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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혁신의 길목에 서다

글_ 조동성 국립인천대학교 총장

 

  많은 사람들이 ‘대학은 위기’라고 한다. 기존 형태의 대학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 재정지원 축소, 과학기술의 급격한 변화와 같은 급격한 외부환경 변화를 든다. 그러나 성급하게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인류는 안정기에서 양적 성장, 위기에서 질적 발전을 해왔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대학이 질적 발전을 할 좋은 기회다. 기회를 찾기 위해 환경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대학, 질적 발전을 꾀할 좋은 기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모든 부분에서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이미 흘러간 화제다. 한국 젊은이들을 투기 대열에 끌어들인 비트코인, ‘아마존 고’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무인편의점, 알고 보면 모두 4차 산업혁명 결과다. 앞으로 어떤 천지개벽이 우리 앞에 다가올 지 아무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은 한 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국가 경제 전략 중 하나다. 지금 세계에는 237개의 국가가 있다. 그 중 우리나라가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국가는 몇 개나 있을까? 경제규모에서 우리보다 나은 나라 중 서로 비슷한 전략을 쓰는 나라를 같은 유형으로 본다면 5개 정도가 있다. 이 다섯 가지 전략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가장 맞는 전략을 찾아보자.


  먼저 일본이 있다. 일본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엔화를 대규모 발행하여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러면 수출이 늘어난다. 경상수지는 흑자가 되고, 국민총생산은 증가한다. 하지만 희생자들이 생긴다. 수입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입 기업이 어려워지고,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가 줄어든다. 일본이 2016년 올린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은 38,917달러로 세계 20위다.


  두 번째는 독일이다. 독일 전략이 바로 ‘4차 산업혁명(4th Industrial revolution)’이다. 2013년 독일 정부는 ‘하이테크 전략 2020’을 세우고 그 핵심 내용을 Industrie 4.0으로 명명했다. 4차 산업혁명이 독일에서 가능했던 이유는 독일이 제조업 국가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무너져 있는 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의미 없다. 독일이 올린 1인당 GDP는 41,902달러로 세계 17등이다.


  세 번째는 미국이다. 미국은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Protective trade)’ 체제로 선회했다. 보호무역은 단기적으로는 미국경제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이 올린 1인당 GDP는 55,805달러로 세계 7등이다.


  네 번째는 스위스이다. 스위스는 서비스 산업 중에서도 금융산업에 집중해서 세계를 상대로 시장을 넓히는 ‘세계적 집중화(Global Focus)’ 전략을 채택했다. 스위스가 올린 1인당 GDP는 79,242달러로 세계 2등이다. 룩셈부르크는 스위스보다 더 심하게 세계적 집중화 전략을 채택한 결과 1인당 GDP 103,199달러로 세계 1등 국가가 되었다.


  다섯 번째는 ‘스마트 국가(Smart nation)’ 전략이다. 우리는 이미 하루 서너 시간씩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 놀고 있다. 스마트 국가는 국민의 삶이 24시간 내내 스마트폰 안에서 이루어지는 나라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 삶을 5분 단위로 기록하고, 그 내용을 개별적 활동으로 나눈다면 1,000개 정도의 단속적인 삶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하나의 삶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바꾸면 스마트 국가가 탄생한다.

 

