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소멸의 위기다!

글 _ 유인영 극동대학교 입학처장(前 전국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


기사 이미지



‘벚꽃괴담’이 낭설이 아닌 이유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바람이 벚꽃 잎을 깨울 때쯤이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이다. 벚꽃은 대학에 참 고마운 존재였다. 노래 가사처럼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그 거리를 대부분의 대학 캠퍼스에서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 떠나기 힘든 바쁜 현대인들에게 인접한 곳에 위치한 대학은 부담 없이 벚꽃 구경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며 대학의 입장에서도 캠퍼스를 개방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학교 이미지 상승과 그에 따른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런 벚꽃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이제는 대학가에 만연하게 된 이른바 ‘벚꽃괴담’으로 인해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참 슬픈 현실이다. 입시 관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괴담은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대학 입장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섬뜩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길 수 있을법한 이 우스갯소리가 대학 입장에서 한없이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들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에 따라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분명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대학들이 속출할 것이다. 60~70만 명이였던 수험생 숫자가 이제는 40만 명대까지 내려왔고 현재 한 해 출생인구가 20만 명대이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우선적으로 문을 닫는 대학들의 기준이 다른 무엇이 아닌 벚꽃이 피는 순서라는 점이다. 그래서 남쪽에 있는 대학들은 억울하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비수도권 대학들은 무섭다. 


  한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랜덤 포레스트’ 알고리즘을 토대로 시계열 분석을 해 본 결과 이 벚꽃엔딩 현상이 하나의 경향성으로 존재함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더불어 도시 규모가 작을수록 위기의 징후가 선명해지고 비수도권 대학들이 수도권 대학에 비해 보다 급속히 엔딩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되었다고 하니 대학의 벚꽃엔딩은 분명 낭설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쏠림 현상 가속화

  지방대학이 어려운 이유의 핵심 키워드는 ‘생산’과 ‘분배’이다. ‘생산’의 문제는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의 문제이고 ‘분배’의 문제는 지역 불균형으로 인한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의 문제인데, 바로 이 ‘생산’과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방대학이 무너지고 있다.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이지만 이 문제를 대하는 정치권의 자세나 정부의 노력은 많은 차이가 있는 듯하다. 학령인구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인구는 나라의 근간이며 인구가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든다면 현재 구축된 시스템들이 붕괴되어 결국 대한민국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문제인식에는 국민 대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분배’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욱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 문제와 달리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문제는 각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보다 어렵고 복잡한 영역이다. 그렇다 보니 정부에서 정책을 설정하여 실행하는데 여러 난관에 부딪히게 되고 정치인들은 각 지역에 표를 의식하여 거시적인 대안이 아닌 포퓰리즘성 공약들만 남발하고 있다. 지방대학의 어려움을 제쳐두고라도 대한민국의 지역 간 불균형의 문제는 이미 저출산 문제만큼이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음을 자각해야 한다.



지방대학과 지역사회의 공생 관계

  우리나라의 수도권 면적은 전체 국토의 약 11.8%이다. 이 안에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모여 살고 있으며 100대 기업의 91%가 밀집해 있다. 세부지표를 보면 더 심각하다. 병원 접근성은 서울의 경우 평균 1.97km인데 강원도의 경우 22.73km에 달하며 어린이집의 접근성은 서울이 0.86km, 강원이 7.81km이다. 이 외의 여러 인프라를 비교해보면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수치만 놓고 보면 누구라도 지방에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이 2019년 11월에 발표한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6.5%인 106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인구의 유출입에 영향을 미칠만한 다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경우 약 30년 뒤에는 전체 시·군·구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그마저도 계속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지방의 붕괴를 정부는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은 세종대왕이 했던 사민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수도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하는, 그리고 지방 사람들이 굳이 수도권으로 갈 필요성을 못 느끼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방대학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지방대학은 단순히 학문을 수양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지방의 붕괴를 막는 핵심적인 역할까지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함께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방대의 어려움을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고, 지방대를 살리고 더 나아가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참여정부 때부터 균형발전특별법을 만들고 균형발전 예산을 투입하여 2005년부터 16년간 144조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지역 간 격차는 아직도 많이 벌어져 있다. 지방에 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지역 대학들을 지원하여 발전시키는 것이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역에 존재하는 대학들로 인해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은 물론 외부 인재를 유입시킬 수 있으며 넓어진 인재풀은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다.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가장 많이 유출되는 시기인 진학단계에서의 유출과 구직단계에서의 유출을 지방의 대학이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는 방파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 존재 여부에 따른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는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수천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대학가의 원룸촌과 주변 상권은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젊음을 느끼고 싶어 하는 많은 일반인들까지 끌어들여 지역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반대로 폐교된 대학 주변은 급격히 공동화되고 상권도 초토화 되어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 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부수적인 효과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중소도시에 미치는 대학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평가에 지방대학의 특수성 반영해야

  이제 우리는 어려운 지방대학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교육부의 대학역량진단평가에서 가장 배점이 높은 부분이 충원율인데 ‘인서울’이란 단어가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과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대학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이 과연 공평한 것인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정원을 줄이다 보니 재정은 점점 악화되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대학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더욱 힘들어진다. 지역 대학에 대한 교육부 재정지원이 수도권 대학의 절반 수준이라는 통계가 이 씁쓸한 현실이 사실임을 뒷받침한다. 앞으로는 이러한 악순환의 메커니즘과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지 못해 엄청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염두에 두면서 지방의 대학들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지방대학이 어려운 이유는 대학 자체의 역량이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지방대학이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현실적 대안으로 기존대학들이 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활로를 열어주고 확실한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지방대의 경우 해당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 지역 내의 중소기업 인력 공급 측면에서 특수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지방에 정주함에 따라 지역 인구증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과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얼마 전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했던 대선이 끝났다. 역대 대선 중 가장 근소한 표 차이로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는 지역균형발전방안에서 지방대에 대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5년이 아닌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사려 깊고 현명한 정책들을 펼쳐주길 기대해 본다. 



기사 이미지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