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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② - 늘봄학교 우수사례 대전호수초등학교 ‘우리 아이들’ 학교-마을에서 함께 키운다

글·사진 | 편집실



아파트 단지 안에 마련된 마을돌봄교실에서 호수초등학교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아파트 단지 안에 마련된 마을돌봄교실에서 호수초등학교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쌍둥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던 최승현 씨는 지난 1월 대전호수초등학교 입학설명회를 다녀온 후 큰 걱정거리를 덜었다. 첫째 아이를 초등돌봄교실에 보내고 만족도가 높았던 터라 쌍둥이 남매도 학교에서 운영하는 신입생 맞춤 새봄교실과 돌봄교실, 방과후학교에 보낼 계획이기 때문이다. 최 씨는 희망하는 신입생이 모두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어서 마음 편하게 남매의 입학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대신 아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날은 휴가를 내서라도 온라인 신청에 꼭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학부모의 돌봄 걱정 덜기 위해 학교-지역사회 머리를 맞대다


  대전광역시 서구에 자리한 호수초등학교(교장 김옥세)는 지난 2022년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가 한 울타리 안에 있는 복합화 시설로 만들어졌다. 신도시에 위치해 개교 당시 33학급이었던 학교는 해마다 학생 수가 늘어나 지난해에 5학급을 증설했고, 올해도 22개 교실을 늘릴 예정이다. 김옥세 교장은 당초 예상했던 18학급을 훨씬 웃도는 학생 수 때문에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학생 수가 94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학교인데다 학부모 대다수가 맞벌이 가정이고 다자녀 가정도 많아서 학교 돌봄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았다. 


  학부모들의 돌봄 걱정을 덜기 위해 호수초는 지난 1년 동안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했다.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외에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내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빈틈없는 돌봄을 제공하며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종합교육 프로그램이다.


  김 교장은 “개교 이후 교내에 모듈러 교실을 증축해 부족한 교실을 정비하고 나서도 학부모들의 돌봄 수요와 돌봄교실의 격차가 커서 문제였다.”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했다. 김 교장은 호수초 학부모들이 거주 중인 아파트 지역사회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했다. 시의원·주민자치위원회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아파트 단지 내 주민시설에 돌봄교실을 구축하기 위한 주민 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주민의 75%가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 인원의 80%가 찬성해 단지 내에 마을돌봄교실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이자 마을돌봄교실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유수지 학부모는 “돌봄시설의 혜택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맞벌이 가정도 아니고, 이미 양육이 끝나서 오히려 시설 이용에 불편을 느낄 수도 있는 세대에서도 마을의 아이들을 다 함께 키운다는 마음으로 주민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라며 “교장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지역 공동체와 소통해 주어서 마을돌봄교실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호수초는 교내에 돌봄전용교실 4실과 도서관에 돌봄교실 1실을 마련하는 등 5곳의 돌봄교실을 구축해 4명의 초등돌봄전담사가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마을돌봄이 이뤄지는 아파트 단지 안에 돌봄교실 2실과 방과후 프로그램 교실 3실을 구축했으며, 마을활동가 3명과 자원봉사자 15명이 1~4학년을 돌보고 있다. 


  학교는 시간대별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의 수요를 분석해 돌봄 시간이 짧은 초1을 위한 새봄교실, 저녁돌봄도 가능한 학교 돌봄교실, 저녁 일시 돌봄이 가능한 마을돌봄교실에 학생들을 분산 배치하고 학교와 마을 공간을 오가며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학교의 지원과 교육청 지원사업인 ‘마을로 찾아가는 돌봄교실 운영’ 사업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범 운영 기간에 88명(방학중 83명)의 학생들이 학교 내 돌봄교실을 이용했으며 마을돌봄교실에서는 50명의 학생이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다. 


  초등돌봄교실에서 미술특기 수업을 듣고 있던 예준희(2학년) 학생은 “아빠와 함께 아침 8시 30분에 돌봄교실로 등교한다.”라며 “방학 중이지만, 친구들과 그림도 그리고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라고 말한다. 같은 시간 마을돌봄교실에서는 입주민 도서관에서 호수반 학생들이 참여한 독서프로그램이 한창이다. 초1~2 학생이 자원봉사자에게 도서관 이용 방법과 규범을 배우며 책을 읽고 있다. 입주민들과 어울려 책을 읽고 난 학생들은 급식시간에 맞춰 마을돌봄교실로 이동한다. 마을돌봄교실 이용 학생에게 급식과 간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방학 동안 학생들은 직접 ‘예쁜 말 고운 말’ 인형극을 제작해 공연을 하고, 체육관에서 함께 운동을 즐기며 영화관람을 하는 등 특별 활동을 진행했다. 




돌봄교실 겸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다돌봄교실 겸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다.



