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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밀알학교 특수학교의 재발견 주민이 오고 가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글_ 편집실

 

특수학교 설립이 난항을 겪으면서 장애아동 학부모가 무릎을 꿇고 읍소하는 장면은 사회적으로 크게 공분을 샀다.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주민들의 편안한 쉼터가 된 특수학교가 있다. 서울 강남 일원동 아파트 숲에 들어 선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학교, 밀알학교(교장 최병우)가 바로 그곳이다.


  평일 오후, 학교는 오고 가는 지역주민들로 북적였다. 교문이 사라진 정문을 지나자 내부를 투명하게 비추는 유리벽 건물이 쉬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1층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도예 명가의 ‘도자전’은 지역주민은 물론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예술의 장. 이어진 제과점과 카페에는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는 이들이 자리를 매웠다.
  “조용히 독서를 즐기러 왔다.”거나 “주로 약속장소로 이용한다.”는 주민들. 20년째 인근에 살고 있다는 한 토박이 주민은
“일주일에 여러 번 온다. 카페도 이용하고, 교회예배를 학교 강당에서 올리기도 한다. 특수학교라기보다는 문화공간이다.”라며 웃는다. 친구와 약속으로 이곳을 처음 찾은 이도 “특수학교라니 놀랍다. 오픈돼 있어서인지 전혀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미술관·음악홀·카페 등… 지역주민 ‘문화공간’으로
  “장애학생보다 비장애인이 더 많이 오가는 공간입니다. 학교 체육관은 매월 약 4,000명의 지역주민이 이용하고 있고, 카페와 음악홀, 미술관 등을 다녀가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지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 지역주민과 어우러진 학교는 밀알학교의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은 밀알학교를 지역사회의 일부라고 했다.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라는 시선은 이곳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학교 설립을 거세게 반대한 과거가 회자되는 걸 꺼려할 정도”로 지역주민의 의식이 성숙했다.
  1997년 문을 연 밀알학교는 자폐아와 발달장애 아동의 재활과 교육을 돕는 특수학교다. 남서울은혜교회가 중심이 돼 학교를 건축하고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하면서 설립됐다. 현재 는 초·중·고 각 2개 학급과 4개 전공과에서 210여 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특수학교는 문을 꼭 닫고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깊숙한 곳에 있어야 하는 시설로 여겨졌어요. 특히, 자폐아동의 경우 사람들이 무서워하기도 했지요.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2014년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최병우 교장은 밀알학교 개교를 도운 초대위원이다. 당시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며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고, 구청장까지 가세했다. 주민들이 나서 106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거는 등 숱한 어려움이 따랐지만, 학교가 문을 열고 주민들에게 다가서자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곳으로 거듭났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벽 건물.
‘개방형’ 건축 구조는 누구나 편히 오갈 수 있도록 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학교로

전공과 카페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는 학부모들

주민들이 편히 오가는 지하 1층 카페


  밀알학교는 우선, 학교운동회는 물론 교내 모든 행사에 지역주민을 초대했다. “모든 편견과 오해는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학교 문턱을 낮추려 노력했다. 인근 초·중·고등학교와 10년이 넘은 지금도 통합교육에 나서고 있는 한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교육활동을 도와줄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지역 아파트 부녀회 또는 지역 유선방송으로 홍보하며 발로 뛴 결과 백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지금까지도 자원봉사자는 100여 명. 이들은 일정 기간 교육을 받은 후 지역 내 장애인식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밀알학교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를 표방해 왔다. 그 생각은 학교 건물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모든 교실이 복도와 연결돼 한 공간에 머물고, 사방을 넓은 유리벽으로 감싸 내부를 투명하게 비추자 누구나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최적화된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개방형’ 구조는 1999년 대한민국 100대 건물로 선정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증축된 각종 시설들도 지역사회를 위해 문을 활짝 열었다.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체육관은 지역주민을 위한 행사장으로, 교내 인라인 스케이트장은 유·초등학교의 체육활동을 돕는다.
  2주마다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 연중 무료로 개방하는 밀알 갤러리 외에도 420석 규모의 음악홀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정기 음악회가 무료로 열린다. 홀 벽면은 사면이 도자기 벽화로 장식되어 있는데 전문 음악홀 못지않은 음향 효과를 자랑한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카페와 제과점, 학교 도예실도 매주 월요일에는 지역주민들의 도예 공방으로 개방하고 있다.

