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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기계보다 잘하는 것

지혜, 통찰력, 소통·공감능력 기르는 미래교육

 

글_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가수 안치환은 외로움을 이겨내고 슬픔에도 굴하지 않는 사람이 꽃보다도 아름답다고 노래했다. 꽃보다도 아름다운 사람이 하물며 기계보다 덜 아름다울 수는 없는 법. 어찌 기계가 외로움과 슬픔을 알겠는가. 사람은 기계보다 아름답고 훌륭하고 가치 있는 존재다.


  기계는 인격도 없고 생명체가 아니지만, 인간은 인격체이자 만물의 영장이다. 기계는 도구적 존재인데, 인간은 존재 자체가 가치이자 목적이다. 기계의 위력에 두려움을 느낀 인간은 자신의 우월한 존재 가치를 확인하며 위안 받고 싶어 한다.

 

 

소통·공감하며 답 찾아가는 인간
  그러면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사람이 기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 존재의 본질, 목적, 가치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고,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그래서 어떤 인간을 길러내고 앞으로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이 기계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가 요즘 트렌드인 ‘집단지성’을 떠올렸다. 페이스북과 SNS에 ‘사람이 기계보다 잘하는 건 뭘까요’라는 질문을 올렸더니 불과 몇 시간 만에 많은 소셜 친구들이 댓글과 메신저로 다양한 생각을 피력했다. 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답변들도 있었다.


  철학을 전공한 후배 페친은 “기계하고 사람을 비교하라니 가당치 않다. 관념은 존재의 인식론적 산물인데, 기계가 자기 존재로부터 관념을 창출할 수는 없다. 자신의 기원과 생존을 걱정하는 기계가 있다면 그건 더 이상 기계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주었다. 많은 의견들이 있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것들을 추려보면, 상상력, 창작활동, 같은 것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 사랑, 도전, 질투, 슬픔, 그리움 등의 감정, 유머와 눈물, 서로 관계를 맺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여러 기능들이 합쳐진 복합적 행동, 변화에 대한 적응력,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채고 그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돌봄 등등이다.


  문제를 바꿔 사람이 기계보다 못하는 것, 즉 기계가 사람보다 잘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 명료해질 거라며, 기계의 강점으로 ‘단순반복 작업’을 꼽는 분도 있었다. 딥러닝 기술을 통해 렘브란트나 고흐의 화풍을 학습한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이 900만원에 팔렸다는 기사를 링크해주며, 인공지능이 이젠 예술까지 넘보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사람도 있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갖는 것이고, 정확성을 요하는 작업에서는 AI나 로봇에 뒤지겠지만 인류의 진보는 ‘정답’을 찾는 게 아니다.”라는 의견, “기계는 학습을 할 뿐, 마음이 자라지는 않는다.”는 의견은 왠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소통하며 함께 답을 찾아가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목적
  인공지능의 연산처리능력은 엄청나지만, 아직도 인공지능을 장착한 인간형 로봇의 상용화는 시기상조다. 서고 걷고 뛰고 손가락으로 물체를 짚는 등의 신체 행동을 하려면 고도의 지능이 필요한데, 기계는 이 기술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사실 이런 정도의 운동능력은 인간에게는 지능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인간에게 쉬운 것은 기계에게 어렵고, 기계에게 쉬운 것은 인간에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이다. 그래서 기계는 기계적이고 인간은 인간다워야 한다. 기계와 인간 중 누가 뛰어난가의 문제가 아니고 기계와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지금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계의 학습능력이다. 이른바 머신러닝, 딥러닝인데, 기계도 학습을 하며 사람처럼 생각하는 지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기계는 학습을 하지만 마음이 자라지 않는다. 또한 방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집대성하더라도 공자가 언급한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한다. 기계는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은 존재 자체가 목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결과를 위해 살아가는 수단적 존재가 아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지만 사람들은 최선을 다한 이세돌에게 박수를 보냈다. 바둑을 배우는 목적이 대국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의 목적이 대학입학이라거나 연애의 목적이 결혼이라 할 수 없다. 웃고 울고 즐기고 부대끼고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이 인생이고, 만나고 좋아하고 싸우고 정들고 때론 헤어지기도 하는 과정이 사랑이다. 인간의 삶은 매순간이 다 의미가 있다. 그게 기계가 결코 인간을 모방할 수 없는 본질이고, 인간이 존재 자체로 존엄한 이유다.

 


기능 아닌 인간적인 삶을 가르쳐야
  알파고 시대의 교육은 기능적인 삶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가르쳐야 한다. 전문적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습 방법과 학습의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 지식을 습득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사람이 기계보다 못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갖지 못하는 지혜와 방대한 지식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없는 것을 상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도 인간이 잘하는, 인간적 능력이다. 기계가 학습을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법을 제안할 수는 있겠지만, 때로는 하릴없이 미래를 꿈꾸고 기발한 것을 상상할 수는 없다. 지성적 측면에서는 기계가 앞서겠지만, 감성영역은 언제까지고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어려운 학습과 힘든 노동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맛보고, 불의를 보면 분노하고, 아름다움을 보면 심취하는 감성은 인간의 고유한 속성이다. 아프고 병들고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 위험에 처한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던질 수 있는 희생정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연대의식, 아름답고 인간적인 것에 대한 공감 등도 우주에서 유일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전유물이다. 미래교육은 지식을 전달하고 암기하는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삶의 지혜와 지식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돼야 하며, 또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협동심, 소통, 공감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교육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우주에서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다운 존재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사람은 꽃보다, 기계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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