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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대전환 시대, 교육 혁신 생태계 조성 : 2023 글로벌 교육·혁신 서밋

글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은 변화를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구성원을 미래 인재로 육성하고, 그들이 다시 미래를 만들어가는 순환의 연속이다. 그래서 교육은 인간 본성에 관한 근원적 고찰과 함께, 사회 발전, 기술의 진보, 지역사회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여,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가나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라, 교육계는 그 구성원과 혁신의 주체가 다양하다. 

  최근 미래교육을 향한 변화의 과정에서 교수-학습 활동을 둘러싼 ‘교육 혁신 생태계(Innovation Ecosystem for Education)’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 수직적 정책 수립과 집행의 체계(피라미드 방식)가 아니라, 교육 관련 모든 행위자들이 수평적 관계에서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와 자원을 기반으로 상호 협력 또는 건전한 경쟁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체계를 발전시키는 유기적인 플랫폼 구조이다. 그래서 교육 혁신 생태계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외에 학교, 교사, 학교경영자, 기업, 투자자, 기술자 등도 혁신에 참여할 기회가 열려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기술국장의 기조연설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기술국장의 기조연설

각국에서 참석한 석학, 장차관, 교육 분야 정책가 및 전문가 등이 교수학습 방법의  변화 방향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각국에서 참석한 석학, 장차관, 교육 분야 정책가 및 전문가 등이 교수학습 방법의 변화 방향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 각국 교육 정상들, 글로벌 교육 혁신을 논하다

  지난 9월 21일 코엑스에서 ‘2023 글로벌 교육·혁신 서밋’이 개최되었다. 이번 서밋은 아태 유럽 주요국의 석학, 장차관, 교육 분야 정책가 및 전문가, 국제기구 관계자 등 글로벌 교육 정상들이 모여서 ‘디지털 대전환 시대, 교육 혁신 생태계 조성’을 주제로 각국의 교수학습 방법의 변화 방향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적합한 글로벌 교육 혁신 허브를 국내에 구축하여 글로벌 교육 퍼스트 무버로서 대한민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동향을 공유하고 사회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국내외 및 민관학 교육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취지이다. 이를 통해 학생 맞춤형 개인화 학습을 확산하고 ‘인공지능 활용 수업’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교육 관련 행위자들의 아이디어와 자원을 기반으로 상호 협력과 건전한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 모든 혁신 주체가 교육 혁신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할 수 있다. 


  서밋은 2개의 기조강연과 4개 세션의 서밋 토크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기조강연은 OECD의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교육기술국장이 맡았다. 슐라이허 국장은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사회적 혁신을 통해 하이터치 하이테크 접근법을 교육에 적용할 수 있으며, 교육을 통해 사회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시점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 반복적인 과제가 줄어들고 비정형적인 과제가 늘어나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미래 인간의 일자리가 될 것임을 강조하였다. 


  오늘날 혁신을 이야기할 때 교육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도 하지만, 슐라이허 국장은 교육이 더 빠르게 혁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였다. 두 번째 기조강연을 맡은 필리핀의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분야의 가장 큰 도전은 기술의 변화와 교육 중단의 위기로 제시하였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교육적 활용을 위한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교육시스템 개선을 위한 국가별 개선 과제 논의 

  첫 번째 서밋 토크는 교육시스템 개선을 위한 국가별 개선 과제와 기술의 역할을 주제로 장관급 서밋으로 운영되었다. 미국 브루킹스의 엘리자베스 킹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고, 우리나라의 이주호 부총리, 카자흐스탄의 가니 베이셈바예프 교육부장관, 몽골의 간바야르 간볼드 교육부차관, 우즈베키스탄의 슈크랏 움마타리에비치 야쿠보브 고등교육개발연구센터 소장이 참여하였다. 


  이주호 부총리는 우리나라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 HTHT)’ 교육을 소개하였다. HTHT가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개별화 교육을 통해 모두를 위한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하이터치 하이테크의 두 가지 축은 교사와 에듀테크로, 이러한 혁신을 통해 학생들은 보다 능동적인 학습자가 되고,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의 맞춤 경로를 만들어주는 학습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한국은 하이터치 하이테크를 구현하기 위해 세 가지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는데, 

  첫째, 2025년까지 AI 디지털 교과서와 코스웨어를 학교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고속 와이파이와 클라우드 기반 앱, 1인 1기기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둘째, 하이터치를 위해, 디지털 수업 혁신 선도교사인 터치 교사단을 신설하여 확대 중에 있다. 디지털 기술과 정서적인 공감 역량을 모두 갖춘 교사를 집중 양성하고 연수를 통해 모든 교사가 수준 높은 디지털 역량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셋째, 교육 혁신을 위해 공교육과 에듀테크가 함께하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을 주었던 사교육이 이제는 공교육을 지원하는 에듀테크 산업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각국의 교육 혁신 사례가 공유되었다. 

