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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방안

유아 학습권 보장·회계 투명화 등 ‘국가가 책임지는 유아교육’으로



패널

이지은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

구영목  부산 혜화병설유치원 부장교사

이상연  양영중학교 교사

한경아  고양 아이사랑유치원 학부모

사회 : 이순이 편집장


일시 2019년 8월 29일(목) 오전 10시
장소 서울역 회의실
정리 양지선 기자


  최근 유아교육법 시행령과 교원자격검정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유아 학습권을 보호하는 유치원의 폐원기준을 수립하였으며, 교육청 행정처분의 세부기준 신설, 교사 처우개선 추진 등 유치원 운영의 투명성과 책무성이 높아지게 됐다. 이번 시행령 개정을 비롯해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하기 위해 유치원 교사와 학부모, 정책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순이

  이지은

  구영목

  이상연

  한경아


유아 학습권 보장


사회   안녕하세요. 오늘 이 자리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과 학부모 두 분을 모셨는데요. 그동안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고민과 어려움을 정책담당자와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먼저 교육부에서 유아교육에 대한 정부 예산은 어느 정도 규모인지, 또 전국의 국공사립 유치원 현황과 원아 규모 등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이지은   2019년도 기준으로 교육부 전체 예산 74조 원 중 유·초·중·고에 투입되는 예산이 59조 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합니다. 만3~5세 대상 누리과정 지원금은 3조 8,000억 원 규모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모두 지원되고, 유치원에서는 방과후 과정도 함께 지원되고 있어요. 전체 유치원 규모는 저출산 영향으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총 유치원 수는 올해 기준 8,837개원으로 작년보다 184개원 감소했고, 원아 수는 4만 명이 줄었습니다. 


사회   지난해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논의가 정말 뜨거웠는데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아의 학습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 다들 이견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학부모 입장에서 하실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이상연   네, 저는 맞벌이 중이어서 지난 사립 유치원 집단휴업 때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주말도 아닌 주중에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아이들을 볼모로 유치원 측이 이권을 챙기려 하는 처사로, 교육기관과 교육자의 자세가 아니죠. 물론 유치원의 집단행동을 억지로 막을 순 없지만,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습니다.


구영목   교원의 한 사람으로서 유치원 집단행동으로 많은 혼란이 야기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맞벌이 학부모님들의 경우 더욱 당혹스럽고 당장 아이들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이 많으셨을 거예요. 이러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타협하고 의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가장 우선으로 둬야 하겠죠.


이지은   유아 학습권은 이처럼 유치원 집단휴업이나 폐업과 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도 보호되어야 합니다. 먼저 유아 학습권의 개념을 설명해드리면 헌법 제3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돼있고, 교육기본법 제3조(학습권)에서도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일부 사립 유치원 비리 사태가 불거지면서 교육부에서는 유아의 학습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편을 마련했는데요. 그 대표적인 것이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유치원 폐원 기준을 확립한 것입니다. 시행령에 따라 교육감이 유치원 폐쇄를 인가하려면, 기존에 다니던 원아가 인근 유치원으로 배치될 계획을 담은 ‘유아지원계획’이 적절한지, 폐원에 관한 학부모 의견은 어떠한지, 폐쇄 예정 시점은 적절한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교육 여건에 따라 유아 학습권 보호에 필요한 사항들도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실제로 유치원 폐쇄를 인가하게 될 경우 유아들의 전원 조치가 이루어지는지 교육감이 확인할 의무도 부여하여, 더 이상 폐원으로 인한 학부모와 유아들의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국공립 유치원 확대


사회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국공립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도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2021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 40% 달성을 목표로 국공립 유치원 학급을 신·증설하고 있는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나요?


이지은   네, 현재 학부모들의 선호도를 고려하여 단설유치원 및 병설유치원을 신증설하고 있는데요. 올해 상반기에는 당초 목표치보다 많은 702개 학급을 확충했습니다. 올해 1월에는 국토교통부와 MOU를 체결해 대규모 택지개발 등의 경우에는 공립 유치원을 중심으로 확충하고, 유치원이 이미 포화상태인 구도심 지역에는 사립 유치원을 교육청에서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유치원’으로 유형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전국에 매입형 유치원 40여 개원이 새롭게 생길 예정인데요. 이로 인해 보다 많은 원아들이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경아   저는 유치원을 선택할 때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데요. 병설유치원은 특수교육 대상자, 법정 저소득층, 국가보훈대상자 등에 우선순위를 주다 보니 일반 가정의 유아는 병설유치원에 들어가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저도 추첨에서 떨어져 아이를 사립 유치원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아이가 다니는 사립 유치원은 인근 병설유치원 보다 한 달에 10배 정도 더 비싸더라고요. 물론 유치원마다 비용 차이가 있겠지만, 비용도 저렴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좋은 국공립 유치원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연   병설유치원은 대부분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데,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립 유치원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지은   말씀하셨듯이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을 고려해 17개 시·도교육청에서도 최대한 방과후 돌봄시간을 늘리고 있습니다. 서울은 ‘에듀케어’로 오전 7시~오후 8시까지 온종일 돌봄을 지원하고 있죠. 통학 버스도 지난해 195대를 확충했습니다.

