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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 ‘제2의 제주도’를 꿈꾸는 자은도

글·사진 | 최홍길 명예기자


백길 해수욕장백길 해수욕장



  보석같이 아름다운 1004개의 섬이 있는 전남 신안군. 그 중 특히 주목할 만한 섬을 꼽자면 ‘자은도(慈恩島)’이다. 한 섬에 큼지막한 해수욕장이 무려 아홉 개나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곳까지 포함한다면 셀 수 없다. 게다가 어떤 집의 앞마당에도 작은 해수욕장이 있을 정도이다. ‘제2의 제주도’를 꿈꾸는 자은도의 여행 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층 풍성해진다.



무한의 다리(사진| 전남 관광정보센터)무한의 다리(사진| 전남 관광정보센터)



여인송여인송



  70여 개의 유인도와 수백 개의 무인도를 포함해 1004개의 섬을 갖고 있기에 전남 신안군은 ‘천사의 섬’으로도 불린다. 백제 멸망 이후 변방, 비주류 게다가 벽지였기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었던 신안의 섬들. 하지만 최근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7.2km에 달하는 이 다리를 자가용으로 9분 가까이 달리는 동안 점점이 박힌 섬들과 그 주변의 경관에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이제 관광객들은 여객선을 이용하지 않고도 대교 건너 10개의 섬 자은도, 암태도, 추포도, 팔금도, 매도, 안좌도, 박지도, 반월도, 자라도, 부소도 등을 볼 수 있다. 그중 요즘 SNS에 자주 오르내리는 가장 핫한 곳을 꼽자면 단연 자은도이다.

청동기 유적인 지석묘가 있기에 자은도에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천사대교를 거쳐 은암대교를 건너자 ‘역사와 자연관광의 자은’이라는 표지석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글자 그대로 사랑(慈)과 은혜(恩)의 섬으로 느껴진다.



여인송을 아시나요?


  구영리는 면 소재지 마을로, 뒤쪽에 두봉산(斗峰山)이 있다. 이곳의 토박이들은 유독 우리말을 즐겨 사용한다. 그래서 두봉산이 아니라 말봉산으로 부른다. 인근 암태도에 승봉산(升峰山)이 있는데, 되봉산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말봉산과 되봉산의 높이 차이는 고작 8m뿐이다. 천사대교 개통 이후, 산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이 전세버스를 임대해 이 두 산을 오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자은도는 해수욕장으로 이름난 곳이다. 백길·면전·분계·양산·외기·둔장 등 모래밭 해수욕장이 아홉 곳이나 된다. 이 가운데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은 백길과 분계 해수욕장이다. 깨끗한 바닷물과 깊지 않은 수심으로 유명한 백길 해수욕장은 여름이 아닌 다른 계절에도 바다의 묘미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최근에 호텔 겸 리조트가 생겨서 인기만점이다. 


  분계 해수욕장에는 백사장 뒤편으로 우거진 소나무 숲길이 조성돼 있다. 그렇게 넓지는 않으나 깨끗한 모래사장과 해안을 따라 펼쳐진 울창한 송림은 한 폭의 동양화다. 수백 그루의 소나무 가운데 여인이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여인송(女人松)’이 하나 있다.


  고기잡이를 하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무사귀환을 빌던 부인은 가장 큰 소나무에 올라 남편을 기다리다 어느 추운 겨울 얼어 죽고 말았는데 돌아온 남편이 부인의 시신을 수습해 그 소나무 아래에 묻어주자, 나무는 거꾸로 선 여인의 자태를 닮은 여인송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여인송 앞에서 기념하면서 아름다운 사랑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뮤지엄파크 안에 있는 세계조개박물관뮤지엄파크 안에 있는 세계조개박물관



 자은초등학교 전경(사진| 자은초등학교) 자은초등학교 전경(사진| 자은초등학교)



