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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그 해법 찾기 ②영양 불균형·운동 부족에 놓인 아이들

늘어나는 비만 학생, 체계적·지속적 관리 필요

글  박상근 서울시교육청학교보건진흥원 원장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 삶 속에는 불안이 일상화됐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뜻한다. 장기화되는 감염병 상황으로 대한민국은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더욱 취약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다. <행복한 교육>은 3회에 걸쳐 코로나 시대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① 아동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② 영양 불균형·운동부족에 놓인 아이들       ③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

  코로나19로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실시간 쌍방향’, ‘콘텐츠 활동’, ‘과제 수행’ 등 다양한 형태로 학교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비대면 수업(On-tact)을 하고 있고, 이러한 일상이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가정이라는 새로운 교육환경에서는 여러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영양 불균형과 운동 부족으로 비만 학생이 많아짐에 따라 학생들이 건강한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와 유관기관들의 책무성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은 단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신체·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well-being)”라고 정의하고 있다. 학생들의 건강을 측정하는 구체적인 항목은 「학교보건법」에 의한 ‘학교건강검사규칙’에 ‘예방접종·병력, 식생활·비만, 혈액검사, 흡연·음주, 정신건강, 신체활동’ 등 신체 및 정신적 항목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건강은 위의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특히 영양 불균형과 운동부족에 따른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학생 비만과 운동부족 현황

  영양불균형과 운동부족의 결과 나타나는 대표적인 것이 비만이며,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2018)에 의하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06년 4조 8,000억 원에서 ’16년 11조 4,000억 원으로 최근 10년간 약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건강검사 결과분석에 따르면 비만은 13.6%(2017년)에서 15.1%(2019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1 또한 WHO에 의하면 2016년 세계 146개국 11~17세 남녀 학생의 신체 활동량 통계를 분석한 결과 81.1%가 WHO 권고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었고2, 한국은 운동부족으로 분류된 학생 비율이 94.2%로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비율이 90% 이상인 나라는 한국, 필리핀(93.4%), 캄보디아(91.6%), 수단(90.3%)이고, 싱가포르(76.3%)와 미국(72.0%)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서 영양 불균형이 발생하고 학교 체육활동이 축소되면서 학생 비만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만율 감소를 위한 노력과
비만 예방 사업의 문제점

  일선 학교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학생들의 운동부족3을 해결하기 위하여 체육 교과서 커리큘럼 대신 철저하게 재미 위주로 1학년 땐 골프·킨볼, 2학년 땐 테니스·탁구·티볼, 3학년 땐 배드민턴을 배우게 하는 여자고등학교가 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운동부족, 우울감,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학생을 위한 맞춤형 실내 운동 물품을 가정에 제공하고 챌린지 프로그램4을 진행하는 초등학교도 있다.

  위와 같은 학생들의 비만율 감소를 위한 각 기관의 사업을 정리해 보면, 먼저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을 마련하고, 보건복지부의 경우 매년 ‘비만 예방의 날5’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교육부는 ‘제1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19~2023)’을 추진하면서 비만 학생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6 선별검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제공하고 학교용 예방프로그램 보급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 대한비만학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19년에는 학생들의 균형 잡힌 신체발달을 촉진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 비만 예방교육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서울시교육청학교보건진흥원도 2019년 서울의 전문병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여 매년 ‘부모 동행 비만 학생 캠프’를 개최한다. 올해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집콕으로 늘어난 몸무게, 모두 사라져라”란 주제로 비대면 캠프를 진행했다. 지난 11월 7일(토)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100명과 학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캠프는 비만 전문의의 정확한 학생 비만 진단과 이해, 영양전문가에 의한 식사요법, 실시간 영상 건강 간식 만들기,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 체험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학생 비만율 저감을 위해 교육부와 교육청 외에 서울시와 자치구도 매년 다양한 비만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및 각 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요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부처 및 기관별 개별 접근으로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 중복 발생하고 동일 대상에 대한 다양한 주체의 접근으로 사업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는 체계이며, 둘째, 학교를 통한 교육을 강조하고는 있으나 학교는 시간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셋째, 비만 학생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다. 즉, 각 기관의 비만정책은 주로 시범학교를 통해 일부의 학생들만 관리가 되고 다른 학교로의 일반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넷째, 저소득층 학생과 비만 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미흡하고, 비만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교원연수와 전문가 양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다섯째, 비만을 포함한 학생들의 다양한 건강(흡연, 음주, 정신건강 등) 문제를 제어할 수 있는 시·도교육청별 전문기관의 부재이다.


