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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잘 사는 화음을 만들어가는 제14회 대한민국 어린이국회 현장을 가다!

글_ 정용주 교육부 대변인실 교육연구사

 

 

토크빌의 충고 – 활력 있는 에너지의 중요성


  “민주주의는 민중들에게 가장 유능한 정부를 주지 못하지만, 가장 유능한 정부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을 민중들에게 준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 전체에 잠시도 쉬지 않는 활기, 충만한 힘, 그리고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기적을 낳을 수 있는 에너지, 그런 것들이 민주주의의 진정한 장점들이다.”


  1831년 미국에 도착한 프랑스의 젊은 귀족 토크빌은 민주주의를 분별없는 에너지가 분출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그 분별없는 에너지가 어느 유능한 정부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을 민중들이 만들어내도록 하는 진정한 힘들이라고 말했다. 토크빌이 보기에 민주주의는 이중적이다. 항상 진전하는 것이 아니라 표류와 진전이 동시에 전개되며,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시끄러운 소음, 불협화음이 넘쳐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성숙함을 향해 달려가지만 영원히 그 성숙함에 도달하지 못하는 어린이와 같다. 문제는 영원히 성숙함이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서 성장 자체를 멈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크빌의 민주주의에 대한 진단은 생생함과 다양성을 배우는 민주시민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불협화음적 화음의 체험, 대한민국 정치를 경험하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대한민국 어린이국회가 7월 13일 금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열렸다. 9시가 넘어서면서 특수학교를 포함해 전국 250개 초등학교를 대표하는 어린이의원들과 지도교사 등이 긴장감을 가지고 국회 정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대한민국 어린이국회는 오전에는 상임위 활동이 오후에는 어린이의회 본회의가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어린이의원들은 9시 30분부터 3개의 상임위로 나뉘어져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상임위 활동은 본회의에서 발표할 7건의 우수법률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어린이의원들이 결정한 법률안은 결혼교육 강화와 결혼 자격증 의무화에 대한 법률안, 남북 어린이 교류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이 선정되었다. 특히 맹학교에서 대표로 참석한 어린이의원이 제출한 법률인 함께하는 세상을 위한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통합교육에 관한 특별법은 상임위에서 어린이의원들이 높은 관심을 가진 법률이었다.


  본회의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사회로 대정부 질문 및 답변, 법률안 발표, 제출된 법률안에 대한 찬반토론, 표결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본회의에는 총 5건의 대정부 질문 그리고 7건의 법률안이 회부되었다. 먼저 대정부 질문은 북한 어린이와의 교류, 자전거 안전모 착용, 중학교 자유학기제, 폐의약품 수거체계 개선방안, 한반도 평화정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이루어졌다. 자전거 안전모 착용에 대해 대정부 질문을 한 제주 강정초의 이연수 어린이의원은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 착용에 대한 실태를 말하면서 안전모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여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자전거 이용 시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며, 자전거 대여 시 안전모도 함께 대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전거 안전모 착용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 및 홍보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천마전초의 장유빈 어린이의원의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대한 질문도 다른 어린이의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자유학기에 시험 부담에서 벗어났지만 2학년 준비, 뒤쳐지지 않으려는 마음, 부모의 조급함으로 학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있고, 수행평가는 오히려 자주 실시되어 학생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교육부에 묻고, 자유학기제가 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배움의 기회 제공, 학생의 행복한 삶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대정부 질문을 실시한 대전판암초의 윤채은 어린이의원은 평화적 분위기 속에서 통일부의 정책 방향을 물으며,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문제를 넘어서서 징병제와 모병제 등의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정부를 대표한 답변자로서, 5건의 대정부 질문에 대해 세심한 답변을 하면서, “앞으로도 학교 현장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천하는 어린이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하였다. 특히 김상곤 부총리가 어린이의원들의 대정부 질문 내용을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고 지도교사를 포함한 학부모들이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말하기도 했다.


