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인천과학고등학교 매년 이공계 진학률 94% 이상, 창의과학인재 양성

글_ 이경화 명예기자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이날은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과학 기술 유공자를 표창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날이다. 급격하게 달라지는 미래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 과학 기술의 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이 때문에 과학고와 과학영재고는 미래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과학고 졸업생 중 15%가 타 학부로 진학하고 있는 현실에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 이공계 진학률이 높다는 이유로 주목받고 있는 과학고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졸업생 76명 중 72명(94.7%)이 이공계로 진학한 인천과학고등학교(교장 이용우)는 단연 눈에 띈다. 


  이용우 교장은 “과학고는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이 국비로 지원되기 때문에 입학전형에서부터 이공계 진학에 대한 꿈과 열정이 없으면 지원하지 말 것을 명기했다.”라고 설명한다.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에 자리한 인천과학고는 인천국제고,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과학정보원 및 인천학생과학관, 인천시교육청 연수원과 한 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최첨단 기기를 보유한 건물 세 동, 기숙사, 급식센터 등을 갖춘 명실상부한 과학인재 양성의 산실이지만, 1994년 개교 당시에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곳에서 교사로 있었던 이용우 교장과 김중철 교감은 2000년 영종대교가 개통되기 전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배를 타고 등교하던 시절을 전했다. 김중철 교감은 “날씨가 궂으면 제시간에 배가 뜨지 않아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며 “우리 학생들은 해양훈련도 했다.”라고 추억했다. 정태희 교무부장은 “인천과학고는 인근 학교들 중에서도 역사가 깊다.”라며 이는 매우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천과학고 출신을 ‘인곽인’으로 부르는데, 학생들은 매년 해외탐방이나 국내 대학 탐방을 통해 인곽인 선배들을 만남으로써 더 큰 꿈을 키워 왔다.”라고 설명했다. 



인천과학고 2학년 4반 교실의 수학Ⅱ 수업  시간. 벡터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논의하는 수업이 한창이다인천과학고 2학년 4반 교실의 수학Ⅱ 수업 시간. 벡터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논의하는 수업이 한창이다




과정중심의 미래교육

  “발표시간은 각 조마다 5분씩”


 “선생님, 1분만 더 시간 주세요.”


  “저희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벡터로 표현하는 방식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컴퓨터가 이미지 자료를 인식하는 것은 벡터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선형대수학에서 벡터는 요소들의 집합으로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벡터와 행렬, 선형대수학이 난무하는 이곳은 인천과학고 2학년 4반 교실, 수학Ⅱ 수업 시간이다. 과학 기술 전문가들이 AI(인공지능)시대에 AI 기술의 기본 바탕이 되는 것으로 꼽은 벡터와 행렬이지만,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에서는 ‘수포자’를 양산한다며 벡터 교과과정 일부가 필수과목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인천과학고 교정에서는 2학년 과정에서 벡터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논의하는 수업이 한창이다. 


  일반적인 교수법처럼 교사가 수업한 뒤 학생들이 질문하는 형태가 아니라 거꾸로 교수법이라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접목한 수업이다. 플립러닝은 학생들이 미리 온라인으로 기본개념을 숙지해 오면 이를 토대로 토의, 토론, 실습, 프로젝트, 문제해결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딥러닝(Deep Learning)의 토대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인천과학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의 미래형 교육혁신 선도학교로 선정됐다. 이번 미래형 교육혁신 선도학교 프로젝트는 4차 산업혁명 및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급격한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기획되었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비대면 학습, 플립러닝, 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 과정 중심의 교육혁신 모델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인천과학고에서는 ‘수 과학 역량 강화 및 미래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곽 FUTURE 스쿨 모형 개발’을 주제로 선도학교에 지정됐다. 이용우 교장은 “선생님들의 열정 속에 다양한 교육혁신 모델을 개발해 미래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인천과학고 2학년 4반 교실의 수학Ⅱ 수업  시간. 벡터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논의하는 수업이 한창이다인천과학고 2학년 4반 교실의 수학Ⅱ 수업 시간. 벡터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논의하는 수업이 한창이다