1~2학년 돌봄은 학교 돌봄교실 위주로,3~6학년은 마을돌봄교실&자율동아리 지원


  올해 호수초 새봄교실은 4학급 77명으로 늘어났다. 새봄교실은 초1 학생이 안정적으로 학교에 적응하도록 돕는 에듀케어 집중지원 프로그램으로, 정규 교육과정이 끝난 후 오후 2시 30분까지 짧은 돌봄이 필요한 초1 맞춤형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한 학기 동안 64명이 이용했으며, 올해에는 부모의 맞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희망하는 모든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1년간 운영한다. 특히 놀이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프로그램 등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새봄교실 이후에도 돌봄이 필요한 학생은 학교 돌봄교실과 마을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다. 이동은 자유로운 편이며, 마을돌봄교실에 있다가 학교로 이동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고, 주민센터에 마련된 방과후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도 있다. 학생이 학교와 마을 사이를 이동할 때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자원봉사자가 함께 움직인다. 올해는 방과후학교 학년별 이용률을 고려해 1~2학년은 학교 돌봄교실 위주로 배치하고, 3~6학년은 마을돌봄교실에 배치하고 안전 인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학교가 대전시 서구에서 지원하는 ‘다함께돌봄센터’로 지정되면서 돌봄 전문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김 교장은 “학부모들이 학교 돌봄교실과 마을돌봄교실 사이에 격차를 느낄 수 없도록 마을돌봄교실에서도 급식과 간식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창의보드게임, 방송댄스, 환경체험, 그림책놀이, 창의미술, 놀이체육 등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학년은 돌봄교실 내 자율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을돌봄교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인형으로 공연한 인형극 ‘예쁜 말 고운 말마을돌봄교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인형으로 공연한 인형극 ‘예쁜 말 고운 말'



양질의 프로그램 운영하는 늘봄학교, ‘시간돌봄’ 넘어 ‘마음돌봄’ 기대한다

  

  지자체와 협력해 호수초와 밀접한 인근 생태공원을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호수초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도심 속 생태와 기후환경 교육을 주제로 도안공원에서 진행한 ‘자연아 놀자’ 생태 탐방과 대전의 3대 하천에서 만날 수 있는 물고기를 채집하고 알아보는 대전 서구 ‘노루벌 탐사대’ 프로그램이 인기가 좋았다. 참가 학생들은 마을의 자연과 생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또 한국야구위원회와 함께 5학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티볼 교실’을 스포츠클럽과 연계해 운영하면서 체육활동에 대한 흥미를 높였다. 한남대와는 즉흥극, 플래시몹 등 영상 제작을 통해 창의력을 높이는 학생 주도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소셜벤처기업 ㈜맘이랜서와 함께 메타버스 체험, 바다쓰레기 줍기 게임 만들기 등 디지털 새싹 캠프를 통해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그 밖에도 학생들이 자율동아리를 통해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을 이뤄낼 수 있도록 토대를 제공했다. 학생들은 지역주민을 초청해 동아리 발표회와 전시회를 열었고, 이는 지역사회와 밀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지역·대학 연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외에도 학부모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바둑, 창의미술, 클레이아트, 바이올린, 방송댄스, 세계문화 등의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컴퓨터, 과학탐구, 코딩 등의 디지털·창의 프로그램, 주산암산, 교과수학, 놀이영어, 독서논술 등의 교과 보충 프로그램, 뉴스포츠, 축구, 음악줄넘기, 배드민턴과 같은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약 930명, 겨울방학에는 840여 명이 방과후학교를 이용했다.


  방과후학교를 담당하는 오종미 교사는 “우리 학교 방과후학교는 대학교 수강 신청 못지않게 경쟁률이 치열하다.”라며 “방과후 프로그램의 내실을 높이는 등 늘 학부모와 학교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개교 3주년을 맞이한 호수초. “이제는 질적 성장을 꾀할 때”라는 김 교장은 “늘봄학교를 통해 돌봄 수요를 해소했다면 이제는 학생 특성을 고려한 개별 돌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아교육 자격증 소지자 등 돌봄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한편, 끊임없이 학부모와 소통할 것”이라며 “앞으로 늘봄학교가 시간돌봄을 넘어 마음돌봄 단계에 안착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1~2학년은 학교 돌봄교실 중심으로 돌봄과 교육을  해오고 있다1~2학년은 학교 돌봄교실 중심으로 돌봄과 교육을 해오고 있다.




호수초 방과후 프로그램은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학생, 학부모로부터 인기가 많다. 바이올린 교실호수초 방과후 프로그램은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학생, 학부모로부터 인기가 많다. 바이올린 교실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학교에서 마을돌봄 교실로 이동하는 아이들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학교에서 마을돌봄 교실로 이동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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