독살과 무한의 다리


  둔장 해변은 가장 길고 넓으며 완만하다. 모래와 뻘흙이 섞였는데도 바닥이 단단해 발이 빠지지 않는다. 해변 한쪽에 자리한 동양 최대 규모의 독살은 원시어업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돌을 쌓아 물을 가두고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독살은 바다에 친 돌울타리를 말한다. 밀물 때 여기를 넘어 들어왔다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돌담 사이로 물은 빠지지만, 물고기는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돌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돌담 한가운데 하수관 같은 관을 묻어 바다로 튀어나온 관 끝에 기다란 그물을 걸어둔다. 여기에 갇힌 물고기들이 이 관으로 몰려들어 그물에 걸리게 되는 손쉬운 어업법이 독살법이다.


  독살 바로 위에 ‘무한의 다리’가 개통되었다.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명명한 이 다리는 둔장 해변에서 구리도와 할미도 등 두 개의 섬을 잇는 1004m 보행교로, 환상적인 해넘이 장소로 알려지면서 그 멋진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수많은 외지인이 찾고 있다.


  다리 주변에는 사월포 포구와 소롱산, 대두리도·소두리도의 무인도, 풍력 바람개비 등이 있어서 이 또한 사진작가들이 애호하는 장소이다. 관광객들은 다리 위를 걸으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멋과 맛을 만끽한다. 다리 아래에서 유영하는 크고 작은 물고기를 보며 탄성을 지른다. 



볼거리 풍성한 뮤지엄파크


  한편, 양산 해변 부근에는 ‘세계조개박물관’과 ‘천사섬수석미술관’ 등 볼거리가 풍성한 뮤지엄파크가 있다. 조개박물관에는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각종 조개류 수천 점과 진귀한 조개 공예품이 온갖 화려한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반기고, 수석미술관에는 2천여 점의 아름답고 신비한 모양의 수석이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또 미술관 주변에 조성된 수석정원과 드넓게 펼쳐진 양산 해변, 아기자기한 산책길은 가족과 함께 거닐기에 매우 좋다. 지난해 10월 문화의 달 행사 때는 104대의 피아노가 동시에 연주되고, 우리나라 음악계의 거장들이 총출동, 아름다운 선율로 신안의 밤을 수놓았다.


  자은도는 땅콩과 대파로 유명하다. 신성리의 모래밭에 서서 주변을 살펴보면 대파가 자라는 모습밖에 안 보인다. 모래땅에서 자라기에 물빠짐이 좋아 생육이 좋고, 따뜻한 기후 탓에 추운 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섬 주민들의 고령화에 따라 태국과 베트남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파 관리와 수확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자은초등학교, 자은도 꿈나무가 자란다


  2천여 명이 사는 자은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1교씩 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4개의 초등학교가 있었지만, 지금은 학급 구분 없이 4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한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편으로, 다문화 학생이 전체 학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이중언어말하기 전국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할 정도로 재능 있는 학생들이 다수다. 

 

  자은초는 천연잔디 운동장과 다목적 강당(체육관), 컴퓨터실, 과학실, 도서실 등 교내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지역 내 교육, 문화, 예술 등에 대한 인프라가 취약하지만, 공교육 안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해오고 있다. 사제동행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한 인문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예술강사 합동수업을 진행하고 신나는 예술여행, 찾아오는 문화예술체험, 도시문화체험 등을 확대하는 한편, 방과후에는 4개 부서의 예술 관련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개발되지 않아서 더 매력적인 자은도. 여인송과 무한의 다리, 뮤지엄파크 그리고 백길 해수욕장만 보더라도 힐링이 무엇인지 깨닫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경관, 생태환경은 이곳 주민들에게 섬이 주는 선물이다. 이곳에서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자은도 가는 방법

자가용               목포-압해대교-천사대교 

여객선         신안군 증도에서 20분 정도 소요

주변 관광지        암태도 벽화, 소작쟁의기념탑, 팔금도 군영소, 안좌도 김환기 고택, 퍼플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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