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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이 우수한 교장을 담보할 수 있는가?

글_ 이인수 고등학교 교사, 고려대학교 교육학 박사

 


 

  교장공모제는 자격승진제도라는 골격을 유지하면서, 역량 있는 교사를 공모 과정을 통해 자격증과 관계없이 교장으로 임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본래 교장공모제 중 내부형 공모제는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일정 경력의 교사들에게 학교 관리자의 문호를 개방하여 교직사회를 활기차게 만들고 학교교육을 혁신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확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장공모제의 취지가 승진 교장제와 비교하여 공모라는 과정을 통해 학교구성원이 원하는 우수한 교장을 선발하여 개방적 리더십을 발휘하게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격증의 유무에 초점을 맞추고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가 교장이 되는 것을 무자격 교사가 교장이 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교장공모제의 축소 또는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교장공모제, 개방적 리더십 발휘 가능
  물론 교장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과정을 모두 폄훼하거나 교장 자격증을 가진 교사 모두를 교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자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교장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교직경력을 비롯해 부장교사, 교감 등의 경험을 하면서 중간 리더로서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증이 없는 교사들이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확대되어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학교교육을 혁신하는데 있어서 교장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미치기 때문에 내부형 공모제 교장이 확대되어야 한다. 현행법에서 교장은 초중등 교육법에 따라 교무통할에 관한 직무, 소속 교직원 지도 감독의 직무, 학생교육에 관한 직무를 고유의 권한으로 갖는다. 그런데 학교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교무통괄 권한, 학교교육 계획의 수립 및 집행, 관리, 학교 단위 전체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관리, 시설, 재무, 문서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학교구성원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는 수평적 리더십이며, 학교장의 교육철학과 비전이 학교구성원과의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승진제 교장보다 내부형 공모제 교장이 확대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내부형 공모제 교장은 행정가로서의 지도성보다 교육자로서의 지도성을 발휘하기에 적합하다. 수석교사제의 도입 취지처럼 승진제 교장은 관리자 또는 행정가로서 이미지가 강하였다. 그래서 자격승진제도 아래서 교장은 교육청으로부터 내려오는 지시사항의 이행에 치우친 학교경영을 하였다. 게다가 학교장 리더십의 핵심이 되는 학교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 부분에 가장 취약한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에 학교가 교육과정 중심으로 운영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부형 공모제 교장은 학교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학교혁신을 통한 특성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교육활동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던 교사가 교장이 되도록 함으로써 교장이 된 이후에도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제도이다.

 

 

변화된 리더십 구현에 더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임용되는 교장이 사회의 변화와 함께 변화된 리더십을 구현하기에 적합하다. 그동안 자격승진제 아래서 교장이 되기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 자체가 부끄러운 관리자가 되는 과정으로 인식되었다. 승진점수를 따기 위해 비민주적인 문화를 체득해야만 승진할 수 있었고 그러한 승진문화가 학교 의사결정 시스템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지나친 간섭이 지배하게 되고, 명령-지시 관계로 학교가 운영되면서 권위주의적 문화가 양산되었다.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공문을 놓치면 무능한 교사가 되는 등의 행정주의가 만연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장이 된 교장은 교사가 오직 수업과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매진할 수 있게 해주지 못했다. 반면에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직경력 15년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형 공모제의 경우, 교장이 되기 직전까지 가르치는 활동을 중심이 두면서, 학교가 교육과정 중심이 되는데 집중함으로써, 자연스레 학교장의 리더십도 학교관리가 아닌 교육과정 운영에 중심을 둘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공모라는 과정을 통해 리더십을 학교구성원들과 공유하면서, 구성원들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신뢰하게 되고, 학교교육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였다. 이러한 내부형 공모제 교장의 헌신과 학교 구성원의 강력한 지지는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그래서 비율이 제한되어 있지만,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다수의 자격증을 가지고 교장이 된 분들에게 위협이 되었다.


  그런데 교장공모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궁극적으로 학교교육을 혁신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고 기존의 자격증을 가진 승진교장제만이 옳다고 말하면서, 교장 자격증을 가진 교감만이 교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학교교육의 발전을 위해 다른 제도를 예외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며,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학교가 정치적 장이 되어 갈등만 양산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교가 특정 진영의 교사를 교장으로 임용시키려고 하면서, 공모과정의 투명성 및 공정성 문제가 애기 될 수 있다는 것이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교장공모제의 무분별한 시행으로 교장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자실을 검증받지 못한 무자격 교장의 양산이 예상된다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교장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교사 간 분열과 갈등의 증대로 혼란과 후유증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에 경도된 해석이다.

 

 

더 좋은 학교를 만드는 촉매제 역할
  물론 나는 자격증을 통해 교장이 되는 승진제도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행 교장, 교감 자격승진체제를 유지하면서, 이 안에서 근무평정을 비롯한 평가의 공정성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 시행중인 개방형 직제처럼 일부를 자격증이 없지만 유능하며 비전을 가진 경력교사에게 교장의 문호를 개방하여, 학교혁신을 위해 다양한 제도가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학교장이 학교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과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장공모제를 확대하여 교장 자격을 가지고 승진한 교장과 자격증 없이 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교장 사이에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더 좋은 학교를 만드는 데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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