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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예방 그리고 회복이 선순환하는 학교폭력 제도

글_ 정용주 교육부 대변인실 교육연구사


 


가해학생 배제와 사후 대책 중심
  2000년대 이후 학교폭력이 심각한 교육 문제로 인식되면서 학교폭력예방법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제도적으로 학교폭력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서는 학교폭력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담기구의 설치, 정기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실시, 학교폭력 피해자의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선도 교육 등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였다. 이후 사회적으로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공유되면서 학교폭력에 관한 논의와 개선이 있었다.
  우선 학교폭력의 범위가 성폭력, 따돌림,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특정 학생을 사이버따돌림으로 확대되면서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려 노력하였다. 다음으로 피해학생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학교의 장 또는 피해학생의 보호자가 원하는 경우 학교안전공제회 또는 시도교육감이 바로 비용을 부담한 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피해학생을 신속하게 보호하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처벌보다는 치료적 접근을 강화하였다. 특별히 법률을 개정하여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시·도, 시·군·구 그리고 학교가 학교폭력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학교폭력 예방에 기여한 교사에 대해서는 상훈을 수여하거나 근무성적 평정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여 교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폭력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폭력을 가해 학생에 대한 배제와 사후 대책 중심의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학교폭력의 구조적인 원인과 예방교육과 조정 중심의 모델 그리고 회복적 해결을 모델로 하는 제도 개선은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학교폭력 해결 방식에 있어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의 구별, 예방 교육의 구체화, 지역 단위의 해결 노력, 교사의 권한과 재량 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 등도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발생 원인이 복합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학교폭력 제도 개선이 가해 학생에 대한 배제와 사후 대책 중심으로 구성되면 학교폭력의 원인과 발생간의 연쇄고리에서 가장 지엽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해결하게 되고 이는 학교와 교사에게 책임을 회피하고 사법적, 징계적 모델로 학교폭력을 개선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해외사례로부터 시사점
  학교폭력 문제는 특정 지역,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편적 현상이다. 따라서 국제적으로도 학교폭력과 이로 인해 초래되는 다양한 학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드러나자 2004년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OECD 콘퍼런스에서 학교 왕따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OECD 네트워크(OECD Network on School Bulling Violence)가 조직되어 학교에서의  소외 및 학교폭력에 관한 경험, 조사연구 그리고 이를 해결할 효과적 실천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하며  다양한 학교폭력 사안에 협력하기 위한 플랫폼을 설치하였다.
  그런데 각국의 학교폭력이나 학교 위기가 해당 국가들이 경험하고 있는 교육적 현실과 사회적 상황 그리고 문화적 풍토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서 중요한 것은 각 국가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교육적 현실과 사회적 상황 그리고 문화적 풍토를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통합적으로 동시에 협력해나가면서 학교폭력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총체적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다른 나라들은 학생의 안정한 학교생활과 건강한 발달을 위해 학교폭력에 대해서 총체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교사의 감정노동과 내적 부조화
  학교폭력 제도 개선안 마련에서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 차원의 자체종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과 경미한 사항에 한하여 학생부에 기재 하지 않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는 의미있는 논의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해외사례처럼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교육적 현실과 사회적 상황 그리고 문화적 풍토를 이해하고 학교의 공동체적,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교사들의 사안처리 과정에서 겪는 경험에 대한 이해이다.
  지금의 사후 대책중심의 학교폭력처리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동안 단계에 따라 여러 가지 역할을 경험한다. 우선 학교폭력 감지 및 인지 단계에서 교사는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감시자로서 교사는 학생들의 일상을 감시하고 살피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긴다. 학교폭력 신고 및 접수 단계에서는 유통업계 중매인과 같이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사안의 내용을 확인하고 초기 대응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다음으로 학교폭력 조사 단계에서는 범죄를 수사하는 검사와 같이 교내에서 전담기구를 구성하고 사안에 대한 조사를 하며 학생과 학부모를 심문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다음으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결정 및 결과 통보 단계에서는 학교에 제기되는 민원을 해결하는 업무가 부과된다. 이때 교사들은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개인적 감정과 판단이 다를지라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치위원회 결정 사항 및 추후 지도 단계에서 교사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들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교사들이 학교폭력 처리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경험하면서 가장 집중해야 할 교육활동에서 교육적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들, 생활지도에서 학생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과 같이 무질서에 가까운 혼돈상태와 같은 내적 부조화(internal dissonance) 상태를 경험한다. 이러한 학교폭력 처리과정에서 교사의 부정적인 경험은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효능감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학교폭력 제도를 개선에 대한 논의에서 교사들이 경험하는 딜레마 상황과 내적 부조화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해외사례에 비춰볼 때 단위학교 중심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모델을 벗어나 지역공동체 단위에서 학교폭력을 처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려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회복의 선순환 체계 확립
  학교폭력 정책의 목적은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과 예방교육 그리고 조정과 회복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통합적인 관점이며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며 국가나 지방정부가 책임을 지고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면서 학교와 지역이 협력하여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이 학교폭력 처리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경험하면서 교육적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들, 무질서에 가까운 혼돈상태와 같은 내적 부조화(internal dissonance) 상태를 경험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학교폭력 제도 개선이 교육활동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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