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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중산고등학교 ‘풋사랑 동아리’ - “ 어르신 마음까지 마사지해드려요”

글·사진 편집실

“어르신, 시원하세요?” “아이고, 손이 야무지기도 하네.” “조심해서 일어나세요.” “고마워, 시원하네.” 충주시 앙성면 어르신들은 동네 초등학교에서 열린 경로잔치에 참석했다가 뜻밖의 발 마사지를 받고 한결 표정이 밝아졌다. 이날 어르신들은 손주 같은 학생들의 다정한 손길에 잠시 쑥스러움을 내려놓고 발을 내어 주었다. 혹여 어르신들이 불편할까 봐 거듭 괜찮은지 확인하는 학생들은 바로 충주 중산고등학교(교장 이병근) 발 마사지 봉사 동아리 풋사랑 부원들이다. 


봉사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이 고생하며  일군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진심을 담아  ‘건강하세요’라고 말을 건넨다는 학생들봉사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이 고생하며 일군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진심을 담아 ‘건강하세요’라고 말을 건넨다는 학생들


전문가 발 마사지 교육 참가 후 봉사활동

  지난달 17일 앙성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한 풋사랑 동아리는 2019년에 결성되어 올해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역 어르신들과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건강 증진을 위해 조현민 교사와 1~3학년생 40여 명이 함께 활동 중이다. 


  충주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발사랑 봉사단으로 활동하는 오재선 단장과의 인연이 동아리의 토대가 되었다. 설립 당시 충주시 지현동 사과나무길 축제에서 발 마사지 봉사활동 중이었던 오 단장을 만난 조 교사는 ‘이거다’ 싶어서 학생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도와달라고 제안했다. 오 단장과 풋사랑은 그때부터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동아리 부원들은 오 단장으로부터 일주일 동안 22가지 기본 발 마사지 교육을 매일 1시간씩 받았다. 발 마사지 교육 외에도 학교에서 자원봉사자 소양교육을 함께 받으며 차근차근 활동 준비를 해왔다. 


  서로 실습 대상이 되기도 했다. 민정욱(1학년) 학생은 “처음 마사지 실습교육을 받을 때 갑자기 실습 대상이 되어 양말을 벗어야 해서 무척 당혹스러웠다.”라고 떠올렸다. 남에게 발을 내어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직접 경험해 본 부원들은 봉사활동을 나가서도 좀 더 조심스럽게 어르신들을 대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목소리 기부 봉사, 반려동물보호센터 봉사, 지역사회 행사 부스 등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왔던 조 교사였기에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조 교사는 학생들이 발 마사지 봉사를 통해 어르신을 공경하게 되고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동네 초등학교에서 열린 경로잔치에 참석한  어르신들에게 발 마사지 봉사를 하는 학생들동네 초등학교에서 열린 경로잔치에 참석한 어르신들에게 발 마사지 봉사를 하는 학생들

