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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대학에서 ‘융합 교육’ 제대로 하기

글_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대학혁신과 공유센터 센터장

 

융합 교육이란
  융합(convergence)이란 ‘서로 다른 분야가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분야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복합’, ‘통섭’, ‘통합’ 등 여러 단어가 혼용되고, 학자마다 다른 관점과 이해를 가지고 있다. 개념과 해석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학문 세계는 물론 교육 현장에서도 융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학문 세계에서 융합은 세분화된 학문 분야들을 서로 연계하고 통합해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금의 학문 체계가 지나치게 분화되어 탐구하려는 현상을 분절적으로 이해하게 할 뿐 전체적인 모습과 의미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하였다.


  교육 현장에서도 융합 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인재상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당면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통합적 사고력이 있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학습자들이 개별 학문의 경계를 넘어, 보다 종합적이고 창의적인 관점을 경험하고 사고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융합 교육이 등장한 배경이다.


  최근 대학에서 융합 교육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 후에 맞이하게 될 세상은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이를 풀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학들은 융합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어느 한 분야의 지식만을 습득하는 ‘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적 경험과 인간적 교류를 통해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융합 교육의 방법들
  융합 교육을 실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여러 학문 분야를 종합해서 얻은 통합적인 ‘내용 지식(subject knowledge)’을 전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분야 연구에 천착해 온 교수들이 자신의 영역을 넘어 타 분야 지식까지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종합해서 가르치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다. 학생 스스로 융합의 필요성, 융합 탐구의 어려움, 융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지적 도전과 역동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둘째는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 즉 ‘과정 지식(process knowledge)’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즉 융합 교육의 목표를 이미 융합된 지식의 전수보다 학생 스스로 융합해보는 경험을 갖는 것으로 이해하는 입장이다. 오늘날 대학에서 운영되는 많은 융합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다양한 문제해결 과정에서 융합 탐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 과정에서 깊은 수준의 지적 체험과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융합 교육이 성공하려면
학습자 주도(student-oriented)
  제4차 산업혁명시대로 불리는 미래 사회에서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며 살아가려면 전공 분야의 전문성 못지않게 창의적 문제 해결력, 다양성에 대한 이해, 협력적 태도, 사회정서 역량 등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내용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자기 주도적인 융합 탐구를 통해 ‘과정 지식’을 얻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융합적 탐구 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교육 활동의 중심에 학습자를 놓고, 그들이 다채로운 지적, 사회적 경험을 하면서 지식을 구성해가는 학습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볼 때, 융합 교육의 핵심은 학생이야말로 중요한 학습의 주체임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물론 교수자의 역할이 무시되어서도 안 된다. 학습자들이 학습의 과정을 주도해가도록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섬세한 준비가 필요하다.  

 

문제기반 학습(problem-based learning)
  융합 교육이 성과를 발현하려면, 학생들이 ‘유의미한 학습 경험(significant learning experiences)’을 갖도록 해야 한다. ‘유의미한 학습 경험’이란 학습의 내용과 과정이 자신의 실제 삶과 맥락적으로 연계되는 심층 학습(deep learning)이 일어나는 경우이다. 학습 과정이 목적이 있는 활동, 가치가 있는 활동이어야 하고, 학습자가 스스로 설정한 삶의 목표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어야 한다.


  존 듀이(John Dewey) 말처럼, ‘교육은 삶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삶 그 자체여야 한다(Education is not pre-paration for life; Education is life itself)’. 프로젝트 학습(project-based)과 혼용되기도 하는 문제기반 학습은 실제로 닥친 문제나 향후 당면할 과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문제의 해결이나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다양한 지식을 동원하는 융합을 경험하고 다른 동료들과 협업하는 인간관계도 경험하게 된다.

 

협동 학습(Team-based cooperative learning)
  융합 교육이 추구하는 ‘유의미한 학습 경험’에는 지식의 융합 활동뿐만 아니라 다른 배경과 관점을 지닌 사람과의 역동적인 교류도 포함된다. 즉 융합 교육은 다른 사람과의 협동 학습을 통해 진행될 수 있고, 대체로 팀을 기반으로 하는 문제해결 학습의 형태로 진행된다. 여기서 팀은 공동의 목표 아래 각자 역할과 책임을 느끼고, 구성원들이 상호 의존성을 가지며 행동하는 하나의 생태계이다.


  협동 학습을 기반으로 하는 융합 교육은 단순한 집단 작업이 아니라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정서 역량을 기르고, 개방적 태도와 비판적 사고가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경험을 한다

 

 

대학 수준에서 융합교육 사례 
  융합 교육은 자칫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형태로 흐르기 쉽다. 이는 융합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적과 배치된다.


  여기서는 성균관대 C-school의 ‘융합기초 프로젝트’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융합 교육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살펴본다.


  ‘융합기초 프로젝트’를 통해 길러내려는 인재는 ‘개방형 창의융합 인재’이다. 이는 전공 세계에만 갇히지 않고, 글로벌 또는 지역사회 문제를 공감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하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인재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을 유도하기 위해 학점을 부여하지 않고 약 2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개방적 태도와 융합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다학제(interdisciplinary) 기반 팀’을 구성하고, 전문성과 창의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한다. 협력적 태도, 공동체 정신,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협동 학습’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융합기초 프로젝트’는 융합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첫째, 팀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의 융합이 일어나도록 모든 참여 팀은 3개 학과 이상의 학생으로 구성한다. 성별, 학년, 사전 학습경험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다른 대학 재학생과 연합팀을 만들기도 한다.


  둘째,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도록 한다. 기존 프로젝트 학습이 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면, ‘융합기초 프로젝트’는 참여자가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어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적용하여, 문제의 공감부터 창의적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참여자들은 문제의 탐색부터 해결까지 모든 과정을 ‘아이디어북(Ideabook)’에 기록한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이를 반성적으로 되돌아보는 경험을 한다. 프로젝트 운영자들은 참여 학생들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이 역동적으로 교환하는 협동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의도적으로 학습 환경을 조성해나간다(Scaffolding).


  넷째, 참여자들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대학의 교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도록 권장한다. 아이디어 공유회와 최종 성과발표회를 통해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경험을 가진다.


  지난 4년 동안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우선 참여자들은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전공 지식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하였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창의적 발상(creative thinking)’과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가 필요함을 느끼고 경험했다고 하였다. 나아가 전공 분야를 넘는 ‘사고의 확장’이 수확이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편 일부 참여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자신을 알아가고 ‘성찰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팀 기반의 협동 학습을 진행하면서 과업의 수행이나 관계의 면에서 ‘갈등’도 경험하면서 ‘개방적 태도’와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제를 찾는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다른 전공 수업과 달랐다고 말했다.

 

 

통합된 학문과 교육
  오늘날 주목받는 융합 교육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을 중심으로 수학, 음악, 천문학 등 다양한 영역이 통합된 학문과 교육이 이루어졌다. 학문 분야별로 경계를 구분하여 각각의 지식을 나누어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에 대하여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종합적인 이해를 추구하였다. 이렇게 볼 때, 융합이란 본래의 학문 세계와 교육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대표적인 방법이 융합 교육이고, 이를 구현하는 것은 대학의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