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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위대한 교과서

글  조원표 경기 푸른솔초등학교 교사



  어릴 적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주는 아름답고 향기 넘치는 ‘멋’을 먹으며 자랐다. 도시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도 해 질 녘 석양에 걸친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오월의 뻐꾹새 울음소리, 물총새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 등을 연상하며 향수에 젖을 때가 많았다.

  최근 스마트폰 만능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 언제부턴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에 몰입해 있는 광경을 흔히 보게 된다. 이제는 소통의 대상이 스마트폰이 돼버린 것이다.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의 장단점을 묻자 한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사람들끼리 소통이 안 돼서 우울증에 걸릴 수 있어요.”

  아이들이 하교한 뒤 내 모습을 돌이켜봤다.

  ‘나는 얼마만큼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인간미를 나누며 살고 있을까? 매일 만나고 헤어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어루만지며 소통하고 있을까?’

  우리가 사는 우주 삼라만상이 다 그러하듯 우리 삶도 인연이라는 소중한 끈으로 연결돼 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그러나 빈틈없이 치밀한 그 끈을 우리는 ‘인연’이라 부른다. 매일같이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지며 인연을 맺는 우리이기에 첫 출발이 소중하다. 교사가 교사일 수 있는 것은 우리 곁에 소중한 인격체의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간절히 기다리는 교사들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꿈과 희망을 꼭 쥐고 환한 웃음으로 다가오는 어린 새싹들이 떠오르는 해를 재촉하며 아침을 환하게 비추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아침맞이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아침 인사를 나누다 보면 시무룩한 아이도 있고 활기차게 인사를 하는 아이도 있다. 하이파이브를 통해 그날의 기분을 알 수 있다.


  온종일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내 나이를 잊을 때가 많다. 마침 교정에 아이들과 함께 놀기 좋은 곳이 있다. 바로 연못과 학교 숲이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 그나마 학교에 작은 숲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 한창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금붕어들이 뛰놀고 물방개와 우렁이들이 여기저기서 움직일 때마다 아이들은 탄성을 지른다.

  “선생님, 저기 보세요.”

  아이들이 가리키는 쪽을 보니 제법 큰 물고기 여러 마리가 잽싸게 움직이고 있다. 금붕어만 보다가 신기한 녀석들을 처음 보니 깜짝 놀랄 만도 하다. 물풀 밑을 잘 관찰해보면 다양한 종류의 작은 생물들도 살고 있다. 연못 관찰이 심심하다 싶으면 이름 모를 들풀과 클로버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옮기면 된다. 네잎클로버 먼저 찾기 게임을 하면 참 재미있다. 먼저 찾은 순서대로 급식 먹기 경쟁을 붙이면 네잎클로버를 금방 찾아온다. 어디서 날아온 지도 모를 벌들과 나비 같은 녀석들이 이곳저곳의 꽃과 나무에 앉아 그들만의 향연을 펼친다. 이 녀석들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가끔씩은 교실까지 날아와 한바탕 소동을 일으켜서 수업을 중단해야 하는 돌발 상황이 오기도 한다. 한 아이가 신기한 보물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 왕거미를 보면서 “얘들아, 저기 거미줄에 거미 좀 봐.”라며 큰소리로 외친다. 역시 자연은 아이들에게 위대한 교과서다. 오늘도 자연과 호흡하며 꿈을 가꾸고 키우는 아이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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