 

재능기부로 선순환 구조 만들다
  지난해부터는 지역사회와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꾸리고 교내 판매점인 ‘꿈이 있는 가게’를 활발히 운영 중이다. 장애아동과 학부모가 만든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판매하면서 “직업교육에도 톡톡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공과 학생들이 배우는 카페에서는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이 언제든지 와서 바리스타 과정을 배울 수 있다.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하면 다시 재능기부를 통해 학교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다. 9월부터 틈틈이 바리스타를 배우고 있는 박영주(39) 씨는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재능기부 할 생각에 기쁘게 배운다.”며 “엄마들이 와서 차도 마시고 즐거워한다. 학교가 학부모를 위해 문을 활짝 열고 있다.”고 말한다. 이사야 전공과 교사는 “10~15분 정도 꾸준히 배우고 계신다.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성취감도 크다.”고 덧붙였다.
  도예와 바리스타 과정에 참여하는 인원은 30여 명. 학생들이 모두 하교하는 오후 3시 이후에도 밀알학교가 여전히 활기찬 이유다. 서은선 부장교사는 말한다.
  “우리는 ‘불편한 행복’이라고 부릅니다. 남을 위한 배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행복, 밀알학교를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은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느끼는 더 큰 행복에 크게 감사하고 있지요.”

    장애치료를 위한 감각통합실

    지역주민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협동조합 ‘꿈이 있는 가게’

    지역주민을 위해 정기 공연을 여는 음악홀


전환교육에 효과 커… 교육공동체 만든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면서 장애학생들의 교육에 더 큰 효과가 나타났다. 사회적응을 위한 전환교육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된 것. 지역 내 14개 기관과 MOU를 체결함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이해로 사회적응훈련이 용이해졌다. 인근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이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고, 맞은편에 서울삼성의료원이 있어 물리적 여건도 안성맞춤. 이로 인해 전공과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신뢰를 얻기 위해 학교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예산 편성부터 통학버스 운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교 활동에 지역사회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두고 투명하게 운영한다. 특히 누구나 방문하면 학교를 둘러볼 수 있는 ‘라운딩 코스’를 만들어 교육 활동을 공개하고 있다. 최 교장은 말한다.
  “지역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퇴직자를 비롯한 지역 내 인적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재능기부의 길을 넓히고자 하지요. 장애학생을 위한 시설뿐 아니라 직업훈련 등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복합공간으로 이끌어 가겠습니다.”

 

인근 유·초등학생들의 체력 훈련을 돕는 인라인 스케이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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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

 

“특수학교 설립은 우리 학생들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우리 학생들의 교육권 확보를 위한 국가 책무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할 때이지요.”
최병우 교장

최병우 교장은 얼마 전 특수학교 설립이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힌 사건을 접하며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수학교가 더 이상 장애아동만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학교로, 지역주민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밀알학교는 지역사회에서 어떤 의미인가.
특수교육을 이해하는 데 전환점이 됐다. 20년 전만 해도 특수학교가 지역사회 속에, 지역주민과 어우러진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과 노력 끝에 이제는 지역사회의 일부로, 더 이상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생각하지 않도록 만든 일이다.


Q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가 된 비결이 있다면.
밀알학교는 ‘24시간 개방’을 목표로 한다.
학교 행사에 지역주민을 초대하고 자원봉사자로 활용하여 특수학교 인식을 개선했다. 이외에도 지역주민을 위해 학교시설을 개방하는 한편 문화복합공간으로 구축해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했다.


Q 특수학교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해법은 무엇인가.
특수학교가 더 이상 문을 꼭꼭 걸어 잠그면 안 된다.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위해 문을 열고 소통해야 한다. 또한, 특수교육시설은 국가가 적극 개입해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근거리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