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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교사제 다시보기

글_ 이인수 용화여고 교사, 교육학 박사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밝힌 ‘수습교사제’ 도입 관련 연구용역 발주 소식은 우리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단 교육청은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차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책의 당사자인 교대·사대생은 “힘들게 임용고사에 통과했는데, 또 평가라니”라는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수습교사제 도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10여 년 전부터 임용제도의 보완책으로 논의돼 왔으나 매번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었다.

 

 

교원의 자질 향상은 교육개혁의 핵심
  수습교사제는 교원 임용시험 합격자가 일정 기간 동안 수습교사로 일하면서 교사로서의 자질을 판단, 수업능력과 학교적응 여부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정교사로 임용하지 않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현행 교원임용제도와 교사양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보완하고자 하는데 의의가 있다. 일반적으로 초임교사는 경력교사에 비해 교육활동의 수행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초임교사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교사에 대한 준비교육으로서 수습교사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시행착오로 인해 학생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은 우수한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수습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공립학교 교사들은 각 교육구가 실시하는 전형 결과 임용이 결정되면, 대체로 1년 내지 2년 동안 수습교사로 고용되어 연수를 받아야 한다. 영국은 B.Ed.(Bachelor of Education, 교육학사 학위) 과정과 PGCE(Post Graduate Certificate in Education, 교육대학원과정 수료증) 과정, 그리고 15주의 교육실습을 이수한 후 교사 자격을 갖게 되면 1년 내지 2년(최저 1년) 동안 수습교사로 채용되어 연수를 받는다. 일본 역시 1989년 수습교사제가 도입되어 당해에는 초등학교, 1991년 중학교, 1992년에는 고등학교에서 실시되었다. 일본에서 수습교사는 학교에 배치되어 학급 또는 교과목을 담당하면서 1년간에 걸쳐 시행되고 있다.


  한편, 세계 각국은 교육개혁의 중심 목표로 ‘교육의 질’과 ‘커리큘럼의 질’을 내세우고 있다. 이 두 가지 목표는 결국 ‘교원의 자질 향상’으로 이어져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수습교사제는 교원의 자질 향상을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고, 교육수요자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개혁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앞서 교육당국이 수차례 수습교사제를 도입하려 시도했으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1999년 이해찬 당시 교육부 장관이 수습교사제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리고 2014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습교사제 도입을 추진, 교육 개혁 방안 중 하나로 교육부에 보고한 바 있다.

 


평가 전문성을 갖춘 교사의 부재
  수차례 도입 시도에도 실제 정책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첫째, 학교 현장의 수습교사 평가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 학교 현장에서 수습교사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려면 평가 전문성을 갖춘 교사의 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경우 새로운 평가 전문 교사의 양성에 따른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들의 지속적인 양성과 활용방안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둘째, 수습교사제 그 자체의 결함이 문제이다. 즉 단위학교에서 수습교사의 정교사 발령에 관련된 평가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일선 학교와 현장의 교사들에게 교원 양성과 선발의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수습교사제 도입을 위한 교육정책과 교육행정의 기반이 흔들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수습교사라는 한정된 지위에서 신임교원이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 얼마나 될 것인지, 그리고 단위학교별로 다른 환경 속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넷째, 수습교사제는 미발령 ‘교원임용시험 합격생’들의 처리 문제와 이미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예비교사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이유 등으로 수습교사제는 실제 도입되지 못하였다.

 

 

교사의 질 높이기 위해 고민할 때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바야흐로 우리 사회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 교사의 역량 강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수습교사제 도입 및 운영방안’ 연구 용역처럼 교육청 차원의 정책 개선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교육부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정책이 본질을 간과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될 필요가 있다. 수습교사제 도입 여부도 법령 개정을 통해 전국의 모든 교원임용시험 개선 방안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교대, 사대의 6년제 전환, 교육실습 기간의 연장, 교원 임용고사의 개선 등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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