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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혁신교육지구_ 서울남부교육지원청 마을이 곧 학교다

글_ 이순이 본지 편집장

 


문래창작예술촌에서 목공체험하는 서울영원중학교 학생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서울 혁신교육은 교육청, 서울시, 자치구, 지역주민 학교가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교육격차 해소와 공교육혁신을 위한 마을교육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학생-학교가 상호작용하는 학교현장이 구심점이 되고 마을은 준비된 조력자로서 함께 한다. 마을이 교육의 4주체(학생, 학부모, 교사, 마을)로 활동하게 되면서 학교와 마을이 상생하는 교육생태계가 조성되고 학교교육을 지원함으로써 온전한 배움과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마을과 학교가 결합한다면, ‘오류중학교’처럼
  서울 혁신교육은 교육격차 해소와 공교육혁신이라는 두 개의 큰 줄기에서 출발한다. 서울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는 서울지역에서 교육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손꼽힌다. 그 중에서도 오류중학교(교장 윤여복)는 구로구 관내에서도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교로 2011년에 혁신학교로 지정받았다.
  “선생님의 열정과 학교의 노력만으로 아이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윤여복 교장은 학교와 마을의 협력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마을결합형학교이기도 한 오류중은 학교와 마을의 전면적인 협력을 통해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융합교육을 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삶에 기반한 수업과 평가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 혁신을 꾀하고 있다. 즉, 교원-학부모-학생-마을주민이 함께 하는 온 마을 교육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는 것.
  오류중은 올 2월 학교-마을-학부모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미래협력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와 마을(동네)이 소통한다는 뜻을 담은 ‘오동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규 교과와 융합한 통합수업을 비롯해 마을과 함께하는 동아리 운영,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식을 앞둔 학기말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최윤희 교사는 “원거리에서 출퇴근하는 선생님들은 마을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른다.”며 “교사 대상의 ‘마을이해 연수’가 오동통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오류중은 오동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을교사(강사), 고척도서관, 한옥도서관의 도움을 받아 정규 교과와 연계한 비경쟁 독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 사랑, 정의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그림책, 동화책 위주로 도서를 선정하여 함께 읽고 모둠원끼리 책의 내용을 분석하고 감상을 이야기하며 소중한 가치를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고척도서관과 연계한 홍시 프로젝트(서울시교육청-서울시 교육협력 마을결합형 도서관 사업)는 느슨해지기 쉬운 학기말에  유용하다. 지난 7월 16일에는 강인석 시인(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 강사)과 함께한 마지막차시 수업이 미니 콘서트형태로 열렸다. 그동안 시인과의 대화를 통해 시를 이해하고 작시를 경험했던 아이들이 이날은 자작시를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미정 사서는 “자작시에는 아이들의 학교생활, 일상생활, 부모님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문학적 역량은 부족하지만 그동안 가슴에만 담아두었던 내면의 상처를 자작시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상처를 치유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밖에도 학교-연계 교육과정으로 구로 아이쿱생협에서 ‘사회적경제와 식품안전’을, 구로 학교안전사회적협동조합에서 ‘성인권교육’, 구로 노동자지원센터에서 ‘노동인권교육’, 놀이연구회 ‘통통’에서 국어/한문수업과 융합하여 ‘전통놀이’도 진행한다. 마을자원이 결합된 ‘달려라 마을 캠프’는 교사들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웠던 교육활동. 마을교사의 도움으로 마을 곳곳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전통놀이 체험, 마을 나들이, 물풀들이기 공예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마을에서 받기만 하던 아이들이 어느덧 성장하여 매달 정화활동을 벌이고 혼자 사는 어르신들과 한 가정이 연계되어 가족 봉사활동도 해오고 있다.
  “우리학교의 목표는 아이들의 안전한 돌봄입니다. 이 아이들이 학교 공간에 머물면서 마을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여복 교장의 설명이다.

오류중에서 마을강사가 생존가방 꾸리기 교육을 하고 있다.

 

오류중-고척도서관 연계 홍시 프로젝트

 

