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코로나19 사태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

붕어쌤의 생활교육 특강

글  이우경 온양여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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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선생님과 학생이 만날 수 없는 요즘,
충남 온양여자중학교 이우경 교사는 학급밴드를 통한 특강으로 아이들과 매일 소통하고 있다. 
  그중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사랑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감동적인 글 한 편을 소개한다.


  개학연기 후 네 번째 금요일이 밝았습니다. 반 카톡방에서 “3월에 이렇게 집에 있어보기는 내 인생에서 처음이에요.”라고 말하는 여러분이 귀여워 혼자 웃으면서도 이런 경험이 샘의 30여 년 교직인생에도 처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흠칫 놀랐습니다. 우리 인생에 닥쳐온 어떤 일도, 어쩌면 나쁜 일일수록 더욱더, 우리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줍니다. 그럼 이번 코로나19사태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샘은 대학생 때 샘의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은 책을 만났습니다. 독일의 신경정신과 의사이며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입니다. 나중에 여러분도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유태인인 빅터는 2차 세계대전 때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죽음의 공포를 하루하루 견디며 3년을 살았습니다. 부모, 형제, 아내가 강제수용소에서 모두 죽고, 모든 가치를 파멸당한 상태에서 그는 인간이 어떻게 존엄을 잃지 않고 삶의 의미를 지켜나갈 수 있는지를 체험 수기로 썼어요. 샘의 인생을 바꾼 대목은 바로 책의 이 부분입니다.

  “인간의 자유는 어떤가? 인간은 환경에 대한 행동과 반응에 아무런 정신적 자유도 없단 말인가? (중략)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즉,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

  포로가 되어 끌려간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빼앗긴 상황에서 두 가지로 완전히 다르게 반응하고 행동했습니다. 한 부류의 사람들은 완전히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한 조각의 빵에 달려드는 짐승들처럼 금방 변해갔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조차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선택을 하는 다른 사람들은 그 빵을 양보하고, 심지어 가스실로 끌려가며 죽지 않으려 애원하는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제가 대신 가면 안 되겠습니까?”라며 초연히 예수와도 같은 죽음을 선택하기도 했어요.

  빅터는 “진정한 자유란 ~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에 대한 자유이다.”라고 했어요. 죽음의 수용소에서 풀려나는 것(~로부터의 자유)보다, 비인간적이고 비참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는 것(~에 대한 자유)이야말로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라는 것이지요.

  오늘날로 바꿔서 얘기하자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져서 일상을 되찾는 것(코로나19로부터의 자유)보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을 위해 마스크를 양보하고, 자가격리된 이웃을 돌보고, 그동안 못해 본 독서와 취미생활을 하고, 이웃을 배려하며, 나의 선한 영향력이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코로나19에 대한 자유)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밤낮없이 감염의 두려움 속에서도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들, 방역하는 분들, 근근이 모은 돈을 동사무소 앞에 두고 가는, 가난하지만 인간으로 살기를 선택하는 이웃, 자신의 일터에서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분들이 현재 우리 모두의 삶을 희망으로 지탱해주고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답게 살기를 선택한 분들은 우리 주변에 여전히 푸르고 싱싱한 나무들처럼 살아갈 희망과 버틸 힘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은 분명 편안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샘은 여러분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해할까 봐 그것이 가장 걱정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 굴복하고 불안해하고 무기력해하는 것보다 지금 나를 위해,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 좀 더 나아가 이웃과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태도와 행동을 택할 것인가를 생각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이 코로나19로부터의 자유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코로나19에 대한 진정한 자유를 선택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오늘을 사랑하고, 오늘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알차게 계획하고, 부모님과 형제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기획하고 실천해보기를 바랍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도 불분명하고,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TV 앞을 떠나지 않으며 지내는 하루와 안녕하고, 이런 인간다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여러분의 진정한 자유라고, 빅터 프랭클은 말해주고 있답니다.

  다시 주말입니다. 이번 주말에도 부모님들께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추천해드립니다. 영화 <안네의 일기>와 <피아니스트>입니다.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며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영화들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모두 돌아가면서 느낀 점이나 가장 인상 깊은 장면과 이유에 대해 한마디씩 해보는 가족 토론의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모두들 월요일에 건강하게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