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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학생들 목소리 높이는 과정

우리가 만드는 사회, 3월 민주주의 시작

글_ 이상근 충북성화초등학교 교사


학생다모임에서 학생회 정책제안하는 학생들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에서 학생, 교사 모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 ‘학교’이다. 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학생들은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배려하고 지켜야 할 것들을 나누며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은 공동체에도 무수히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이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되면 각 교실에서 또는 학년, 학교 차원에서 지켜야하는 규칙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각 학급에서 리더(대표)를 선출하고, 학교의 학생 대표를 선출하고자 분주하게 움직인다. 즉,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선거를 경험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경험들을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교육으로, 수업의 한 과정으로 만들 수 없을까? 

  이런 고민과 질문을 가지고 ‘우리가 만드는 사회, 3월 민주주의의 시작’라는 주제로 3월 프로젝트 수업을 하게 되었다.


[국어] 삶 속에서 지켜야하는 최소한의 배려와 규칙

  학교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학급에서 토의가 이루어지고, 서로 협력하는 문화를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3월이 되면 교실에서는 학급약속을 정하게 된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감정보다는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건 정말 어렵다.

  그래서 국어의 논설문 단원을 재구성하여 수업하면서 토론의 기본과 학생들의 실제 삶 속에서 서로 지켜야하는 최소한의 배려, 규칙들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보다 우리 아이들은 내용도 논리정연하게 글을 잘 쓴다. 그런데 학생들 자신이 쓴 글과 실제 삶 속에서 이뤄지는 실천의 간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는 고민이 되기도 한다.


[사회] 민주주의 꽃, 우리나라 ‘선거’의 역사

  3월 프로젝트 수업에서 우리나라 ‘선거’의 역사 부분 수업은 사회 현대사 영역 일부분인 이승만 정권 당시 3·15부정선거와 4·19혁명까지 과정에 대한 내용을 ‘우리가 만드는 사회’ 주제수업에 넣어서 진행하였다.

  이 수업 과정에서 배우는 역사의 이야기들이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는 학생회 선거에 투영되기를 바라는 의도가 있었다. 학생들 스스로 부정선거에 대한 경계심이 형성되고, 공정한 선거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치] 교육 주체로서 바로 서는 과정 ‘학생회 선거’

  학생회 선거 방식이나 구성계획에도 많은 변화를 추구하였다. 학생회 선거를 준비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학생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였고, 더불어 학생회의 권리와 책임도 높였다. 성화초등학교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후보자 정책 자료집’ 등을 제작하고, 공개 ‘후보자 토론회’를 진행하여 유권자들로 하여금 주인의식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준비를 마치고 토론회가 진행되니 후보자 상호 간 질문과 청중들의 질문은 생각보다 날카로웠고, 다양한 의견이 제안될 수 있었다.

학생회 대표 선거 개표소

  그 과정에서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우리 사회보다 더 엄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학생들을 단순히 교사가 모든 것을 알려주고 지시해야 하는 ‘어린’존재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학교교육의 한 주체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고, 주체로서 바로 설 수 있도록 ‘동행해야 하는’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자치활동이 선거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어느 학교든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선거제도에 따라 그 방향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성화초 학생자치활동 선거제도는 ‘팀-Mate제도’를 선택하였다. 팀-Mate제도는 회장, 부회장들이 한 팀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방식으로 장점이 많았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선거 출마부터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한 팀으로 움직이면서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 당선 된 후에는 회장 개인이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 팀과 함께 공약을 추진하므로 책임감을 높일 수 있고, 예산을 학생회의 계획에 따라 집행함으로써 학생회의 권한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만드는 사회 수업

토론회를 진행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토론회를 진행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학생회대표 선거 후보자토론회

국어 논설문 ‘삶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배려’

  3월, 우리가 만드는 사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자치활동이 변화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건 생각보다 간단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선거 제도를 바꾸고 당선된 후보들이 협력하여 공약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가능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이 여전히 공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학생자치

   3월 학생회 선거가 마무리 되고, 프로젝트의 마무리로 4월 2일 당선증 수여식과 학생다모임으로 ‘학생회 정책제안’ 시간을 가졌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목표는 학생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연습이자 배우는 과정이었다. 학생들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학생회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기존 ‘학생회’는 학교의 홍보를 위한 역할을 하거나 담당 지도교사가 시키는 일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임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생회는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며, 이를 집행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학생자치 담당의 철학과 이해? 선생님들의 지원과 회의구조? 공동체적인 문화? 물론 이것들도 아주 중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먼저 선결되어야 할 것은 학생회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하는 권한이다. 즉, 학생회를 구성하기 위한 ‘부서’와 ‘집행부’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선거 공약을 추진할 수 있는 학생자치 예산에 대한 권한이라고 생각한다. 그 권한이 있어야만 학생회가 스스로 계획하고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라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교사가 개입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자세히 도움을 주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학생들은 지도교사에게 의지하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학생들의 ‘학생자치활동’이 아닌, 담당교사의 ‘학생자치활동’이 되어버릴 수 있으니 늘 이를 경계하여야 하며, 지금도 고민이 되고 있는 지점이다.
학교에서 학생자치활동의 핵심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들이 주인의식을 제대로 발현되고 있는지, 혹시 학교의 구조와 시스템에서 학생자치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교사들은 어떠한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에 달려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는 경험을 가진다면, 이후 학교 밖의 사회에서 하나의 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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