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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토론회 - 진화하는 사이버·학교폭력, 어디까지 왔나

글 편집실 사진 제공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학교폭력예방교육지원센터

  학교폭력이 온라인 공간으로도 확대되며 폭력 형태가 다양해지자, 이에 대한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교육부는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응 실무협의체와 11월 3일 서울 엘리에나 호텔에서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토론회’를 공동 개최하고 협력 및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응 실무협의체는 학생 사이버폭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이 참여해 2021년 5월부터 구성·운영해 온 협의체다. 



신태섭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부소장의 주제발표 모습신태섭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부소장의 주제발표 모습



사이버폭력 개념 모호… 명확한 기준·단호한 대응 필요


  이번 토론회에서는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관계부처와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술·문화와 교육·제도(법) 관점으로 나누어 전문가 토론을 진행했다. 정재민 법무부 송무심의관은 기조 강연에서 범죄대응시스템과 학교폭력·사이버폭력 대응 방식을 비교하고 “학교에서 사이버폭력이 늘어난 것은 물리적 폭력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현 상황을 바라봤다. 다만, 형사사법 규범에 비해 현재 사이버·학교폭력의 개념은 다소 모호하다며 광범위한 폭력의 개념은 현실 적용 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상당한 책임이나 학교의 공식적인 조치가 따르게 되는 수준의 괴롭힘만을 폭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책임지게 할 단호한 공식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이버폭력은 기술·문화 발달에 따라 디지털 공간에서 이뤄지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기존 폭력과는 원인과 행태도 다르다. 정여주 한국교원대 교수는 기술·문화 관점에서 사이버폭력을 분석하고, 사이버 세계 속 청소년들의 특징과 사이버폭력의 유형 등을 분석했다. 특히, 정 교수는 사이버 세계 속 청소년들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자기 모습을 사이버 세계 속에서 찾는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사이버 안에서 다양하게 분산되어 파편화될 수 있는데, 게임, SNS 등에서 보이는 모습이 각기 다른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 속에서 맺어진 관계는 망설임 없이 형성될 수 있고, 익명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인간 내적인 공격성이 쉽게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사이버폭력의 대표적 유형으로는 언어폭력, 플레이밍(인터넷 공간 속에서 두 명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짧고 뜨겁게 일어나는 싸움), 폭로·공개, 아이디 도용 숨기기, 사기, 스토킹, 소외, 성희롱·성폭력, 해킹 등을 꼽을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러한 특징을 토대로 사이버폭력 피해·가해·목격 학생의 특징을 분석하는 한편, 가해 학생의 경우 유형별 상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해 학생을 참여 형태에 따라 ‘복수심을 보이는 천사’, ‘권력에 굶주린 아이’, ‘짓궂은 아이’, ‘의도하지 않은 가해자’로 분류하고, 유형에 따른 맞춤별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션별 토론에 참여한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미디어에 따라 폭력 양상이 다르다.”라며 폭력에 해당하는 말뭉치를 만들어 사이버폭력을 거르는 등 자동화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김봉섭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은 “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 학생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젠 다른 시점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하며, 물리적 격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온라인에서 연결되는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고등학생과 교사가 참여한 토크콘서트 현장중·고등학생과 교사가 참여한 토크콘서트 현장



학교폭력 대응 빅데이터 분석 기반 마련해야


  최근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간접적·은밀한 폭력과 사이버폭력 유형이 증가하고, 저연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급 피해 응답률은 중학교급의 약 4배, 고등학교급의 약 12배를 기록했다. 학교 밖 학교폭력 발생 장소로는 놀이터(11.1%) 다음으로 사이버 공간(8.5%)이 2위를 차지했다.


  교육·제도의 측면에서 학교폭력·사이버폭력을 분석한 신태섭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부소장은 “2020년 이후 학교폭력은 비등교·원격 수업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나 비대면 수업 기간 사이버폭력이 최대로 증가했다.”라며 사이버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경찰청, 법무부, 여가부 등 유관기관의 학교폭력 관련 데이터 연계 활용 방안을 모색해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기반을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이 외에도 사이버폭력 사전 감지 시스템 구축 등 사이버폭력 맞춤형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의 사회·정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세션 토론을 맡은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학교폭력과 소년범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장난 폭력과 같이 가해 이유가 없는 폭력 등 진화하는 학교폭력을 교육 현장이 못 따라가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박정현 인천만수북중학교 교사 또한 “묻지마 폭력이 늘고 있다.”라며 학교폭력 신고 이후 유관기관과 협업 단계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는 “학교폭력이 형사 사건화되고 있고, 사이버폭력의 경우에는 가해자를 특정 짓기도 어렵다.”라며 갈등보다는 회복에 초점을 맞춰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전문가 토론 이후 학교폭력 예방 학생 참여 활동인 ‘어울림 학생 지원단’ 공연과 중·고등학생과 교사가 참여하는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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