  대정부 질문 이후 진행된 7건의 우수법률안 발표와 투표 또한 활기차게 진행되었다. 저마다 사진, 도표 등 시작자료를 활용하여 제출한 법률안의 취지, 내용을 설명하면서 본회의에 참석한 어린이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법률안 발표가 있은 후 전체 투표에서 어린이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법률안은 통합교육 의무화 법률안과 남북 어린이 교류지원에 관한 특별법이었다. 특히 일반학교와 특수학교의 통합교육에 관한 특별법을 제출한 서울맹학교의 유새봄 어린이의원이 법률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면서 장애아동들과 비장애 아동들이 어릴 때부터 자주 만나 자연스럽게 어울려 생활한다면 편견 없이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본회의장은 박수가 울려 퍼졌다. 한 어린이의원은 자주 만나 자연스럽게 어울려 생활한다면 편견 없이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유새봄 어린이의원의 법률안 내용은 모든 법이 추구할 정신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였다.

 

 

위대한 시민으로 자라고 있는 대한민국 어린이


  “저는 정치를 어른들의 전유물로 알아왔습니다. 정치는 대학에 가서 배우는 전문적인 것이며, 우리들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곳에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법은 사람들의 삶과 실제 생활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하고,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살펴 법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저 같은 초등학생들도 정치의 주인이죠.”
우수법률안을 발표한 어린이의원에게 오늘 참여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을 했다. 순간 2005년부터 프랑스의 어린이의회를 모델로 하여 시작된 대한민국 어린이국회가 프랑스 어린이의회에 뒤지지 않는 민주주의의 장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프랑스에서는 1994년 이후 매년 5, 6월 중 토요일 하루 동안 전국의 어린이들이 하원 회의장인 부르봉 궁(palais bourbon)에 모여 회의를 개최한다. 당일 회의장에 참석한 어린이들은 그저 어린 아이가 아닌 어린이 시민(enfant citoyen)으로 국회의원을 대신하여 의원의 자격으로 참석한다. 비록 하루 동안이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이 되어 국회의원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인 법을 만드는 경험을 한다. 어린이의회 당일 활동은 상임의원회와 본회의로 나누어지는데, 상임의원회의에서는 동료 어린이의원들이 제출한 법률안 10개를 심의, 토론한 뒤 우수법안 3개를 선정하여 본회의에 상정하는 일을 한다. 한편 본회의에서는 의장과 교육부 장관에 대한 질의가 있고, 상임의원회에서 상정한 3개 법률안의 내용 설명을 들은 뒤 그 해 어린이의회 최우수법안을 선정한다.


  대한민국 어린이국회도 이 모델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프랑스 모델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어린이의회를 진행하게 된 기본을 구현하려고 했다. 프랑스에서 어린이의회를 시작할 때, 이론 중심의 지식습득이 아닌,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고 토론해 가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했다. 이러한 참여 민주주의의 정신이 십여년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어린이국회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학생들은 직접 법률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단순히 입법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을 통해 여러 사회현상들에 대한 시각과 견해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간다. 이미 한국의 어린이들도 위대한 민주시민으로 자라고 있었다.


  물론 프랑스의 어린이의회에 비교해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도 있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안을 만들고, 우수법률안을 선정하는 데 그치지만, 프랑스는 선정된 최우수 법률안이 당선 학교가 속해 있는 지역구 의원의 주도로 법제화 과정을 거쳐 프랑스 공화국의 법률로 만들어질 기회가 주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프랑스는 체험과 실제 국회 운영의 경계를 넘어서려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어린이들만의 국회체험으로 끝난다. 진로, 민주시민교육 등과 연관해서 우리나라의 어린이국회도 실제 국회의원과 우수 법률이 입법화될 수 있는 과정 등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토크빌이 대한민국 어린이국회를 방문한다면


  2018년 토크빌이 대한민국을 방문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라볼까? 광장을 채우는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 전체에 잠시도 쉬지 않는 활기, 충만한 힘, 그리고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기적을 낳을 수 있는 에너지라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장점들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거리의 민주주의, 저항의 민주주의가 일상의 민주주의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어린이국회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판단력을 기르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어린이국회가 토크빌에게 다음과 같이 소개되길 바란다.


  “대한민국 어린이국회의 모토는 분명합니다. 어린이국회를 통해 미래의 훌륭한 민주시민을 키우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시민교육은 촛불혁명을 계기로 저항의 민주주의에서 일상의 민주주의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 민주시민교육이 있고, 대표적인 예가 대한민국 어린이국회입니다. 프랑스의 어린이의회를 모델로 했다는 대한민국 어린이국회는 가르치는 민주주의를 넘어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참여하면서, 민주주의를 교육하는 장으로서 이미 모델인 프랑스를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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