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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재정과 공영형 사립대

글_ 변기용 고려대학교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

 

고등교육 재정 확보의 전망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고등교육 체제 개편 정책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대’를 핵심적 원리로 하여 세부적으로 (1) 거점 국립대가 명문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집중 육성, (2) ‘공영형 사립대학’ 전환 및 육성, (3) 국공립 전문대학 및 공영형 전문대 육성, (4) 지역 소규모 강소대학 육성 지원, (5) 중장기적으로 국공립대 공동 운영 체제 등 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대학서열화 완화 및 대학 경쟁력 강화 등의 방안으로 요약된다.


  제안된 대학 구조개혁 방안의 전제인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기본 원칙이 단순한 이념적 차원에서의 논쟁을 넘어 정책적 측면에서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에 합당한 재원이 조달되어야 한다. 2018년 교육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을 살펴보면, 고등교육 분야 총 예산액은 2017년 9조 4,253억 원에서 2018년 9조 4,987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0.8%만이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예산액 중 약 4조 이상이 국가장학금 및 장학재단 출연금을 차지하므로 실제 대학 체제 개편을 위해 투입되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추정된다(변기용·송인영, 2018).


  기획재정부의 2017~2021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살펴보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고등교육 예산은 앞서 말한 고등교육 공공성 확대를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자 수요에도 불구하고 동 기간 동안 1조 7천억 원 증가(2017년 대비 19%, 2017년 9조 4천억 원 => 2021년 11조 2천억 원)에 그치고 있다. 동 기간 전체 교육 부문의 예산은 2017년 57조 4천억 원에서 2021년 75조 3천억 원으로 증가하여 17조 9천억 원이 증가(2017년 대비 31% 증가)하지만, 교육 부문 내부에서 고등교육 부문의 동기간 동안 예산 증가율은 4.29%(유초중등 7.54%, 평생직업 8.18%, 교육일반 6.98%)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고등교육 부문은 먼저 교육계 외부적인 어려움과 함께 교육계 내부적으로도 재정 확보와 관련하여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등교육 재정, 지자체의 재정적 기여 필요
  문재인 정부는 정의로운 사회와 형평성을 강조하는 정권의 이념적 지향성에 비추어 볼 때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육 및 의료, 노인 복지 수요, 최저 임금 인상 등 복지 투자 수요 확대를 위한 투자가 예정되어 있어(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교육재정, 특히 고등교육 재정 확보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을 것임은 이미 예측(변기용 외, 2017b)되어 온 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등교육 부문에 많은 예산이 추가로 투자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공공성 확대 정책’의 타당성은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고등교육 부문에 대한 추가적 재정 확보를 위해 교육계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지역 강소대학 육성이나, 대부분 지역에 위치한 대학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영형 사립대학/전문대학으로 전환하는데 있어서는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전제로 국고 재원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재정적 기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당면한 정책적 맥락을 고려할 때 필자는 이러한 교육계의 고등교육 재정 확충 노력의 지속적 추진과 함께 다음의 방안을 추가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탈피
  4년제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하락한 고등교육 보편화 시대와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감안한 보다 유연한 교육이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기존 고등교육기관의 체질 개선과 함께, 다양한 저비용 고등교육의 제공 방식과 가능성에 대한 보다 심층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높은 취업률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폴리텍대학은 일반대학 중심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 개선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대표적 직업교육기관이다. 폴리텍대학이 가진 강점은 저렴한 학비, 수요자 맞춤형 교육과정 및 탄력적 학사시스템과 학과 관리시스템, 인력수요 변화에 대한 학교 차원의 빠른 대응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변기용·송인영, 2018).


   이러한 기능대학의 다양한 특성과 성과는 공영형 전문대 도입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채창균 외(2015)의 연구는 현재의 사립 전문대학 위주의 전문대학 시스템을 국가지원의 확대와 더불어 공공 책무성을 갖는 준공영 형태로 개편하는 방안의 실효성과 적시성을 분석하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영형 사립대 및 전문대 전환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문대학의 취업률 향상에 대한 분석에서 1인당 재정지원 사업비 등을 통제한 뒤에도 국공립 전문대학과 사립 전문대학은 취업률의 차이가 없는데 비해 폴리텍대학은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취업률과 경영효율성을 나타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통해 이들은 현재의 사립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단순히 국가의 재정지원만 확대한다고 해서 재정의 효율적 활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폴리텍대학과 같은 준공영화를 통한 지원이 오히려 더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만일 ‘공영형 사립대 도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우선순위 측면에서 우리 고등교육 체제의 어떤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먼저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할 것인가의 문제가 단순히 ‘공영형 사립대 도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단순한 이념적 논쟁보다는 훨씬 유의미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현 시점에서 모든 사립대를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현재 사립으로도 잘 운영되고 있는 대학을 굳이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 본 원고는 변기용, 송인용(2018.2)이 발표한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 개혁 추진 현황과 개선과제:대학 구조개혁 및 재정지원 사업 재편 정책을 중심으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