20번의 클릭으로 회사를 만드는 세상
  스마트 국가는 여러 나라에서 이미 일부 구현되고 있다. 미국의 우버나 한국의 카○○ 택시를 보자. 예전에는 손들고 택시를 잡다가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른다. 중국에는 팡두어두어(房多多)라는 부동산 업체가 있다. 중국의 모든 부동산을 인터넷으로 연결한 것인데, 이곳에서는 매물 가격에 관계없이 거래 비용이 건당 무조건 2,990위안이다. 1억 원이나 10억 원이나 100억 원이나 똑같이 한국 돈 약 54만 원만 내면 된다. 인터넷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각각의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은 똑같다는 것이다. 배달 어플 ‘배달의 ○○’도 스마트 국가 전략에 맞는 사업이다. 과거 음식을 주문하려면 전화를 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으로 한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창업을 휴대폰으로 끝낸다. 12분 동안 20번만 클릭을 하면 회사 하나가 세워진다. 이러한 인터넷 활동을 스마트폰에 장착하면 우리 삶이 스마트폰 안에서 일어난다. 이런 하나하나의 단위 활동이 사업화되면서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시가총액 10억 달러짜리 회사가 나타난다. 이 회사 사업이 한 나라에서 표준화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 시가총액에 0이 두 개 더 붙어서 1,000억 달러짜리 회사가 된다. 이런 활동이 1,000개 정도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나라가 500개만 먼저 만들어서 세계화한다고 가정하자. 5천만 국민이 시가총액 1,000억 달러짜리 회사 500개 회사의 시가총액을 균등하게 나눠 갖는다면 1인당 자산이 100만 달러가 된다. 이 자산의 평균 수익률을 10%로 가정하면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이 10만 달러가 된다. 이 소득수준은 제조업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숫자다. 이 스마트 전략의 조건은 모든 사람이 휴대폰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스마트 국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참고로 스웨덴은 1인당 소득이 51,165달러로 세계 11등, 핀란드는 43,169달러로 15등이다.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필요
  한국의 국가경제 상황에 가장  적합한 모델은 무엇일까? 다섯 가지 국가 전략 중 2번과 5번을 보자. 2번은 단기적으로, 5번은 장기적으로 적합하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하다. 그래서 2번 전략인 4차 산업혁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 모델을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고도화된 제조업기반, 첨단화된 과학기술, 일자리 감소에 대한 국가적 화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고도화된 제조업기반이 있지만, 첨단화된 과학기술이 부족하다. 오히려 상당 부문에서 중국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국가적 화합은 가장 어려운 문제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효율성이 올라가면 그만큼 인력이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은 정면으로 대치되는 작업이다. 두 작업이 함께 나아가려면 근로자들이 교육을 통해 고도화되어야 하고,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나와야 한다.


  5번 스마트 국가의 필요조건은 규모의 경제, ICT 시스템, 양극화 해소이다. 스마트 사업이 세계적으로 표준화가 되려면 한국 인구 5천만 명이라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반한 ICT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ICT기술이 세계 12등 밖에 안 된다. 세 번째는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 해소이다. 양극화된 세상에서는 디지털화가 안 일어난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보자. 첫 번째 조건은 갖고 있고, 두 번째 조건은 분발해야 하고, 세 번째는 우리에게 크게 부족하다. ICT 표준화와 과학기술 발전이 일어나야 하고, 사회구성원의 화합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

 

 

ICT와 첨단 과학기술 역량을 갖춘 인재
  이러한 상황이 현재 한국이 서 있는 위치이고, 대학이 처해 있는 상황이다. 대학 앞에는 기존의 길과 혁신의 길이 놓여져 있다. 대학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혁신의 길을 가야 한다. 또 혁신의 길 중에도 어느 길을 갈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국립인천대학교는 ICT와 첨단 과학기술에 관한 역량을 갖추고, 인간 중심사회에 대한 믿음과 화합을 강조하는 인격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고 한다. 특히 인격을 갖춘 인재에 대한 필요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의 표현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신입사원은 생물학 과목을 2개 더 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신입사원은 조직에 몰입하고 구성원과 화합하며, 성실한 자세로 자신의 역할에 전력투구하는, 반듯한 인성을 갖춘 사람입니다. 대학은 기업이 내부에서 만들 수 없는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해주십시오.”


  미래사회는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지식으로 훈련할 수 없는, 인성을 갖춘 지혜롭고 창조적인 사람이 이끌어 갈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을 미래 대학4.0으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