‘교육, 혁신 그리고 생태계’를 주제로 한 장관급 서밋토크‘교육, 혁신 그리고 생태계’를 주제로 한 장관급 서밋토크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는 전 지구적 문제

  두 번째 서밋 토크는 고등교육에서의 혁신 사례를 공유하였다. UN의 폴 라드 사회개발연구소장이 좌장을 맡고,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 미네르바대학교의 켄 로스 부총장, 아리조나주립대학교의 데일 존슨 디지털혁신연구소장, 유네스코의 보렌 샤크룬 정책·평생학습 국장, Quacquarelli Symonds의 벤 쏘터 부대표가 참여하였다. 


  김우승 원장은 수업의 혁신을 통한 대학교육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한양대학교의 IC-PBL(현장 연계 실질적 문제해결역량개발 교육)을 소개하였다. 국가차원에서 교육부가 주도하고 있는 지역의 혁신 생태계 구축 사례로 대학과 산업계, 지방정부가 함께 노력하는 ‘라이즈 사업’을 소개하였다.


  켄 로스 부총장은 미네르바대학교의 증거 기반 학습을 활성화하는 교육과정, 학생 참여형 학습 플랫폼, 체험 중심의 학습 성과관리를 제시하였다. 데일 존슨 소장은 아리조나주립대학교 재학생의 50% 이상이 온라인으로 학위를 취득하고 있고, 성인 학습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례를 설명하였다. 


 보렌 샤크룬 국장은 고등교육 분야에서의 격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고등교육 기회의 격차, 디지털 리터러시의 격차의 문제는 전 지구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벤 쏘터 부대표는 평생교육 분야에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최근 이슈로 부각되는 리스킬링, 업스킬링을 위한 마이크로 디그리 등의 혁신적인 고등교육의 제공이 필요함을 설명하였다.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 겸 교육부장관의 기조연설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 겸 교육부장관의 기조연설


기업의 추구 가치와 기술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 가져

  세 번째 서밋 토크는 기업 세션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래리 넬슨 아시아 총괄 부사장이 좌장을 맡고, 유네스코 펭춘 미아오 AI·기술 교육분야 최고책임자, MindCET의 에비 월샤브시키 대표, 에누마코리아의 이수인 대표, kt 클라우드의 윤동식 대표이사가 참여하였다. 각 기업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기술에 대해 사례를 중심으로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특히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에 있어서 기술의 역할과 형평성의 이슈, 기술 혁신을 위한 민간 파트너십 등을 주제로 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에듀테크는 기술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어떤 교육적 성과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네 번째 서밋 토크는 혁신 기술의 교육현장 적용을 주제로 GPE(Global Partnership for Education)의 찰스 노스 부대표가 좌장을 맡았고, 세계은행의 크리스찬 에이도 아시아태평양교육국장, 미국의 수지 오 공립학교장, 필리핀의 아니세토 오르베타 필리핀개발연구소장, 아시아개발은행의 엠마뉴엘 지메네즈 평가국장이 패널로 참여하였다. 이 세션에서는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의 결정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증거는 학교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전 세계의 학교는 매우 다양한 수준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교실의 수업을 혁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국가 간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한정된 교육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교육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을 찾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K-에듀’ 성과 공유의 시간… 국제 협력의 구심점 기대

  디지털 대전환 시대는 교육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데 교육 분야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은 미래 사회의 주인공들을 양성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 사회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고 이에 따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교육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이제 어느 나라에서나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내년에는 올해 서밋의 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인 정책담당자 세션과 교사 세션을 더욱 강화하여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동력을 높여나가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제1회 글로벌 교육·혁신 서밋’은 향후 ‘K-에듀’의 우수한 성과를 세계적으로 공유하면서 교육 혁신을 위한 국제 협력의 중요한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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