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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마을이 함께 펼치는 교육
 

 충북 안내초등학교


 전교생 39명의 작은 학교인 안내초등학교(교장 김영임)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해 마을 현판 만들기, 마을교육 교과서 제작, 마을 벽화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학생 한명 한명을 사랑으로 대하는 열정적인 교사들과 학부모, 마을 주민은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작은 학교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마을과 함께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는 안내초에 다녀왔다.


글 양지선 기자



 충북 옥천군의 작은 시골 마을 안내면에는 알록달록 예쁘게 색을 입은 학교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겨운 마을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이곳은 안내초등학교다. 학교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니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커다란 고래가 학교를 품고 있다. 더 높고 멀리 날아갈 아이들의 꿈을 담은 모양이다. 건물 옆으로 눈을 돌리면 담장을 따라 그려진 전래동화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학교 건물과 담장을 물들인 벽화는 안내초 아이들이 최고로 내세우는 자랑거리다. 


 “학교 건물에 있는 예쁜 고래 보셨어요? 벽화는 저희가 직접 색을 칠한 거예요. 안내면에 내려오는 전래동화를 주제로 꾸민 건데,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운 동화도 많이 알게 됐어요.” 


 4학년 승하는 학교에 다니며 마을에 대해 새롭게 배운 점이 많다고 얘기한다.


 손바닥에 페인트를 묻혀 벽화를 꾸민 안내초 4학년 아이들과 이종효 마을교사(사진 왼쪽 위), 정유호 교사



마을 곳곳을 도화지 삼아 작품을 그려낸 아이들
 학교 안 곳곳을 도화지 삼아 페인트를 든 아이들은 이제 교문을 넘어 마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은 마을 양조장 옆 골목에 그려놓은 벽화에 코팅작업을 하는 날. 아이들은 익숙한 듯 우비를 챙겨입고, 비닐 덧신을 신어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단단히 무장했다. 저마다 밀대를 하나씩 들고 준비하는 모양이 전문 화가 못지않다.


 “페인트를 밀대에 골고루 바른 다음에 천천히, 위아래로 평평하게 발라야 해. 신난다고 막 칠하면 얼굴에 튀겠지? 입이나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바르고.”


 이날 마을교사로 나선 이종효 씨는 안내초 졸업생이자, 마을로 귀농한 만 32세의 청년 CEO다. 안내면 초입에 있는 카페를 운영하는 이 씨는 학교에 ‘마을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도시에 비해 교육·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만큼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지역사회와 연계할 활동을 고민해온 학교도 화답했다. 그 결과 마을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는 충청북도교육청의 ‘충북행복교육지구’ 사업에 선정되며 학생들과 함께 4년째 안내면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마을주민이 교사로,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
 안내초에는 이종효 씨 외에도 주민들이 함께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특히 안내초 마을교육 교과서 <다함께 돌자 안내 한바퀴>를 교재로 활용하며 마을 주민이 일일교사로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함께 돌자 안내 한바퀴>는 안내초 교사와 학생, 지역주민이 함께 만든 마을교육자료로 안내면의 유래와 특산물, 인물, 축제, 박물관 등 마을의 이모저모를 담고 있다. 올해는 부득이하게 코로나19 때문에 체험학습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일일교사로 나선 안내면 답양리 이요셉 이장의 수업을 통해 가산사와 중봉 조헌 선생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4학년 도현이는 “3년 전에 가산사에 체험학습을 갔었는데, 이번에 배우고 나서 다시 가보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라며 “마을교육 시간이 다른 과목 수업보다 더 재밌다.”라고 말했다.


 정유호 교사는 지역연계 활동의 교육적 효과로 아이들의 애향심이 고취되고 주체성이 생긴다는 점을 꼽았다. “작은 시골이다 보니 어찌 보면 자기가 사는 곳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할 수도 있는데, 지역과 연계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마을을 더 사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높아지고 당당해졌다.”는 것이 정 교사의 설명이다. 


 7명의 반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정유호 교사는 2013년부터 8년째 안내초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가 오랫동안 이곳에 남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아이들이다. 