기사 이미지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

  ‘자주, 창의, 덕성’ 인천과학고의 교훈이다. 신관 증축 전에는 본관, 후관으로 나뉘어졌다면 이제는 자주동, 창의동, 덕성동으로 각 건물은 이름을 부여받았다. 이용우 교장은 “신입생은 덕성동에서 공부하면서 덕성을 키우고, 2학년 때는 창의동에서 다양한 연구활동을 창의적으로 진행하고, 3학년이 주로 생활하게 될 신관 자주동은 당당하게 자주적으로 인생과 세상을 살아가라는 뜻으로 이름을 붙여 보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교장은 “신관 증축을 적극 추진한 덕분에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기에 효과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덕성동에는 중정을 지나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지구과학실, 편광현미경실, 주사전자현미경실, 3D프린터로 창작이 가능한 무한 상상실, 공작실 및 천문대, 독서카페, 역사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창의동은 각 층마다 화학계열, 물리계열, 생물계열 등으로 나눠 일반실험실에서 심화실험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또 풍동실험실, 초고속카메라 촬영실, 적외선 카메라실 등 30개에 달하는 특별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첨단 기자재를 활용한 실험, 실습, 탐구활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과목별 세미나실도 마련해 학생들의 R&E(Research & Education)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하대와 업무협약을 통해 학생들의 연구활동에 대학 교수진 및 연구소의 자문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물리, 지구과학, 생물 등 분야별 학술동아리와 농구반, 밴드반, 연극반 등 취미동아리, 올림피아드 및 각종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동아리, 도서, 정보, 종교, 봉사, 환경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것도 인상 깊다. 


  정보 전공인 이예빈(2학년) 학생은 “모두들 동아리 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다.”라며 “3D프린터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축제나 학술제 등 학교 행사가 많이 취소되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밴드 동아리 ‘차랑’의 기타리스트인 임종민(2학년) 학생은 “기타를 좋아하기 때문에 소리와 관련된 물리 공부를 더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태희 교무부장은 “재학생들은 필수적으로 진로 관련 학술동아리 1개, 취미동아리 1개를 활동하도록 한다.”라며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도 기르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창의적인 과학인’ 학교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암석에 쓰여 있는 문구다.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이 가득한 인천과학고에 어울리는 우직함이 느껴진다. 학생이 자유롭고 교사와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는 인천과학고의 하루를 엿보다 보니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이 멀지 않았음을 기대하게 된다.  



학생들은 첨단 기자재를  활용한 실험, 실습,  탐구활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첨단 기자재를 활용한 실험, 실습, 탐구활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Mini Interview




이용우 교장선생님

이용우 교장선생님


Q1 다목적 강당 건물 증축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2017년 9월 교장 임기를 여기서 시작했다. 이곳에서 교사 생활을 한 후 10년 만에 돌아왔는데도 교실 환경의 변화가 없었다. 소프트웨어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뒷받침되어 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연구하기 편안한 환경에서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청의 지원으로 8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신축할 수 있었다.


Q2 인천과학고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

‘기보치원(驥步緻遠)’,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사자성어를 마음에 새긴다. 학생들에게는 바른 인성을 가지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정의로운 리더가 되기를 늘 강조한다. 인천과학고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 속에서 재능을 키워 앞으로 나라를 위해 쓸 수 있기를 바란다. 




기사 이미지

권상순 교사 수학Ⅱ 담당


Q  인천과학고 학생들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2017년 이곳에 왔지만, 그전에도 특목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학교마다 확연하게 학생들의 스타일이 다르다. 특히 수학이라는 과목이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계열에 따른 특성이 더 도드라진다. 인천과학고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수업할 때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 어려운 수업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 선생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 곳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강찬영 학생 2학년 


Q1 인천과학고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일방적인 수업이 아니라 학생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분위기가 가장 좋다. R&E, 전람회 활동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도와주신다. 


Q2 앞으로의 계획은?

그레고리 페렐만이라는 수학자가 롤모델이다. 난제를 풀고 그 대가로 주어지는 상금을 거부하고 순수하게 수학을 좋아하는 점, 학문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점을 본받고 싶다. 원래 수학을 좋아했고, 수학을 깊게 공부하고 싶어서 과학고에 진학했다. 앞으로도 자연과학 쪽 정통 수학을 공부하고 싶다. 


Q3 과학고 진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학고는 과학이나 수학 연구에 심화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학우들과 함께 하는 연구 활동에 무임승차는 없다. 선행학습보다 학문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더 중요하다. 무엇이든 적극적이고 깊이 생각하는 탐구 정신이 필요하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