예술가와 만나는 곳, ‘문래창작예술촌’
  영등포혁신교육지구에서는 학교와 마을이 연계된 이색적인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진다. 초등 5학년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을 지원하는가 하면,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진로직업체험과 연계하여 ‘예술가 만남’이 이뤄진다. 문래창작예술촌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30명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자유학기제 진로직업체험으로 지난해에는 5개의 중학교가 참여했으며, 올해에는 8개의 중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 17일, 한여름의 무더위를 뚫고 서울영원중학교(교장 박상태) 1학년 학생들이 진로직업체험활동을 위해 문래창작예술촌을 찾았다. ‘예술가 만남’은 영등포구 문래동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이해하는데서 시작된다. 영등포구 문래동의 역사, 산업, 문화적 의미를 설명한 후 사전 신청한 공간으로 이동하여 진로체험을 진행하였다. 공방의 규모에 따라 4~10명 이내 소그룹으로 이뤄지며 각 분야의 예술가가 직접 자신의 공방에서 가르친다는 것이 특색 있다.
  나무와 목공작업의 쓰임새에 대해 알아보고 목공도구로 뚝딱 소품 만들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문래캠퍼스 공방의 ‘맛보기 목공체험’을 비롯해 문래숲 공방에서는 나무를 이용해 얼굴모양 소품 만들기에 도전한다. Momu 공방에서는 기본적인 가죽의 종류를 알아보고 직접 간단한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으며, 시인이 운영하는 청색종이 책방에서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DIY노트를 만들어 본다.
  예술가와 함께 하기에 매 순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소중한 체험을 하고 있으며, 삶과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예술가와의 소통은 청소년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죽공예를 처음 해 본다는 최효정 학생은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바느질을 완성했다.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가죽지갑을 만들면서 공예가라는 직업을 한 번 생각해 봤다.”며, 가죽공예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정보라 가죽공예가는 “가죽공예는 집중하지 않으면 구멍을 잘못 뚫기도 하고 바느질이 예쁘지 않게 될 수도 있어 아이들이 신중하게 만든다.”며 “생소한 소재인 만큼 아이들이 더 정성을 들여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목공체험에 나섰던 박수민 학생은 “못을 박고 드릴을 사용하는 게 처음이라서 살짝 두렵기도 했는데,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금방 익숙해졌다. 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것은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문래창작예술촌에서 학교-마을 연계 문화예술교육을 해오고 있는 마을예술창작소 임채휘 씨는 “문래동은 살아있는 산업화 박물관”이라고 소개한다. 문래동 골목골목에는 산업 현장과 문화예술 공간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고민은 문래동의 마을자원을 어떻게 교육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임채휘 씨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약간 전환해서 교육으로 가져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래창작예술촌의 자유학기제 진로직업체험을 계기로 더욱 깊이 있는 교육을 원하는 아이들은 학교와 마을을 연계한 ‘마을 방과후학교’에 참여할 수 있다. 마을 중심 활동 공간(12개소)과 문래창작예술촌(12개소) 24개의 거점을 이용하여 마을학교와 마을교사가 아이들에게 삶의 경험과 지혜를 전달하고 있다. 마을 방과후학교는 학교가 아닌 마을공간에서 이뤄지는 전문예술활동 중심의 수업으로 교육이 아닌 쉼과 여유를 주는 마을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임채휘 씨는 “특별한 아이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거나 문화예술적 스킬을 가르치는 수업도 있지만 그보다 아이들의 다양한 고민과 삶을 함께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마을학교가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문래창작예술촌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임채휘 씨와 진로직업체험에 나선 서울영원중 학생들. 문래창작예술촌은 살아있는 산업박물관이다.

 

서울영원중 학생들의 가죽공예 체험

 

얼굴모양으로 소품을 만드는 문래숲 공방

 

자신의 향기를 담은 디퓨져를 만드는 아이들

 

학부모 안전연극단 ‘맘마미아’
  마을교육생태계를 조성함에 학부모의 참여도 매우 활발하다. 영등포구의 ‘맘마미아 안전교실’은 학부모들이 직접 연극단을 꾸려 학교로 찾아가 학급별로 안전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강의식 교육방법에서 벗어나 초등학교 1학년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하는 ‘안전연극교실’이다. 영등포구에서 활동하는 청년 연극인의 지도를 받으며 6개월 이상 대본작성에서부터 율동, 노래연습까지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은 학부모들이 3년째 학교 무대에 서고 있다.
  영등포혁신교육지구 김숙희(마을학교분과장) 씨는 “학교 단위의 공연은 말 그대로 관람 수준이다.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급별로 실시하고 있으며 2명의 스텝과 4명의 배우가 참여하고 있다.”며 “연극공연 후에는 아이들과 토론도 벌인다.”고 소개한다.
  마을학교 강사(마을교사)를 양성하는 것도 마을교육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요한 일이다. 학부모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은퇴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108명이 마을교사양성과정을 수료했으며, 이 중에서 60여 명은 마을강사로 ‘마을 방과후학교’를 비롯해 초등3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고장탐방’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학생-학교가 상호작용하는 학교현장이 구심점이 되고 마을은 준비된 조력자로서 함께한다. 마을이 교육의 4주체(학생, 학부모, 교사, 마을)로 활동하게 되면서 학교와 마을이 상생하는 교육생태계가 조성되고 학교교육을 지원함으로써 온전한 배움과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마을교육생태계가 촘촘하게 완성된다. 

 

영등포구 학부모로 구성된 맘마미아 연극단의 ‘안전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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