 “안내초 아이들은 다른 학교 아이들과는 좀 달라요. 밝고, 적극적이에요. 학생 한 명 한 명을 인간적으로 대하다 보니 엇나가는 경우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인지 선생님을 더 친근하게 생각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의 주체성을 기르기 좋은 학교예요.”
올해 연구부장을 맡은 정 교사는 역시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을 중점으로 교육활동을 구상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을 더 잘 이해시킬 수 있을지, 또 아이들이 마을을 떠나더라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일지 고려했다.”고 전한다. 올해 학생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활동은 안내면 체험마을 햇다래권역에서 지역특산물인 감자와 옥수수를 수확한 것. 아이들이 직접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는 공감대 형성
 그동안 안내초에서는 벽화 그리기, 마을 현판 제작하기, 마을돌봄교실 운영 등 다양한 마을연계 활동이 이뤄졌다. 안내면 이장단은 금강수계 지원사업으로 마을에 나오는 지원금 5천만 원을 모두 학교에 돌리고 있다. 학교와 마을의 돈독한 신뢰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영임 교장은 “안내면의 인구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학교가 우수한 환경과 교육과정을 갖춘다면 아이들이 늘어나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었다. 결국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라는 말에 주민들도 공감해주신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덕분에 올해 안내초는 전 교실을 전자칠판으로 교체하고, 학생들이 개인당 스마트패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내년에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해외 수학여행이나 어학연수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로 지정된 안내초는 올해로 4년간의 혁신학교 운영이 마무리된다. 그동안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을 실천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지역사회 연계 활동을 이어온 학교는 최근 교육부 주관 전국 농어촌 ‘참 좋은 작은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높은 만족도에 힘입어 최근 ‘행복씨앗학교’ 재지정을 신청했다. 앞으로의 4년은 지역교육을 이어가면서 교육과정 안에 관련 활동을 더욱 녹여낸다는 계획이다. 


안내면 답양리 이요셉 이장(사진2)이 마을교육 시간에 일일교사로 나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알록달록하게 색을 입은 안내초 건물 






 학교 안 곳곳을 도화지 삼아 페인트를 든 안내초 아이들은 이제 교문을 넘어 마을을 물들이고 있다. 담장을 따라 그려진 벽화는 안내면에 내려오는 전래동화를 주제로 한다



Interview with
김영임 안내초등학교 교장


Q 안내초 학생들은 어떤 아이들인가.
A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한 의지와 신뢰가 무척 강하다. 안내면에는 다문화·한부모 가정 학생의 비율이 높다. 가정에서의 빈구석을 선생님들이 잘 채워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어 한다. 방학 때도 90%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서 방과후활동을 진행할 정도였다. 결손가정에서도 아이들이 밝고 명랑하게 잘 자란 것을 보며, 학교에서 진행한 여러 프로젝트 활동이 아이들을 심적으로 안정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고, 살아있는 교육을 펼치는 것이 혁신학교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Q 4년간의 혁신학교 운영이 올해로 마무리된다.
A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여 공청회를 진행했는데, 내년도 혁신학교 재지정에 찬성했다. 선생님들은 주말도 반납하고 야간 학부모동아리 운영을 위해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계실 때도 많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를 보고 선생님들도 열정을 가지고 임하고 계신다.
내년부터 다시 4년간 ‘행복씨앗학교’ 운영이 새롭게 시작된다. 혁신학교의 교육과정을 맛본 아이들은 졸업 후 관내 중학교에 진학해 안내초 출신은 뭔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 기대한다.

Q 지역연계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이전에는 마을과 학교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 ‘행복씨앗학교’로 지정된 후 마을과 학교 연계교육을 구상하면서 학교가 먼저 마을에 뛰어들었다. 지역 축제에 아이들과 함께 참가하며 적극적으로 문을 열었더니, 마을 주민들도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 2016년 안내초에 부임해 올해 마지막 임기를 보내고 있는데, 안내초의 지역연계 활동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Q 안내초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한 계획은?
A 지난 5년간 학생 수를 40명 정도로 유지해오고 있다. 다만 올해 졸업생이 9명인데, 내년에는 신규로 5명이 들어온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전교생 평균 40명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 차원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먼저 교장 관사 터에 다세대주택을 짓고, 자녀가 있는 가정에 무상임대를 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마을에 3층 규모의 스마트복합시설이 구축된다.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 도서관 등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회관이 될 예정이다. 또, 옥천읍내에서 안내초로 진학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통학버스 운행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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