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김상곤의 두 번째 교육편지 공평무사한 봄빛처럼 정의로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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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상곤입니다.


산과 들에 갖가지 꽃은 피고 연둣빛 이파리 사이로 햇살은 투명하게 반짝입니다. 매일마다 순간마다 생명의 약동을 느낍니다. 꿈틀거리는 봄빛, 우리 교실에도 그런 봄빛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는 아이들, 꼼꼼히 하나하나 살펴보면 같은 아이임에도 성장의 눈금이 보일 만큼 성큼성큼 자라날 것입니다.


만물이 봄의 기운으로 커 가듯 우리 아이들도 저마다의 빛깔로 자신만의 꽃을 피울 것입니다. 왜 노란빛이 아니고 붉냐고, 왜 저 꽃은 벌써 피었는데 이 꽃은 아직 피지 않느냐고 다그치지 않듯이 우리 아이들 모두 저마다의 개성으로 때를 달리하여 성장할 것을 믿어 보는 봄입니다.


저 찬란한 자연을 보며 또 하나의 이치를 깨닫는 봄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봄볕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텐데! 공화국에 걸맞은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텐데! 막중한 책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의(正義)로운 교육에 대한 단상을 적어 보려 합니다.


정의를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플라톤의 논의에서 실마리를 찾고 싶습니다. 플라톤은 정의를 사회적 활동 속에서 참다운 선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공선의 실현이 곧 정의라는 것이지요. 서로가 의존하면서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태는 행위, 즉 협력에 기반한 공동체가 유연하게 작동될 때를 정의롭다고 봤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 요즘 우리 교육은 어떤가요? 교육의 사회적 기능이 과도하게 축소되었습니다. 정의의 실현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 여부에 맡겨졌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이, 개인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자기를 실현하도록 하는 것을 정의의 핵심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의마저 시장화되었습니다.


이런 왜곡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사회의 적극 개입과 조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교정의 원동력이자 변화의 축은 마땅히 교육이어야 하고 그런 교육이라야 그것을 우리는 정의로운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또는 실현하려는 교육 열망을 공적으로 현실화시키는 과정이 곧 교육 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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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시겠지만, 우리 사회는 공동체 의식이 많이 약화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적 욕심과 의지, 노력과 능력만을 부추기면 교육마저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체제로 변하게 됩니다. 교육적 정의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며, 그 실현은 모든 학생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주는 데서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 국가는 나이, 성별, 지역, 언어, 경제 형편에 상관없이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교육기회 제공은 말 그대로 시작일 뿐,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불평등한 교육구조를 개선하는 데까지 가야 합니다. 불평등의 장벽을 제거해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을 통한 희망의 사다리가 작동하지 않아 약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게 되면서 배움 자체를 포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회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매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봄볕은 공평하여 붉은 꽃 노란 꽃을 가리지 않습니다. 조금 늦을 뿐, 응달에도 봄바람은 골고루 퍼져 땅 밑까지 따스해지고 나무줄기로 물이 차오릅니다. 삼라만상이 저마다의 기운으로 생동하듯이 우리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 모습과 정도는 서로 다르겠지만 모두 제 몫의 삶을 일궈내게 돕는 일, 그것이 공교육의 역할임을 새삼 되새겨 봅니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몸과 마음이 차가워진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더욱 따뜻하게 감싸안고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의 얼굴을 한 교육정책을 구현하겠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소득 수준이 아이의 교육 수준을 결정하는 교육 현실을 타파하고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완성해 가는 듬직한 밑돌을 놓을 때입니다.


교육 정의를 바탕으로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이를 대한민국의 문화 자산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응원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