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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21 20주년, 그 성과 및 향후 계획

글_ 서형관 한국연구재단 인재양성진흥팀장


  2017년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만 9,730달러로 세계 29위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 우리나라 총 연구비는 세계 5위(910억 달러), GDP 대비 총 R&D 투자는 세계 1위(4.55%)를 기록하였다. 과학기술 및 인력양성에 대한 꾸준한 투자 결과, 2017년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 수 세계 12위(60,529건), 2018년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특허협력조약) 특허 출원 세계 5위(17,017건), 우리나라 상근상당 연구원 수(FTE) 세계 6위(38.3만 명) 등 대단한 성과를 달성하였다.


   그간의 과학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 및 그 성과에 따라 학계가 좀 안주할 만도 하나, 2019년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다. 이는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으로, 일본의 무역도발 등 작금의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교육·과학·기술계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처럼 들린다.


BK21사업의 과거와 현재


  1997년 우리나라는 아시아 금융위기 속에서 무분별한 차입으로 의존하던 국내기업의 외국자본 단기부채 만료와 아시아 경제에 불안을 느낀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인하여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게 되었고, 단기간에 기업의 파산이나 부도, 대량 실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하여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였고, 1997년부터 2001년까지 4년 동안 IMF 관리체제 내에서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IMF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 미래사회 최첨단 신산업 분야에서 활약할 고급인력 양성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고 1999년 BK(Brain Korea, 두뇌한국)21사업을 추진하였다. 1단계 BK21사업을 시작할 즈음(1998년) 우리나라의 SCI 기준 논문 국가 순위는 18위였고(미국의 3.9%, 일본의 15.2%), 인적자원 국가경쟁력 평가 47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1999. IMD). 1999년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시초로써 BK21사업을 지원한 이래 20여 년이 지났다. 1단계 BK21사업(1999~2005년), 2단계 BK21사업(2006~2012년), BK21플러스 사업(2013년~현재) 등 총 3단계를 거치면서 지원현황은 어떠했는지, 우리나라의 연구수준과 인력양성 수준은 어떻게 변모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01 1단계 BK21사업(1999~2005년)

  1단계 BK21사업의 목적은 ‘첨단기술분야의 고등인력양성 체제 구축을 위해 대학원 중심 대학 육성과 이를 통한 국제수준의 R&D 인력양성’이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년 2천억 원씩 총 1조 5천억 원이 72개 대학 438개 사업단(팀)에 지원되었다. 1단계 BK21사업의 7년간 지원을 통해 ‘SCI 논문 게재 제고’, ‘학부 정원 감축’, ‘대학원 문호 개방’, ‘연구비 중앙관리제 구축’, ‘국립대 특별회계 책임운영제 확보’ 등 연구중심대학 체제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또한 성과중심의 연구풍토와 경쟁환경을 조성하여 정체된 대학사회에 변화를 유도하고 대학의 국제적 연구경쟁력이 제고되었으며(SCI 국가 순위: 9,444편(1998년 세계 18위) → 18,497편(2004년 세계 13위)), 첨단 과학기술분야 등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석박사를 집중 배출하고 해외연수 지원 등으로 대학원생의 국제적 감각 및 자신감이 고취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석사 50,874명, 박사 23,009명, 계약교수 3,196명, 박사후 과정 4,913명 배출).


02 2단계 BK21사업(2006~2012년)

  1단계 BK21사업이 종료될 시점에서는 연구중심대학 체재의 안정적 정착 및 가속화가 필요하였고 미래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해야 될 시기였다. 2006년부터 시작된 2단계 BK21사업에서는 ‘세계수준의 분야별 연구중심대학 10개 육성’, ‘지식 이전 세계 10위권 도달’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연간 약 2천 5백억 원씩 총 1조 7천억 원을 7년간 지원하였다. BK21사업의 지속적 추진으로 대학의 연구역량 및 국제경쟁력이 향상되었으며 학문 전 분야의 핵심전문인력을 양성하였다(QS 세계 대학평가 200위권 대학 수 : 2007년 2개 → 2012년 6개)


03 BK21플러스 사업(2013년~2020년)

  1단계, 2단계 BK21사업이 14년간 지원되면서 대학의 연구역량이 양적으로는 크게 증가하였으나, 창의성에 기반한 선도형 성장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었으며, 미래 국가경쟁력을 주도할 ‘석박사급 창의인재’ 양성이 절실한 시점이 도래하였다. BK21플러스 사업에서는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고 융복합분야의 핵심 고급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연간 2천 7백억 원, 총 2조 원을 7년간 지원하였다. BK21플러스 사업지원을 통해서 연구중심대학으로의 개편을 고도화하고, 주요 핵심분야의 학문후속세대 양성·배출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과학기술 기초 및 응용분야에 각각 연평균 1,474명, 5,853명의 석사 및 박사 인력 배출, 연평균 신규수요의 약 2.1%).


04 BK21사업에 대한 해외 평가

•美고등교육전문지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04.7)

‘과거 10년간 세계 과학계는 한국의 대학들을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으나 최근 이 나라의 연구진이 내놓고 있는 깜짝 놀랄만한 논문들과 연구 성과들을 주목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가 BK21사업을 통해 대학 재정지원을 우수 연구 대학에 집중한 결과’라고 평가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연구소 연구 보고 (’05.8)
‘인적 자본이 성장의 열쇠(Human Capital is the Key to Growth) : 성공사례와 정책’에서 BK21사업은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며, 연구 인프라와 대학원 교육질 제고를 통해 핵심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소개


•일본, BK21사업 벤치마킹하여 연구거점육성사업(COE)에 반영 (’11)
사업 초기 대학원생 지원 항목이 없었으나, BK21사업을 벤치마킹하여 대학원 지원금을 사업비에 포함하여 지원


4단계 BK21사업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문제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창의적·도전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될 계획이다.


BK21사업의 미래


  우리나라의 상근 상당 연구원 수(FTE)는 38.3만 명으로 세계 6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 연구원 수 비중은 10.1%로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2018년 기준 두뇌유출지수 4.00(측정대상 60개국 중 43위)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인력이 국외로 유출되는 정도가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2019년 6월 28일 BK21 20주년을 기념하여 그간의 성과와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심포지움이 개최된 바 있다. 학계의 많은 연구자들도 BK21사업이 20여 년 동안 51만 명의 석박사급 연구자와 신진연구자들을 지원하여 우리나라의 연구경쟁력을 높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연구질 질적 성장 및 국민 실생활 개선으로 연계, 혁신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융복합 지원,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안정적 지원 등이 미흡했던 것으로 지적하였다.

  BK21사업 20여 년간의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 검토하여 2020년부터 시작되는 4단계 BK21사업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문제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창의적·도전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될 계획이다. 4단계 BK21사업의 핵심 방안으로는 ‘세계 수준 연구중심대학 육성’, ‘대학원 혁신 지원을 통한 대학원 체질 개선’, ‘대학원 교육 내실화를 통한 혁신 인재 집중 육성’, ‘사회문제 해결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 ‘도전적·장기적 연구 유도’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교육과정 개편 등 대학원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통한 혁신인재를 육성하고, 대학원생 등의 학문후속세대의 학업·연구 전념 환경 조성을 위해 연구장학금 단가를 현실화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 사업단 중심 연구에 따른 학문분야 분절화 현상을 극복하고 혁신적인 학문후속세대 지원시스템이 공유·확산될 수 있도록 대학원혁신지원을 신설할 계획이다.

  향후 지속적인 BK21사업 지원을 통해서 국내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인재가 국외로 유출되지 않고 대학 내에서 안정적으로 기초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때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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