학생 건강 증진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과 학교수업의 병행에 따른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과 운동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비만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학생·학부모 중심 지원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만(과체중 포함)학생에 대한 지원은 학교 및 유관기관 등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시기, 방법, 장소 등이 제공되는 원스톱(One-Stop)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둘째, 비만사업에 대한 기관별 역할 부여 및 협력체계 구축이다. 현재 분절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비만 사업을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의 역할을 확실히 하고, 담당 부서가 명확하게 조직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앙정부는 물론 교육청과 자치단체 간 업무 중복, 소통 부족 등 업무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유관기관 전체가 참여하는 ‘학생건강위원회(가칭)’를 구성하여 최소 분기별로 협의회를 갖도록 한다. 비만사업에 대한 이행점검, 평가 등을 통하여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동 협의회에 의사 등 전문가들을 포함하여 예방과 치료가 병행되는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교사들이 상담 및 생활지도를 통하여 수시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비만에 대한 전문적인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유능한 전문가들이 비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넷째, 비만은 질병의 위험요인일 뿐 아니라 개인의 행동양식 및 정신적인 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강위험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는바, 비만 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근거 기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손상감시시스템(injury surveillance system)7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손상감시시스템을 운영하려면 매년 학교의 전체 학생에 대한 전수 조사 자료는 물론 병원들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하여 비만 학생들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 수집, 분석, 평가를 통한 효과적인 예방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비만을 포함한 학생건강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설립이다.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교육,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지원, 시범학교에서만 운영되는 비만 프로그램 운영 등 현재 비만사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도교육청별 전문기관이 설립될 필요가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유일하게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및 교직원의 건강 및 복지 증진을 위해 학교보건진흥원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정신건강·흡연예방·환경(미세먼지 등) 분야 전문 지원단을 두고 있으며, 균형 잡힌 영양교육을 위해 영양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양 불균형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가정에서의 영양식단 및 운동프로그램 제공은 물론, 각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진정한 책무이다.


1  비만도는 저체중-정상-비만군(과체중-비만)으로 구분하는데, 과체중도 10.3%(2017년)에서 10.7%(2019년)으로 증가하고 있는바, 비만과 과체중을 포함하는 비만군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2  청소년의 신체·정신 건강발달과 생애 전반에 미칠 효과를 고려해 매일 평균 60분 이상 중간 정도 이상(중간~격렬)신체활동(운동)을 하라고 권장(2019.11.22.)

3  여학생 중 하루 한 시간씩 주 5일 이상 운동한 사람 비율(7.1%)이 남학생(20.3%)의 3분의 1을 겨우 넘김(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제14차(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

4  줄넘기 100개 하기, 스트레칭 따라 하기, 만보 걷기 등

5  전 세계 50개 지역의 비만 관련 단체가 세계비만연맹을 구성하여 매년 10월 11일을 세계 비만의 날(World Obesity Day)로 지정하고, 비만 예방과 치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음

6  뇌심혈관질환 및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체지방 증가, 혈압 상승, 혈당 상승, 혈중 지질 이상 등의 이상 상태

7  손상(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사고의 결과로서 방생하는 신체나 정신에 미치는 해로운 결과)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수집, 분석, 평가함으로써 손상의 발생 및 분포의 경향을 파악하고 손상의 위험요인 등에 관한 신뢰성 있는 지표를 산출하는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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