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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남기 오팔레트 대표 나노구조 활용 ‘무색소 컬러렌즈’ 개발 실험실 속 아이디어를 창업 아이템으로

글_ 양지선 기자

 

 

예비창업자 민남기 오팔레트 대표

 

  눈동자의 색깔을 바꿔주는 컬러 콘택트렌즈는 특히 학생들이 즐겨 사용하는 미용 아이템 중 하나다. 하지만 일부 컬러렌즈에서 색소가 묻어나와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눈에 안전한 컬러렌즈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한 예비창업자 민남기(26) 오팔레트 대표를 대전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실험실에서 만났다.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민남기 씨는 본래 나노구조체로 색을 바꿔 주로 위조지폐 방지에 쓰이는 보안 물질을 만드는 실험을 해왔다. 그러다 해당 원리를 콘택트렌즈에 적용하게 된 것은 좀 더 실생활에 유용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것이 계기였다.
  “실험실 안에서만 펼쳐졌던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해보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우연히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주최한 창업 멘토링 프로그램 ‘랩투비즈(Lab to Biz)’의 포스터를 봤는데, 저의 아이디어를 검증받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실제로 수상을 하면서 창업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민 대표의 ‘무색소 컬러 콘택트렌즈’는 이후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진행한 해외 창업 프로그램인 한국형 아이코어 사업에도 선정됐고, 부처통합 창업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에서는 국방부 장관상과 상금 1억 원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모교인 한국과학기술원 창업원에서도 9,5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창업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 조성됐으면”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넘치고 남다른 도전정신을 타고난 사람들이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의외로 민남기 대표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교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미래는 불확실했고 대기업 취직도 물론 생각했다고.
  창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는 친구의 영향이 있었다. 민 대표는 “고등학교 동기 중 창업을 해서 이미 22살이 됐을 때 매각을 한 친구가 있는데, 그때 ‘저런 길도 있구나’라고 인식했어요. 교수가 되거나 대기업 취직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길이 열린 느낌이었죠.”라고 전했다. 실제로 창업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하거나,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창업에 관심이 없는 이들은 관련 소식을 접하기 힘들 정도. 그래서 민 대표는 사회적으로 창업에 대한 이야기가 더 활발하고 긍정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전! K-스타트업’ 시상식에서 좌담회가 펼쳐졌는데,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한 말 중 인상 깊었던 말이 있어요.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지원금만 늘릴 것이 아니라,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하다고 박수도 쳐주고 관련 기사도 더욱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런 긍정적인 인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정말 공감됐어요.”

 왼쪽부터 민 대표와 KAIST 동기 김동재·이건호 씨

 

민 대표가 개발한 무색소 컬러렌즈.

 

 

팀원들과 철저한 소비자 검증 과정 거쳐
  물론 구체적인 준비 없이 무작정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조언을 건넨다. 민 대표가 꼽은 창업 필수 요소 두 가지는 바로 △팀원 구축 △소비자 검증 과정이다. 가장 먼저 팀원의 중요성을 얘기한 그는 연구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한국과학기술원 동기 김동재, 이건호 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법인을 설립할 때는 투자와 기술 개발, 영수증 처리 등 사소한 문제까지 믿고 함께할 수 있는 팀원이 꼭 필요하다며 “창업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험실에서만 이뤄지는 탁상공론이 아닌, 소비자에게 실제로 적용되는 문제인지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남기 대표는 컬러렌즈의 실구매층인 10~30대 여성과 콘택트렌즈 전문점 30곳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여대 앞을 무작정 찾아가 무색소 컬러 콘택트렌즈를 쓸 의향이 있는지, 적정 가격은 어느 정도를 예상하는지 등을 물었다. “정말 부끄럽고 힘들었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었죠. 덕분에 실제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라고 그는 회상했다.
  현재 민남기 대표는 내달 중 법인을 설립하고 제품 양산화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회사명 오팔레트는 보석 오팔과 팔레트의 합성어. 나노구조로 오묘한 색이 발현되는 오팔의 원리를 이용해 여러 가지 색의 컬러 콘택트렌즈를 만들어내는 팔레트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앞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컬러렌즈를 색소를 쓰지 않는 기술로 대체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민 대표가 전하는 조언은 무엇일까. 그는 “모든 스타트업이 성공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창업을 너무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면 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좋은 팀원과 충분한 아이디어 검증 과정만 있다면 과감히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도 방법이죠. 요즘은 참 창업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해요. 정부에서 다양하게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관련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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