고 장려하기 위한 변변한 법률 하나 없는 여건에서 혁신교육이 지난 10년간 우리 교육의 변화를 주도하고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면 혁신교육의 확산과 지속가능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선 혁신학교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필자가 근무하는 경기도 시흥에 소재한 장곡중학교의 혁신교육 10년에 드러난 특징을 살펴보자.
  △교사의 자발성과 학교자치 문화형성 △상-하향식 변화를 넘어 협력을 통한 공동체 형성 △학생의 행복한 삶과 참된 성장을 중심에 둔 교육과정 운영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연계와 순차적 변화 △일상의 민주주의와 교사의 전문성 담보 △경영을 넘어 존중과 지원의 혁신적 리더십 △학교교육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 등을 들 수 있다.
  장곡중학교에 드러난 혁신학교의 특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교육 본질의 가치를 추구하며,  교육과정 운영을 학생 배움과 학생 자치를 중심으로 혁신하고,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이 학교 문화로 정착된 학교’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장곡중학교가 혁신교육을 통해 길러 내고자 하는 학생의 미래 모습은 ‘상호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정의롭게 행동하는 민주시민’이다.

 


자발적 참여와 순차적 혁신이 만든 내부로부터의 혁명
  장곡중학교가 10년 동안 혁신학교를 시작하고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는다면 ‘교원의 자발적 참여’와 ‘순차적 혁신 전략’일 것이다.
  배움 중심 수업 혁신,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성장과 과정중심 평가혁신, 학생자치의 활성화, 학부모의 교육과정 참여 활성화, 마을과 연계한 교육과정 운영, 마을과 공유하는 공간 활용, 사회적 경제 교육과 협동조합 운영에 이르기까지 교사의 헌신적 노력과 자발적 참여가 만든 학교 내부로부터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초기 수업 혁신을 통해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교육과정 재구성 → 평가 혁신 → 학생 중심 자치문화 → 학부모 교육과정 참여 → 마을연계 교육과정 운영 → 학교 협동조합 설립 운영’에 이르기까지 혁신에 혁신을 더하는 순차적 혁신을 10년 동안 진행해 왔다. 만약 수업 혁신, 교육과정 재구성, 평가 혁신, 마을교육과정 운영 등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면 혁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좌초되었을지 모른다.
  혁신교육 10년의 역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며 혁신교육의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부에 두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혁신교육의 지속가능성은 교육부의 깊은 성찰로부터 출발한다. 시골의 작은 학교를 혁신하더라도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구성원들이 토론을 통해 비전과 교육목표를 설정한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혁신교육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 차원의 실행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구성원의 치열한 토론과 협의가 있었는가? 혁신은 내부로부터의 깊은 성찰과 내부로부터의 자기 혁명이 일어날 때 성공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육부가 혁신교육의 가치와 철학을 내면화하고 국민과 현장 교사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교육혁신 의지와 혁신교육의 미래 비전을 이야기해야 한다.
  둘째, 교육부는 혁신교육에 대한 적극적 개입전략을 가져야 한다. 혁신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략에는 적극적 개입전략과 소극적 지원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과연 교육부는 현장교사의 자발성을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 개입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어쩌면 교육자치, 현장 자율이라는 이름의 전략부재와 방치상태가 아닌지 묻고 싶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50번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 혁신교육의 확산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 개입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 교육청마다 설치된 혁신학교 지원센터를 교육부에도 설치하고 지역 교육청 지원센터와 연계하여 법률 제·개정을 포함한 교육부가 할 수 있는 혁신교육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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