매주 토요일, 시간을 쪼개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던 2022년부터 풋사랑 동아리는 본격적인 대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충주 관내 요양원, 지역 노인복지센터, 경로당을 비롯해 각종 지역축제에서 어르신들을 만났다. 충주 시내뿐 아니라 교외 지역도 가리지 않고 찾았다. 매주 토요일 봉사할 수 있는 곳이면 부원들은 어디든지 달려갔다. 각자 바쁜 일정을 쪼개어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여 명이 매주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동아리 부회장을 맡은 조성은(2학년) 학생은 “최근에 목행초등학교 행사 지원을 갔을 때 마사지를 받고 가신 어르신께서 고마워하시며 전을 만들어오셨는데, 이렇게 마음을 표현해 주시는 어르신들께 더 감동받는다.”라며 “처음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봉사활동 자체에서 보람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올해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는 정영록(2학년) 학생은 묵묵히 어르신의 발을 마사지하면서 말한다. “발을 만지는 것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다 보면 어르신들이 두 발로 고생하며 삶을 일궈 나간 것을 깨닫게 된다. 저절로 어르신들에게 ‘건강하세요’라고 말하게 되는데, 그 순간 마음이 따뜻해진다.”라며 일단 참여해 볼 것을 권했다. 다른 쪽 발을 마사지 중이던 이윤재(1학년) 학생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꾸준함을 배울 수 있다며 내년에도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이처럼 풋사랑의 봉사활동 기획부터 활동 참여까지 모든 과정은 부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지난 5월 부원들은 감사와 사랑의 달을 맞아 중산고 학생들을 위해 애쓰는 교내 급식 조리원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박서진(2학년) 학생은 평소 교직원분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는데 발 마사지를 하는 동안 담소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조 교사는 풋사랑 동아리 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인 만큼 학생과 어르신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충주 자원봉사센터 유재선 단장으로부터 22가지 기본 발 마사지  교육을 받는 풋사랑 동아리 학생들충주 자원봉사센터 오재선 단장으로부터 22가지 기본 발 마사지 교육을 받는 풋사랑 동아리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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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랑 동아리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충주 관내 요양원, 지역  노인복지센터, 경로당을 비롯해 각종 지역축제를 찾아다니며  발 마사지 봉사를 해오고 있다.풋사랑 동아리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충주 관내 요양원, 지역 노인복지센터, 경로당을 비롯해 각종 지역축제를 찾아다니며 발 마사지 봉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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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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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2학년) 학생

  1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동아리 회장까지 맡게 되었다.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풋사랑 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작년에 경로잔치에 나갔을 때 마사지를 받아서 좋으셨다며 직접 만든 고추장과 참기름을 주시겠다는 할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정말 좋아해 주셔서 오히려 내 마음이 벅찼다. 그래서 주말에 약속을 잡을 때 봉사활동이 늘 1순위이다. 다른 사람의 발을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마음을 모아서 참여하고 있다. 부원들이 함께 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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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2학년) 학생

  올해부터 유기견 봉사 동아리와 풋사랑을 함께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풋사랑 활동을 권해준 서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학교에서 배운 발 마사지를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해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사람의 발을 만지는 것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어르신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진짜 기쁘다. 시험기간과 겹칠 때는 난감하지만, 미리 시험 대비를 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가끔 교외에서 하는 축제나 경로잔치 행사에 나갈 때는 나들이 가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나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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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욱(1학년) 학생

  복지 관련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어서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학교에서 봉사부장도 맡고 있다. 발 마사지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면 다양한 어르신들을 만나게 되는데 발을 만지는 동안 어르신들이 열심히 살아오신 흔적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는 호암지생태공원에서 만났던 유쾌한 어르신이 기억에 남는다.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지는 바람에 마사지 시간은 길어졌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어르신뿐 아니라 내게도 행복을 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앞으로도 열심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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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성(1학년) 학생

  학기 초 동아리 모집 기간에 담당 선생님이 모집 안내 방송을 하셨는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어서 인상 깊었다. 평소에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렸다. 발 마사지를 해 본 경험이 없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마사지하는 동안 정말 좋아해 주셔서 뿌듯했다. 다리를 다친 어르신의 발을 만져드린 적이 있는데 어르신께서 연거푸 고맙다고 해주시니 더 열심히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내년에도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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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은(1학년) 학생

  어르신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아서 어색하기도 했는데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다 보니 이제는 어르신들과 대화하는 데도 익숙해졌다. 교육받은 것을 기억하면서 발 마사지를 하다 보면 어르신들이 기뻐하시는데 그 모습에 점점 봉사 시간이 좋아지고 있다. 경로잔치 행사나 축제 때도 부스를 운영하는데 어르신들이 간식도 주시고 등도 두드려 주시는 데 보람을 느낀다. 부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학교에서 인사를 나누게 될 때 반가움이 더 커진다. 2학년 때는 회장단이 되어서 더 많은 친구들과 풋사랑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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