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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준 칠명바이오 대표

곤충사료에 빠진 고교생 창업가 “창업 도전, 시기보다 열정이 중요”

글_ 양지선 기자



[직접 개발한 곤충사료 '라바푸드'를 들고 있는 공희준 칠명바이오 대표]

  “고등학생이 무슨 창업이냐고 주변의 반대가 심했죠. 누가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고요. 그저 곤충이 좋고, 더 많은 곤충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곤충사료 제조기업 칠명바이오를 이끄는 공희준 대표는 전북 완주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소년은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인터뷰에 임했다. 천진하게 웃음 짓는 모습에서나 제 나이가 보일 뿐, 유려한 말솜씨로 창업 과정을 이야기하는 그에게선 한 기업을 이끄는 청년 사업가의 면모가 엿보인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칠명바이오 생산 공장에서 공 대표를 만났다.

  공 대표가 곤충사료를 연구하고 제조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어렸을 때부터 도마뱀, 고슴도치, 햄스터, 거북이 등 다양한 생물을 길러온 그는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 같은 곤충 종류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곤충을 기르면서 사료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국내에 곤충사료업체도 거의 없을뿐더러 가격도 비싸고 품질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공 대표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사료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3년간의 연구 끝에 잎새버섯을 재배한 후 버려지는 폐균상에 당배합 발효기술을 적용한 사료를 개발했다. 공 대표의 핵심 기술인 당배합 발효기술은 단당류 발효공법으로 곤충의 먹이인 미생물을 빠르게 증식하도록 하고, 참나무 톱밥을 주재료로 하는 잎새버섯 폐균상은 발효시간을 줄여 생산원가를 절감해준다. 이 아이디어로 그는 지난해 부처통합 창업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접 개발한 곤충사료 제조기술로 히트

  “사료를 처음 만들어보려는데 아무런 데이터가 없었어요. 농촌진흥청에 찾아보니 탄질비를 맞추고 탄수화물, 단백질, 당류를 배합하면 된다는 설명 정도만 나와 있었죠. 기본적인 원리만 알고 적합한 원료와 첨가제를 찾아 무작정 실험에 돌입했어요.”

  제대로 된 발효시설 없이 집안에서 실험하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공 대표는 사료 개발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됐다. 직접 만든 사료를 먹고 잘 자라게 된 곤충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고. 그는 “실험을 거듭할수록 결과가 좋아 곤충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올렸고 마니아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라며 “난생처음 느껴본 성취감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곤충사료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본 공 대표는 본격적으로 창업을 마음먹었지만 주변의 반대에 부딪혔다. 자본금도 없었을뿐더러 학업을 놓치면 안 되는 시기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부모님도 나서서 말렸지만, 그의 열정을 꺾진 못했다. ‘도전 K-스타트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나서야 인정을 받았다. 대회 상금 1억 원으로는 현재의 생산 공장을 마련했고, 사료 생산에 필요한 맞춤 장비들도 제작 중이다. 그간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아버지는 이제 공 대표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됐다.

  하지만 학업과 사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여전히 공 대표에게 큰 부담으로 남아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1교시 수업만 듣고 학교를 나왔다. “원래 성적이 상위권이었는데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집중하면서 확 뒤집혔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보인 그는 “대학을 졸업했다거나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면 바로 바닥이다. 미래를 위해 대학 특별전형 입시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 대표의 생산공장에서 발효과정을 거쳐 탄생한 곤충사료 샘플 - 1]


[공 대표의 생산공장에서 발효과정을 거쳐 탄생한 곤충사료 샘플 - 2]


“단순한 사업 대신 가치 있는 일 하고파”

  고교생으로서 그의 꿈은 물론 대학 입시에 성공하는 것이지만, 칠명바이오 대표로서의 꿈은 그보다 원대하다. 그는 현재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공 대표는 “곤충사료 제조 기술을 아프리카에 전달해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흔히 곤충을 미래식량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직접 먹어보니 맛도 괜찮고 고단백 식품이어서 영양가도 높다.”라며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사업이 아닌,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더 빨리 사회에 발을 내디딘 공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번뜩이는 창업 아이템과 열정이 있다면 시기에 상관없이 도전해도 좋지만, 막연히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어린 나이에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모험”이라고 지적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는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가 돼보는 것”을 조언한다.

  “제품을 쓰다 보면 불편한 부분이 눈에 보이기 마련인데, 이 문제의 해결책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 창업 아이디어의 시작이에요. 정말 애정을 갖고 사용해온 제품이라면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불편함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 들 거예요. 바로 제가 창업을 시작한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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