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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한 국가거점국립대학의 역할

글 김석수 부산대학교 교수(전 부산대 부총장)

  9개의 국가거점국립대학인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에 국립대학법인 서울대를 포함하여 ‘KNU-10’으로 지칭한다. ‘KNU-10’은 지금, 이 순간도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국가거점국립대학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국가거점국립대학은 설립연도와 설립재원은 제각기 다르지만, 1945년 해방 이후 지역민이 중심이 되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1946년, 부산대를 시작으로 모든 국가거점국립대학은 194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에 설립되었다. 설립 당시부터, 이들 거점국립대학은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는 핵심 제도로 자리매김하면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급함으로써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였고, 특히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지역의 인재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였다. 2000년대 이후, 이들 국가거점국립대학에 고등교육 기회의 형평성 제공이라는 공공성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새로운 책무성이 부여되었다. 



RISE 체계 도입으로 더 중요해진 국가거점국립대학

  그사이 급속하게 진행된 생산인구와 학령인구 감소는 지역위기와 지방대학 위기를 촉발시켰다. 2021년, 인구감소지역 89곳 중에서 85곳이 비수도권이었고, 신입생 미충원 대학의 75%가 지방대학으로 보고되었다. 많은 지방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을 위해 동분서주하였고 대학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입학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였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학령인구와 수도권 집중화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거시적 환경 속에서, 지방대학 시대를 정책과제로 제시한 현 정부에서는 지역혁신과 지역발전을 위한 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and Education) 체계를 도입하였고, 이로 인하여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가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체계)는 지방대학 지원의 행·재정적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이양하고 지역발전과 연계한 전략적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과 지방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정책이자 플랫폼이다. 이미 2023년 RISE 시범지역으로 부산, 대구,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북이 선정되었고, 2025년에는 전 지역으로 확산한다. 지역과 협업해야 지방대학이 성장할 수 있고, 지방대학을 지역혁신의 핵심 기관으로 수용해야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 2025년부터는 지역혁신플랫폼사업(RIS사업),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사업),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HiVE사업) 등이 RISE 체계 속에서 운영된다. 올해 10개가 선정되는 글로컬대학 사업도 RISE 체계와 무관하지는 않다.


  9개 지역이 모두 수행하고 있는 지역혁신플랫폼사업(RIS사업)은 대학교육혁신본부가 국가거점국립대학에 설치되며, 작년까지 선정된 지역의 RIS사업 총괄운영센터도 국가거점국립대학에 설치되어 있다. 얼마 전 예비 선정된 15개 글로컬대학 예비후보에 국가거점국립대학인 부산대, 강원대, 경상국립대, 전남대, 전북대, 충북대(총 6개 대학)가 포함되었다. 국가거점국립대학이 지역혁신의 선도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역인재, 지역에서 공부·취업할 수 있도록

  국가거점국립대학의 역할과 경쟁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이 시기에 국립대학 및 지방대학의 교육 및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업에 기반한 공동의 노력과 성과는 지속되고 있다. 


  2021년, 대학 자체재원으로 취득한 국유재산의 처분 시 처분 수익금을 대학회계 세입으로 귀속시켜 대학의 발전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대학회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그동안 동 법률에서는 국립대학이 자체 재원으로 취득한 부동산 등의 경우에도 국유재산으로 간주하여 매각하면 매각대금을 국유재산관리기금으로 편입했다. 대학의 재원이지만 자체적으로 대학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국립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구조였다. 국립대학 총장들이 중심이 되어 국회에 지속적으로 법률개정을 촉구하여 해당 법률이 개정되었다. 이 과정에 부산대는 재정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전체 국립대학의 재정 확충 방안의 하나로써 동 법률개정을 최초로 제안하고, 교육부와 함께 국회를 설득하는 등 법률 개정에 앞장서 왔다.


