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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를 넘어 나눔의 문화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중요한 전제는 집단이 공유하는 가치에 대해 상호 동의하여 사회유지를 위한 각종, 제도나 규범, 절차, 기준 등을 수립하고 이를 지켜나가려 노력할 때 가능하다. 그래서 타당한 제도를 수립하고 있지만, 이 속에서도 서로 삶의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도 남달라 물질중심 가치관, 비물질적 가치 지향성을 보인 사람 등 여러 다른 모습으로 자아실현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통제와 비자율적 행위보다는 자발적 참여과정을 통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행복의 가치는 커진다. 자아실현의 가치, 타인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집단공유성, 그리고 이타적 행동을 통해서 도움의 성과를 느끼게 하는 최고의 선이 바로 자원봉사활동이 아닐까 한다.

 

 

인간의 존재성을 깨닫는 최고의 교육
  그런데 인간은 이러한 자원봉사활동에 대해서 즐겁고, 뿌듯해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긍정적 가치를 얻게 되는 것일까? 아마도 이는 칸트의 정언명령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칸트는 사람은 행위의 형식이나 목적과 결과에 관계없이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할 도덕적 명령이 있다고 하였다. 어떠한 조건이나 수단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이 하고자 하는 것,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했고 그렇게 될 때 가장 큰 행복감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바로 자원봉사활동은 인간의 도덕적 가치를 기반으로 자아실현을 이루게 하는 욕구의 정점은 물론 공동체의 집단가치를 공유하려는 철학적 의미가 내재되어 있기에 인간다운 삶을 유지해 주는 효과적인 윤활유인 셈이다.


  자원봉사활동이 청소년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청소년은 자아실현을 위해 구체적 행동학습과 경험적 수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자원봉사활동은 학습목표와 자기성장, 집단공유성 등이 혼합된 교육적 요소이기에 청소년들이 그 시기에 반드시 실천해야 할 정언명령인 셈이다. 


  사실 청소년기에 교육이 필요한 이유로 미성숙과 가소성의 시기라는 전제가 통용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라 지칭되는 미래사회 변화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기에 변화와 혁신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청소년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지식교육의 한계를 지역사회의 현장에서 발견하도록 경험의 다원화는 청소년의 성장을 이루는 강력한 동력인 셈이다.


  청소년 봉사활동은 단순한 나눔이라는 수단을 넘어서 청소년이 인간으로서의 존재성을 깨닫도록 하는 최고의 교육적 요소라는데 이견은 없다. 그래서 존 듀이(John Dewey), 피아제(Jean Piaget), 레윈(Kurt Lewin), 콜브(David Kolb) 등 경험학습을 주창한 학자들은 “학생들이 바람직한 학습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간 및 지역 사회의 필요를 다루는 활동에 참여”해야 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하였다.

 

 

나눔문화 실천을 위한 전제 조건
  그런데 그동안 우리의 청소년 봉사활동은 가치중심적이기 보다는 수단과 결과중심적 관점에 매몰된 부분이 있었다. 입시와 상급학교 진학으로 청소년 봉사활동이 좋은 줄을 알면서도 참여를 확장하지 못하는 문제는 여전하다. 물론 다수의 청소년이 봉사활동에 열심히 참여는 한다. 학생부에 기록이 되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많다. 그럼에도 형식을 우선시한 청소년 봉사활동은 성장보다 현실적 지체상태로 문화적 캐즘(Cultural chasm)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봉사활동이 중요하지만 의무적인 형식은 가치수렴의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봉사활동이 중요하지만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 상태가 되어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따라서 청소년 봉사활동이 정체된 문화적 캐즘의 상태를 넘어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게 하는 진정한 나눔문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도록 청소년 봉사활동 활성화의 몇 가지 전제를 말해 본다.


  첫째, 청소년 봉사활동에 대한 진솔한 가치정립 방안이 필요하다. 교사나 청소년 지도자는 청소년이 참여하여 서로 마음을 나누게 될 때 나눔의 혜택을 받는 이도 성장을 하지만 자신의 내면적 성장이 더 크다는 의미의 전환이 청소년에게 전달돼야 한다. 청소년기 미성숙한 내면아이를 성숙으로 이끄는 핵심가치가 청소년 봉사활동이라는 의미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둘째, 진솔한 청소년 봉사활동은 청소년들의 자발적 선택에서 출발해 주어야 한다. 의무에 의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자신이 하고픈 활동의 기회와 장을 찾아서 가장 적절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을 찾도록 활동의 선택을 넓혀 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청소년 봉사활동의 참여를 청소년 스스로 기획하고 이를 통해서 지역사회나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자율적이고 참여적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봉사활동이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어디든 청소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공간과 여건의 확장성이 필요하다.


  넷째, 청소년의 봉사활동은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 얻는 의미를 서로 나누고 논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활동의 성과를 이룬 것에 그침이 아닌 이룬 결과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그 결과에 따라서 청소년들이 어떠한 성장을 하도록 했는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청소년 봉사활동이 활동을 넘어서 하나의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관리하며 제공하는 지역사회 자원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수적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긴밀히 연계된 봉사활동의 발굴, 공여 그리고 활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지원 등을 유기적으로 행하게 할 때 청소년들이 느끼는 봉사의 가치를 얻어 지속적인 자율성과 자발성의 활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상의 의미를 근거로 하여 앞으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터전을 찾아 설계하고 공유하는 배경을 만들도록 지지해 줄 때 청소년들은 자신의 나눔문화를 실천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에게 꿈을 꾸라는 말을 쉽게 한다. 하지만 꿈의 실현에는 수많은 걸림돌과 역경이 있다.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과 의지의 집합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두둑한 배짱과 추진력이 필수이다. 이의 행동을 유지하도록 성실한 태도는 바로 인격이 된다. 꿈과 도전, 열정의 극복과 추진력과 같은 능력을 키우는 힘이 바로 청소년기에 참여한 봉사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권일남
(사)더나은세상 이사,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전공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
위원, 동 부처 청소년수련활동인증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국제협력과 청소년 활동을 돕는 사단법인 더나은세상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청소년 활동지도론』(2003),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이해와 실제』(2014), 『청소년 문화』(2017) 등 다수가 있다.

 


대학길잡이
글_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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