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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의 세 번째 교육편지 투사와 시인과 화가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우리의 기대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찬란한 봄 소식이었습니다. 온 국민이 가정과 사무실, 교실에서 환호하고, 세계의 모든 시선이 판문점에 쏠려 있었습니다. 지지와 성원이 이어지고 가파른 대립의 위기 속에 놓였던 한반도에 찾아온 화해와 협력, 평화의 봄에 모두가 감동했습니다.

 

  행복한 교육 독자 여러분!
  이번에 이루어진 판문점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은 ‘세 번째 정상회담과 선언’이라는 의미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면서 남과 북 사이에 70여 년 이어져 온 분단-전쟁-냉전이라는 과거의 역사가 소환되고, 우리 모두는 함께 만들어 갈 화해-협력-평화의 미래와 손잡았습니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저는 우리 아이들이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며 살아갈 기반을 마련해 가겠습니다.

 

  한편, 평화와 통일에의 뜻과 마음을 모으는 일은 중요하지만 기적같은 성과를 조급하게 요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프랑스 대혁명의 역사에서 물리적인 바스띠유는 순식간에 무너졌지만 앙시앙레짐(구체제)은 오랫동안 지속된 것처럼 70여 년을 이어져온 적대와 혐오의 분단체제는 우리의 문화와 의식 속에 더 오래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차근차근 준비하며, 끊임없이 노력해야 평화롭고 통일된 한반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통일에 이르는 과정을 긴 안목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통일된 한반도의 주인공인 우리의 아이들이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짚어보는 일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미 고착화된 분단체제 속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이전 세대보다 분단과 냉전의 상처에 대해 덜 민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애초에 하나의 민족이었고,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화를 가진 하나의 나라였다라는 것만으로 통일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낯설어합니다. 게다가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못지않게 무관심이 넓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통일된 한반도를 살아갈 아이들이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하다는 것은 통일이 우리의 희망이면서도 큰 과제라는 걸 의미합니다. 이것은 통일을 위해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둔 평화와 협력의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긴 시간에 걸쳐 신뢰를 쌓고, 이렇게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통일을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통일을 희망과 관심으로 바꾸는 것은 교육부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그래서 저는 판문점 선언, 그리고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 헌법 제5조 1항에서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말하고 있는 내용을 평화통일교육으로 구체화하여 남과 북이 하나된 봄을 이어가는 일에 교육부가 앞장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행복한 교육 독자 여러분!  
  4월 27일의 정상회담 장면은 두고두고 되풀이해 봐도 감격스럽습니다. 특히, 도보다리 회담은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 내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연초록이 우거진 도보다리에서 두 정상이 이야기를 나누고, 곁에는 나무랑 새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푸르른 들풀과 풀잎 사이사이로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그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나비가 날아와 앉습니다. 나비는 카메라의 앵글을 벗어나 구멍 뚫린 철모 사이로, 민들레 노란 꽃 위로 날아가 앉습니다. 순간 꽃씨가 바람을 벗 삼아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고, 봄은 철조망 높이만큼 피어올라 북으로 남으로 펴져갑니다. 그 순간 우리는 정상회담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있지 않고, 갈라섬이 없이 자유로운 하늘과 바람, 나비와 민들레를 노래하는 시인이자 화가가 되었습니다. 

 

  저와 같이 독재와 분단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외치며 투사가 되어야 했지만 평화롭고 통일된 한반도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은 바람과 풀과 민들레 꽃씨를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길 바랍니다.  

 

  통일된 한반도를 그리며 어린아이처럼 설레이는 마음으로 5월을 맞게 되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