  부산대는 지역발전을 위한 국가정책에 부응하고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수도권 지역보다도 지방대학에 진학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전형’을 지속적으로 확대 실시해 왔다. 2020학년도 188명에서 2021학년도에는 263명으로 증가시켰으며, 2022학년도 504명, 2023학년도 611명으로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현 정부의 지역인재-취·창업-지역정주라는 지역혁신 생태계 구현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온 셈이다. 지역의 보건의료 인력의 안정적 수급을 위하여 의약학계열의 신입생 모집에도 적극적인 ‘지역인재전형’ 확장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하고 있다. 지역인재의 1차적인 지역이탈을 감소시키고 지역정주를 증가시키기 위한 모범적인 입시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산대는 지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들의 2차 지역이탈을 감소시킬 수 있는 ‘지역인재채용의무제의 개선’을 도모해 왔다. 기존의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약칭, 혁신도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역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채용의무제 30% 비율을 50%로 확대하는 법률 개정건에 대해 지방대학을 대표하여 국회를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전지역 내의 한정된 졸업생만 이전공공기관에 30% 이상 채용한다는 것은 해당 공공기관들의 인적자원 다양성 정책과 기관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30%는 이전지역 내 졸업생으로 20%는 비수도권 지역 졸업생으로 채용(총 50%)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지역인재채용의무제 개선을 국회에 제안하였고 법률 개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역혁신과 국가발전의 중책 담당

  올해, 부산대는 KNU-10(국가거점국립대학) 총장협의회장교로 선출되어 국가거점국립대학 공동발전의 중책을 맡게 되었다.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 국가균형발전과 지역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정책을 발굴하고 실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인재채용의무제 개선, 국립대학법,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거점국립대와 국공립대를 비롯한 지방대학 발전과 지역혁신을 위한 다양한 혁신적 정책대안이 도출될 것으로 여겨진다.


  국립대학과 지방대학을 위한 공동의 노력과 함께 지역혁신과 국가발전의 중핵대학으로서의 부산대의 담대한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2023년 한 해, 첨단산업 분야 인재 양성을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있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선정 결과,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구축사업(500억 원),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사업(328억 원, 4년),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75억 원, 3년), 글로컬대학 지원사업(1,000억 원+알파, 5년, 예비지정), RIS 사업(2,145억 원, 5년, 총괄대학) 등 굵직한 재정지원사업을 빠짐없이 수주하였다. 이러한 재정지원 사업의 특징은 국가거점국립대학인 부산대만의 발전에 국한되지 않고 작게는 지역 대학과 지역의 공동발전과 혁신, 크게는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대학설립 취지와 국가거점국립대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에 걸맞은 재정지원사업의 선정은 국립대학과 지역대학의 협력과 공유 성장이라는 대의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위해선 정부·대학 공조 필요

  세계적인 대학 육성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되는 유일무이한 정책은 없다. 세계적 대학이 갖춰야 할 필요·충분조건을 갖추도록 촘촘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행·재정적 지원과 대학의 자발적이고 혁신적인 변화가 공조를 이루어야 한다. 지역혁신과 국가발전을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남부권 서울대학’ 육성이라는 가능한 대안을 현실화하려는 정부와 대학의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국가거점국립대학은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하여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고, 지역 내 다른 대학의 성장도 견인할 수 있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역 중심 정책 지향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자발적인 대학혁신을 통하여 대학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방대학 혁신과 발전을 위한 넛지(Nudge)에 반응하는 민첩한 역량과 능력이 요구된다. 


  KNU-10의 협업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지역혁신정책과 인류, 국가, 지역을 위한 공동의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질 시점이다. 산업계에서는 독립조직 간 경쟁이 아닌 공유조직, 제휴조직 간의 경쟁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지 이미 오래다. 국가거점국립대학에 대한 임계수준(Critical Mass)의 전폭적인 재정지원과 선진국가에도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는 규제혁신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국가의 대표적인 고등교육기관인 국가거점국립대학의 세계적인 양자도약이 국가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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