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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 - 최고의 하모니를 소개합니다!

글 | 하헌우 명예기자 사진 | 편집실


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전진현 지휘자와 단원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전진현 지휘자와 단원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취재진의 등장에 장난기 품은 얼굴로 아이들이 힐끔힐끔 눈길을 보낸다. 크기가 규격화 되어 있는 관악기를 연주하기에는 아직 작은 고사리손을 한 아이들이다. 2022년 제5회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전체 대상, 2023년 제58회 전국초등학생음악경연대회 1위, 2023 전국 학생예술동아리 페스티벌 1위. 이것은 구미왕산초등학교(교장 이용희) 학생

오케스트라가 중고등학생들을 제치고 받은 지난 2년간의 성적표다. 그 수많은 학생오케스트라의 물결 속에 그들만의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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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창단된 구미왕산초등학교 학생오케스트라는 3~6학년 70명으로 구성된 풀편성 학생오케스트라다. ‘풀편성’ 오케스트라는 낱말 뜻 그대로 오케스트라에서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모든 악기를 구비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학교오케스트라에서는 여건상 모든 악기를 구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학교오케스트라,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바순, 튜바, 오보에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을 만났을 때 낯섦과 설렘이 교차했다. 어른들의 프로 오케스트라 연습실을 그대로 복제한 것과 같았다.


  합주실 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은 유럽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 단골 앙코르곡인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새출발을 알리는 곡을 연주하는 학생들의 얼굴에 초등학생 같지 않은 사뭇 진지함이 느껴진다. 또 지휘자(전진현 선생님)를 향한 집중력과 몰입은 하루 종일 핸드폰 게임에 푹 빠져있는 어린이의 눈빛과는 다르면서 같았다. 지휘봉이 잠시 내려간 틈을 타서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해보니 서로 발표하고 싶어 손이 번쩍번쩍 올라오고 큰 목소리에 활기가 넘친다. 초등학생들에게서 볼 수 있는 순수함과 천진함에 잠시 기를 빼앗긴 기분도 들었다. 이들에게 매년 정기공연은 물론이고 현충일 추모행사, 지역축제 등 음악 봉사도 꾸준히 실천한다는 자랑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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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최고가 되는 하모니 

  “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만의 비법은 무엇인가요?” 아마도 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일 것이다. 돌아오는 답변이 너무나 교과서다. 

  “저희는 연습을 많이 합니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꼭! 연습을 한다는 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는 아침 일찍 등교해서 하루를 깨우는 오케스트라 워밍업 연습을 하고, 점심시간이나 방과후를 활용하여 남은 연습 시간을 채운다고 한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연습 시간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라는 학부모님들의 걱정 어린 시선도 존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에 즐겁게 참여하고, 연습한 결과를 선보이는 무대를 즐기기에 늘 최선을 다하는 연습은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설명도 보탰다. 또 지금은 오케스트라 동아리 학부모회가 조직적으로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학생오케스트라가 단순한 동아리 활동이 아니라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활동의 하나로 인식하고 재미있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지휘자 선생님은 악곡을 설명할 때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고 음악적 표현은 몸으로 직접 표현하는데, 어린아이들이 음악의 세계로 깊이 들어올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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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오케스트라는 교육의 총체


  지휘자인 전진현 선생님은 지난 2008년부터 윈드오케스트라의 강자로 불린 구미형일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역임한 후 2015년부터 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근무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담당하는 초등교사로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꾸준히 음악 공부도 해오며 프로수준의 지휘력도 갖췄다. 오케스트라 지도를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에 대해 전 교사는 “교사로서 오케스트라 지도는 너무 매력적”이라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매년 지켜볼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2014년 하반기에 학생오케스트라 운영학교로 지정되었지만, 운영할 교사가 없던 시기에 스스로 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자원했다던 선생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음악에 대한 기초조차 없던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 70명 중 빠질 수 없는 한 명으로 성장하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진심 매력적이면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 학생오케스트라 동아리 안에는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의 총체가 응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협업능력과 소통능력, 그리고 타인의 음을 듣는 배려심, 고된 연습 속에서 얻는 집중력과 몰입감, 그리고 무대 위에서 박수받으며 얻는 자존감과 성취 경험, 이것이 한 교사의 인생을 학생오케스트라에 바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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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오케스트라의 미래


  교장 선생님과 아이들이 바라는 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의 미래는 “학교 안에 오케스트라가 잘 스며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비단 왕산초등학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유지되고 더 발전되는 학생오케스트라, 특수한 동아리가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있는 학교의 동아리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것, 그것이 학생오케스트라의 앞으로의 방향성일 것이다. 나아가 지역의 영재학급이나 개인의 진로교육과 연계된다면 더 없이 교육적일 수 있다. 또 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해서도 오케스트라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서(6학년) 학생 악장 Violin

이윤서(6학년) 학생 악장 Violin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서 전체 대상을 받았을 때 펑펑 울었다. 그동안 힘들게 연습했던 기억들이 떠올랐고, 경험하지 못한 성취감에 감동을 받았다. 악장으로서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생활적인 부분에서도 늘 모범이 되려 노력했고, 책임감을 가지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했다. 단원들이 잘 따라와 주지 않을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결과가 있어서 행복하다. 올해는 정들었던 구미왕산초 오케스트라를 졸업하고 경북 유일의 음악 중점학교인 광평중학교로 진학을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음악이 나와 함께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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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인(6학년) 학생 부악장 Flute


  오케스트라에서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처음 오디션을 보고 오케스트라에 들어와서 졸업하는 현재까지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언제나 연습은 힘들었지만, 공연과 대회 출전을 통해 얻는 경험은 나를 한 단계 성장하게 해준다. 또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친구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하다. 혼자서 하는 음악이 아니고 함께 협동심을 발휘해서 무대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윤서와 함께 음악 중점학교로 진학하는데 오케스트라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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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환(6학년) 학생 Clarinet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이 멈추고 대회가 열리지 않았던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음악으로 호흡하고 소통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 “구미왕산초등학교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잘한다.”라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오케스트라를 통해 힘들어도 참고 잘 이내겨면 좋은 결과가 생긴다는 것을 배웠다. 졸업할 때가 되니 대회를 앞두고 열린 캠프에서 10시간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무언가를 몰입해서 해 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나도 오케스트라를 계속하고 싶어 음악 중점학교로 진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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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주(3학년) 학생 F.Horn


  친구가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리코더를 잘 연주했는데, 다른 악기도 배워보고 싶어 오디션을 봤고 합격 후 호른이라는 악기를 선택했다. 

  이번 겨울에 신입 단원으로 들어와서 아직 많은 연습과 공연을 접해보지 못했다. 연습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지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열심히 노력해서 빨리 좋은 연주를 선보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생각만 해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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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서(2학년) 학생 Violin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지 이제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는 것이 많다. 바이올린 연주가 어렵고 힘든데, 그럴 때마다 대회에서 항상 1등을 하는 형, 누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수많은 연습과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것을 오케스트라에 들어와서 알았다. 곧 왕산오케스트라 1년을 마무리하는 시상식인 ‘왕오대상’이 열린다고 하는데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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