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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

글·사진 오세준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 수학교사

 선행학습으로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학생, 오늘 처음 내용을 배우는 학생,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 수학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은 학생…. 한 교실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학생들이 모여 있다. 이 학생들이 모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모든 학생이 수업 시간에 학습하며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각종 연수에 참여하였으며, 과정중심평가를 시작하였다.


모두를 위한 수업의 시작, 과정중심평가

  학생들에게 과정중심평가를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매 수업 시간 평가지를 주며 그 평가지를 선생님이 채점한 후에 다음 시간에 돌려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수업 시간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엎드리려고 애를 쓰는 학생, 멍한 표정의 학생들이 모두 열심히 평가지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평가지를 작성하면서 모르는 문제는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 동안 배움을 경험하여 의미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때, 모든 평가는 성취기준을 토대로 구성되었다. 한 차시의 수업은 하나의 성취기준을 학습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였으며, 다시 상·중·하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개념, 문제를 재구성하였다. 또한, 한 차시의 수업을 정리할 때도 평가 기준 상·중·하를 활용하였으며 학생들에게는 성취 수준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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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학생들이 문제를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고 새로운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지도하기 위해 수업을 설계하였다. 활동지는 학생들이 문제를 풀기에 앞서서 풀이를 설계하도록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알고 있는 문제를 구조화하여 정리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으며, 새로운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학생 스스로 탐구하게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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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활동지를 하나씩 점검하면서 학생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수준이 다른 것을 발견하였다. 난도가 높은 문제들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 문제 풀이 단계에서 여러 단계를 요구한다. 학생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단계와 모르는 단계를 명확히 이해한다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 학생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한다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그림처럼 단계를 나누어 설정하여 스스로 점검할 수 있게 하였다. 


  문제를 풀고 나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풀이를 점검하며 무엇을 배웠는지 파악하도록 활동지를 구성하였다. 학생들은 각자 이 문제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 원래 알고 있었던 것과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등을 서술하였다. 이를 통하여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활동형 과정중심평가 설계와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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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취기준에 따라서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입체도형을 만들고 두 평면이 이루는 각을 측정하는 수업은 교구를 활용하였다. 종이와 연필로 입체도형에서 두 평면이 이루는 각을 구하는 것을 연습한 후, 입체도형을 직접 만들어 보고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여 두 평면이 이루는 각을 현실에서 측정하는 활동형 과정중심평가를 설계하였다. 이 과정중심평가에서 확인하고 싶은 역량은 창의·융합 역량이었다. 학생들은 창의적인 입체도형을 제작하였으며, 이 입체도형에서 두 평면이 이루는 각을 구하기 위하여 교과에서 학습한 지식(정사영, 무게중심, 삼각비)을 활용하였다. 또한, 4명의 학생이 협동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과제로 부여하였다. 종이와 펜을 이용하여 이론적으로 풀게 하였으며, 실제 각도기를 이용하여 측정하게 하였다. 



자신의 꿈을 이차곡선으로 표현하기  

기사 이미지  기하 과목은 공학적 도구를 활용하여 수업을 구성할 수 있는 주제가 많다. 이차곡선 단원의 성취기준인 ‘포물선, 타원, 쌍곡선의 뜻을 알고, 방정식을 구할 수 있다.’에 대하여 학생들이 자발적인 동기로 이차곡선을 좌표평면에 그리고 방정식을 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였다. 진로와 연결하여 이차곡선으로 자기의 꿈을 디자인하는 수행평가로 3개 종류의 이차곡선을 좌표평면에 표현하며, 방정식을 작성하게 하였다. 그리고 표현한 그림이 자신의 진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서술한 것을 평가하였다. 이때,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개발한 도형학습용 소프트웨어 알지오매스를 활용하였다. 알지오매스의 알지오모둠과 알지오 문서의 기능을 활용하여 과정중심평가를 진행하였다. 자신의 꿈을 이차곡선으로 좌표평면에 자유롭게 표현하게 하여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향상시켰으며,

공학적 도구인 알지오매스의 알지오 문서 기능을 활용하여 온라인 수업에서도 활용 가능한 평가를 설계하였다.



수학으로 인공지능  배우기

  <인공지능 수학>은 2015 수학과 교육과정의 진로선택과목 중 하나이다. 미래핵심 기술인 인공지능에 활용되는 수학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과목이다. 인공지능 기술에 활용되는 수학은 참 많다.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이미지데이터와 관련된 인공지능 모델은 수학의 행렬을 활용하고 있다. 챗GPT와 같이 새로운 텍스트데이터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은 수학의 벡터, 확률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50년 뒤의 인구, 기후현상은 수학의 극한, 미분을 토대로 인공지능이 예측할 수 있다.


  수학은 학문 자체로서 참 아름다운 학문이지만, 이렇게 쓸모도 많은 과목이다. 학생들이 수학의 아름다움과 쓸모를 알고, 수학에 대한 가치, 필요성에 공감하며, 확률과 통계, 기하, 미적분 등 다양한 수학 과목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학습하기를 바라며 인공지능의 원리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였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이미지데이터를 처리할 때는 먼저 이미지를 행렬로 표현한다. 그리고 행렬의 연산을 통해서 이미지를 변환한다. 학생들에게 이 과정을 함께 경험하도록 하여, 인공지능이 이미지데이터를 이해하는 방식을 지도하였다. 활동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개발한 수학교육 정책사이트(ASKMATH)의 AI웹실험실을 활용하였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이미지를 그리고 이를 행렬을 이용하여 표현해보게 하였다. 또한 행렬의 덧셈, 뺄셈 등을 통해서 이미지를 변환하게 하였다. 수학의 덧셈, 뺄셈을 이미지 변환에 활용하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는 앱, 인공지능에 수학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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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챗GPT를 활용하여 수학 수업도 진행하였다. 챗GPT에게 한국 수학능력시험 문제를 풀이하게 하면 정답률은 10~30% 정도 수준이고, 등급으로 환산하면 9등급이었다. 이에 학생들에게 수학 교과에서 챗GPT를 활용할 때는 챗GPT의 대답을 맹신하지 않도록 수업을 설계하였다. 학생들에게 챗GPT에 수학문제를 질문하고, 챗GPT의 대답을 확인하며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보게 하였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해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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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수업은 한 편의 ‘드라마’ 

  수학 수업은 한 편의 드라마에 비유할 수 있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60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드라마가 끝나면 너무 아쉽고 다음 화가 기다려진다. 드라마를 보지 않을 때도 친구들하고 주인공 이야기를 하며 다음 화를 예측하기도 한다. 실제 수학 수업은 드라마이다. 공간도형 단원은 (김)직선과 (박)평면이 주인공인 드라마이다. 주인공인 직선이와 평면이의 탄생과 성장 과정도 있고, 직선이와 평면이의 관계가 평행선을 달리기도 하고 다시 같은 방향을 향하기도 하며 드라마틱하게 변화해나간다. 

  수학 수업이 아이들에게도 재미있는 드라마처럼 기다려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나가고, 수업이 끝나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드라마 같은 수업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 학생과 교사가 모두 성장하는 해피엔딩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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