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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공업교육 재구조화 방향 및 과제

글 이영민 충남대학교 연구교수(대한공업교육학회장)

 디지털 기반 공업기술의 패러다임 변화

 우리나라는 공업교육을 통해 개인의 성공적인 경력개발과 기업의 발전을 통하여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에서 요구하는 적합한 인재를 효과적으로 양성하고 배출하는 데 힘써왔다. 그런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및 무인자율모빌리티 등과 연관된 디지털 기반 공업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함으로써 공업교육의 내용, 방법 및 환경에 대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급격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신속성과 다양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제품의 생산성보다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의미와 공감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일자리도 융합화, 전문화 및 스마트화되어 가고 있으며, 일하는 방식도 재택근무나 온라인 협업 등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공업기술과 융합되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된 변화라고 하겠다. 


 공업기술에 대하여 산업화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비교해보면, 산업화 시대에는 아날로그 기술과 기계, 건설 등과 같은 개별화된 산업이 주도하였으며, 자동화에 의한 대량생산을 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디지털 시대는 기계 및 건설과 같은 전통적인 개별 산업에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어 초연결과 예측가능성을 높여 수요자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짐으로써 기하급수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차이일 수 있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스마트 헬스케어 등과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이에 적합한 인력 수요는 획기적으로 증대되고 있으며 중등 단계의 초·중급 수준의 고졸 인력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업계고에서 배출하는 초·중급 인재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는 기존에는 단순 숙련 기능 기술과 같은 기능적 스킬이 가장 중요하였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정교한 기능과 더불어 인지적 지능과 창의적 지능, 바른 인성과 도전의식 및 역경 극복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공업교육적 관점에서 봤을 때, 단순한 현상의 변화라기보다는 공업기술의 변화에 따른 인재 양성의 내용과 방법 및 환경에 있어서 공업교육의 근본적 틀인 패러다임 변화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공업교육 재구조화 실태

 환경 변화에 따른 공업고등학교 교육의 재구조화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요소가 있다. 첫째, 신산업이 요구하는 인재 육성에 적합한 교육과정 개발과 실습장 및 설비 구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둘째, 적정한 지도 교원을 확보하고 적정한 현장실습과 학생들의 출구를 위한 산학협력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셋째, 학생들의 커리어 패스를 확립하여 성공적으로 진로 및 경력개발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새롭게 구조화된 학교의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학교운영 조직도 혁신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필요 역량을 가장 잘 배우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교수·학습방법 등의 개선과 이를 뒷받침하는 적정 예산 확보 등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준비요소를 잘 갖추어 학과 재구조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 62개 공업고등학교의 90개 학과(2021년 통계)에 대하여 학과 재구조화를 위한 정부지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업고등학교의 입학자원의 현황은 2020년 통계로 봤을 때 1999년도에 9만 6,648명에서 2019년도에는 4만 1,345명으로 5만 7,303명이 감소하였다. 학급당 정원도 2015년에는 35명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20명 미만으로 줄어 여전히 미달 현상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학과 재구조화를 추진한 학교에서도 교육과정 준비와 운영에 있어서 신산업에 적합한 직무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전통적인 직무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업고등학교의 재구조화 추진 시 문제점

 공업고등학교는 기존에 기계, 건설, 토목, 전기, 전자 등과 같이 개별 산업에 대한 기능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공업기술이 개별산업에 대한 숙련이 아니라 이러한 개별 산업의 숙련된 기능 기술에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어 작동되는 제조시스템에서 발휘될 직무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공업교육적 관점에서 재구조화를 통하여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학교는 변화가 반영된 교육과정 개발, 환경 구축 및 산학협력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학교는 최적의 디지털 기반 신산업에 적합한 인재양성시스템 구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추진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질적으로 공업계고등학교 학교장들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재구조화를 추진할 때 어려운 부분을 파악한 결과, 첫째, 신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직무 내용에 대한 정보부재로 인하여 학교에서 교육내용 선정 및 수업방법과 평가방법을 설정하는 데 가장 어려움이 있다고 하였다. 


 둘째, 신산업 분야로 학과 재구조화를 하였을 경우 학생들의 진로와 연계된 출구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였다. 예를 들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및 이차전지 등과 같은 신산업의 경우 학생들의 진로 연결에 매칭 가능한 기업체 발굴과 이러한 기업체와의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체제를 확립하여 학생들의 진로 출구를 개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신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양성에 적합한 실습장 및 환경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신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그 산업 분야의 수행 직무와 연관되어 있는데 학교가 그 직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어떤 실습 설비와 장비 및 환경을 구축해야 할지 의사결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신산업 관련 학과 재구조화를 하였을 경우 새로운 교과를 지도할 수 있는 적정한 지도교사를 확보하는 문제와 공업분야 신산업에서 요구되는 직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초기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불충분한 예산으로 인하여 학과 재구조화를 추진하는 데 어렵다고 하였다.


 성공적인 학과 재구조화를 위한 방향과 과제 

 현재 학과 재구조화의 추진은 교육부가 학교로부터 신청서를 받아 엄정한 심사를 거쳐 대상학교를 선정한 후 예산을 지원하고 이 예산으로 학교가 학과 재구조화를 실행하는 구조이다. 학교는 이 예산을 활용하여 기업체 요구 맞춤의 인재양성을 위한 공업교육 재구조화를 추진한다. 이때 가장 큰 문제점은 디지털 기반 신산업의 직무 및 요구역량에 대한 정보부재와 학생들의 진로매칭을 위하여 출구전략을 확립하고자 할 때 기업체 발굴과 효과적인 협력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로 압축된다. 사실 성공적인 학과 재구조화를 통하여 선순환적인 인재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일들은 주로 교사들이 추진하는데 실질적으로 교사는 교육전문가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평가하고 하는 일에 익숙하지 다각적인 네트워크를 통하여 학교 인재 양성체제를 구축하는 일을 추진하는 데는 관련 전문성과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한 지속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산업과 연계된 재구조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위학교에 직무와 요구역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체 발굴과 산업체와의 네트워킹 및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 기관이나 지원기관을 발굴하여 전문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지원 체제를 확립하여 학교가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에 따른 성공적인 공업교육 재구조화를 위해서 추가로 검토해야 할 과제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공업고등학교의 정체성을 이른 시기에 학생들의 사회적 경제적 독립을 지원하는 기관으로서 향후 교육의 목표를 취업교육에서 진로중심 취업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공업고등학교 교육내용의 핵심은 숙련된 단순기능인을 양성하는 것이었지만 디지털 전환 시대는 인지적 역량을 갖춘 숙련기능기술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재의 진로 결정을 통하여 경력개발을 할 수 있는 취업교육을 목표로 두고 공업교육의 질 보장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둘째, 공업교육을 하는 교원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수업 및 평가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역량 강화 지원정책이 확립되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는 학생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학습하고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초연결 환경이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교실에서의 수업을 넘어 지역 간, 국가 간에서도 효과적인 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시스템과 지원정책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융합수업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 방안과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기존의 산업과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어 제조방식과 가치제고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교육도 이러한 융합화에 대비하여 융합수업이 실제로 수행되고 평가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방안과 환경구축에 정책적 고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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