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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유튜버는 ‘유튜브 리터러시’ 수업을 한다

글  양지선 기자



박준호 교사가 직접 제작한 영상뿐 아니라 수업내용에 참고가 될 만한 모든 영상은 유용한 학습 도구가 된다.

  유튜브를 통해 여가시간을 보내고, 공부하고,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는 등 학생들의 일상 속에 유튜브가 자리 잡게 됐다. 이에 따라 유튜브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 대호초등학교(교장 신순하) 박준호 교사는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유튜브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올바르게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박준호 교사는 ‘교사 유튜버’다. 교사 유튜버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지난 2016년, 동료 교사와 함께 ‘몽당분필’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오픈해 현재 구독자 1만 3천 명을 돌파했다. 지금은 현직교사 74명이 함께 채널을 운영하며 영상 기반 학습지, 학교 공감 이야기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이 마련되기 전,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으로 인해 유튜브 활동에 제약이 걸릴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교사가 유튜브 활동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묵묵히 채널 운영을 이어가, 이제는 경기도교육청 소속 경기평생교육학습관 등 교육기관 채널과도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가 유튜브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교사의 역할이 크리에이터와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박 교사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창의적인 일의 연속이다. 교사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거나, 누군가가 만든 콘텐츠를 잘 검수하는 큐레이터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상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교사 본인의 역량도 강화되고, 남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생긴다.”라고 덧붙였다.

  박 교사의 수업에서는 유튜브가 자연스럽게 활용된다. 그가 직접 제작한 영상뿐 아니라 수업내용에 참고가 될 만한 모든 영상은 유용한 학습 도구가 된다. “학생들이 평소에 익숙하게 사용하던 유튜브를 수업시간에 활용하게 되니 집중도가 높고, 교사에 대한 친밀감이 생기는 게 느껴진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박준호 교사는 ‘몽당분필’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교사 유튜버’다.


유튜브 속 올바른 정보 선별·생산 교육 필요성 느껴

  박준호 교사가 단순히 유튜브를 활용한 수업을 넘어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직무연수를 준비하면서부터다. 동료 교사를 대상으로 수업에 활용할 영상 제작 방법과 영상 선별에 대한 연수를 구성하다 보니, 학생들에게도 꼭 필요한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정보가 범람하고 있어요. 특히 유튜브는 학생들이 자주 보는 만큼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고 생산하는 교육이 필요한데, 현재의 교육과정은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죠. 교과서도 없고, 관련 자료도 부족해요. 개정 교육과정이 나오기 전에 먼저 발 빠르게 움직여서 직접 교육과정을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제안하는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은 크게 생산자와 소비자로서의 교육으로 나뉜다. 누구나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유튜브의 특성을 고려해서다. 유튜브 생산자 교육에는 △책임 있는 영상 제작 방법 △영상에 나의 이야기 담기 △영상 공유하는 법 △피드백을 통해 성찰하기가 있다면, 소비자 교육에는 △나의 유튜브 소비 방식 엿보기 △영상에 대한 팩트체크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등이 포함된다. 박 교사는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의 최종 단계는 디지털 민주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와 소통을 원칙으로 하는 교실

  “유튜브 하면 떠오르는 게 뭐지? 각자 스마트폰으로 의견 보내볼까?”

  지난 6월 23일, 대호초등학교 4학년 1반의 5교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박준호 교사의 유튜브 리터러시 수업이 진행됐다. 등교수업 이후 처음 진행된 유튜브 리터러시 수업인 만큼, 학생들의 유튜브에 대한 생각과 각자 즐겨 보는 채널을 공유해보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마련됐다.

  참여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 교사의 수업에서는 에듀테크가 자주 활용된다. 학생들은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실시간 수업 도구인 ‘띵커벨’ 사이트에 접속하고, 방 번호를 입력한 후 각자 유튜브 하면 연상되는 단어를 입력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의견을 보내도록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은 미니 화이트보드에 적은 후, 앞자리에 앉은 친구가 대신 보내주도록 했다. 교실 전면의 화면에서는 ‘크리에이터’, ‘재미’, ‘브이로그’, ‘먹방’ 등이 워드 클라우드로 나타났다.

  “브이로그가 뭔지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 한번 얘기해볼까?” 박 교사의 말에 학생들이 경쟁하듯 손을 들고 이야기했다.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학생이 주도적으로 발표할 기회를 주며 함께 소통하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 박 교사의 수업 원칙이다.

  “평소에 참여형 수업을 많이 강조해요. 이전에는 놀이 속에서 규칙과 통제력을 배우는 수업을 많이 해왔죠. 유튜브가 대세가 된 후로는 한 학기에 적어도 한 번은 자기가 직접 영상을 기획해서 만들어보도록 하고 있어요.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재미있고 신선한 수업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참여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 교사의 수업에서는 에듀테크가 자주 활용된다.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학생이 주도적으로 발표할 기회를 주며 함께 소통하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 박 교사의 수업 원칙이다.


“현실을 반영한 재미있고 신선한 수업 목표”

  유튜브 리터러시 첫 수업은 ‘몽당분필’ 채널에 올라온 교육 콘텐츠를 함께 시청한 후, 앞으로 유튜브를 이용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용할지 다짐을 써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다음 차시에는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유해 요소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는 수업이 진행될 계획이다.

  학생들은 처음 경험한 유튜브 리터러시 수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율 학생은 “TV에는 편성표가 있는데, 유튜브에서는 내가 보고 싶은 영상을 인공지능이 추천해준다는 것을 배웠다.”라며 “평소에 자주 보던 유튜브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돼서 재밌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신지우 학생은 “앞으로 영상을 직접 만들어보는 게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상을 활용한 수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박준호 교사도 요즘 덩달아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쉴 틈 없이 매일 유튜브 리터러시 연수가 이어진다고 한다. 주변의 시선이 180도 달라지는 동안, 그는 현시대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저희 채널명 ‘몽당분필’은 열정적인 교사를 뜻해요. 열정적인 교사들이 모여 현재 교육과정이 담지 못하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활동을 하시는 모든 선생님들이 자부심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아울러 관련 정책과 교사 지원도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학생이 주도적으로 발표할 기회를 주며 함께 소통하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 박 교사의 수업 원칙이다.


박준호 교사의 유튜브 리터러시 수업 TIP


1. 유튜브 속 문화 이해하기

유튜브에서 유행하고 퍼지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채널은 무엇인지, 교사가 먼저 노력하고 다가가야 학생들과 대화가 이어진다. 또, 안 좋은 문화가 있다면 이를 알아야 제지할 수 있다.


2. 유튜브 감수단 키우기

영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은 유튜브 리터러시 수업에서 무척 중요하다. 특정 영상 콘텐츠를 소개하고, 유해한지 아닌지 가르도록 한다. 교실은 자연스럽게 토론의 장이 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영상을 판별하는 눈이 길러진다.


3. 영상 콘텐츠 만들기

유튜브 리터러시에는 영상을 생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포함된다. 학생이 직접 영상을 만들어보게 하는 것은 막연히 유해 콘텐츠를 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수학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영상을 제작하도록 하면 학생의 수업 참여도 독려하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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