이외에도 국공립 유치원 서비스 개선을 위해 교육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영목   국공립 유치원이 늘어나는 만큼, 반대로 사립 유치원에서는 원아 수가 감소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립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로서는 다양한 교육기관이 생기는 만큼 현재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균형적인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치원 관리·감독 강화


사회   다양한 유형의 유치원을 늘려나감과 동시에 각 기관의 운영이 투명하게 이뤄져야겠죠. 자녀가 다닐 유치원을 선택할 때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인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요. 유치원 관리·감독 역할을 다시 점검해 볼 때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어떠십니까?


이지은   그동안 유치원은 회계에 대한 관리 감독이 미흡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먼저 사립 유치원에서도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사용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올해 3월부터 도입했습니다. 1단계 도입 대상인 원아 200명 이상 유치원 568개원이 참여했고, 내년 3월에는 전면 도입됩니다. 사립 유치원도 유아교육법상 학교에 해당하기 때문에 초·중·고와 마찬가지로 유치원비, 누리과정 지원금, 현장체험학습비 등이 전체 교비회계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이제 수입부터 지출까지 전체 과정이 에듀파인 상에 기록되는 것이죠. 이로 인해 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이 강화됐습니다.


구영목   저희 유치원은 현원 200명 이상의 법인이 운영하는 사립 유치원인데요. 올해 에듀파인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 써보니 복잡하더라고요. 교육청을 통해 여러 차례 교육을 받으니 지금은 사용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앞으로 에듀파인이 도입될 유치원에는 전문인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은   현재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함께 에듀파인 교육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대표 강사를 양성해 시·도별 전달교육, 1대1로 찾아가는 멘토교육, 온라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내년에 전면 도입될 사립 유치원 약 4,000개원에서 이미 연수가  진행 중입니다.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계 용어 자체가 낯설어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회계교육과 에듀파인 시스템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택지개발 등의 경우에는 공립 유치원을 중심으로
확충하고, 구도심 지역에는 사립유치원을 교육청에서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유치원’ 등으로 유형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질 개선 방안


사회   유치원은 우리 아이들의 생애 첫 학교인 만큼 특히 선생님들에게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요구되는데요. 유치원 교사로서 느끼는 소회를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유아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의견도 말씀해 주십시오.


구영목   유치원 교사들은 한 아이의 인격이 완성되는 시기의 교육을 담당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낮은 편이라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교사의 질을 올리기 위한 방안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또한, 사립유치원은 급여 기준 자체가 낮고 각종 수당 지급이 매우 열악하여 국공립 유치원과 보수 격차가 큰 것이 현실입니다. 유치원 교사들의 안정적인 근무 여건을 만들고 교육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원 처우개선과 복지 확대가 필요합니다.


이지은   교직원 처우개선은 교육부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이전에는 사립 유치원의 경우 교직원 보수 기준이 전무했었죠. 이번에 유아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돼서 사립 유치원 교직원의 보수 기준을 유치원 규칙에 넣도록 했습니다. 유치원 규칙은 정보공시대상으로 운영위원회를 거치고 학부모에게도 공개되는데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유치원 교직원의 보수 기준에 대해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 매월 지급되는 교원기본급보조금이 작년에 59만 원이었는데 올해 62만 원으로 인상됐고, 장기근속수당 3만 원이 신설됐습니다. 앞으로 시·도교육청과 협력을 통해 금액은 계속 올려나갈 예정입니다.


이상연   저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도 해마다 선생님이 자주 바뀌어서 학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하곤 합니다. 선생님들의 근무 여건은 결국 관리자에게 달려있는데, 교사가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조성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학부모들의 참여를 늘리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저희 아이 유치원에서는 간담회를 통해 학부모가 참여하는 급식운영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아이들의 급식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보다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럽습니다. 여기에 더해 학부모의 의견이 유치원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교원평가도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경아   저는 아이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유치원 생활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치원마다 교육철학이 있는데, 저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이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세종시교육청에서는 2017년부터 매일 1시간 이상 바깥놀이를 하게 하는 교육과정으로 아이들의 건강도 증진시키고 적극적인 참여와 흥미를 유도한다고 들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무래도 아이들이 놀 시간이 줄어들게 될 텐데, 유치원만큼은 놀이학교처럼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끌어내는 교육방식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지은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앞으로 급식소위원회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등 유치원 운영위원회를 내실화할 계획이고, 유치원 교원평가제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누리과정을 유아중심·놀이중심 교육과정으로 개정한 만큼 아이들이 충분한 놀이 경험을 통해 몰입과 즐거움이 가득한 교육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 국가책임 강화’는 정부가 책무성을 가지고 추진하는 정책입니다. 유치원은 유아들의 생애 첫 학교인 만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합니다. 앞으로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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