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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끼리끼리 뭉치는 아이들, 그들만의 법칙

글_ 김서규 유신고등학교 진로상담부장교사

 

못하는 아이들의 약점과 보통아이들의 편견이 합쳐지면서 나쁜 결과를 만든 것일 뿐, 서열이 절대적인 유리천장은 아니다.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끼리끼리 뭉칠까? 마음의 성숙도(원가족에서 발달한 적응과 위축, 배려와 폭력 등), 능력(놀이와 학습, EQ와 IQ 등), 학급 편성(같은 학급이냐 아니냐), 가정환경(유사한 처지인가)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자발적으로 뭉친다.

3종류의 끼리끼리
  이론가든 현장에 있는 사람이든 잘하는 애, 보통 애, 못난 애의 3유형 집단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 잘하는 애들은 ‘전교 등수가 나오는 착한 애’ 혹은 ‘전교 등 수가 나오고 집안이 빵빵한 애’다. 전자는 옛날식 범생이고, 후자는 요즘식 범생이다. 이들은 서로 알아보고 어울린다. 다시 두 유형으로 나누면 사립 초·중학교와 특목고를 다니느라 보통아이들과 격리되어서 보고 듣는 것이 상당히 달라져버린 우등생, 그리고 일반학교에서 보통아이들과 함께 지내느라 공부도 잘하고 함께 어울리기도 하는 우등생이다. 하지만 숫자가 적어서 전체 집단의 아이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보통아이들은 가장 보편적인 모습을 한, 100명 중 70명쯤 되는 아이들이다. 공부는 중위권이고 동네학원에 다니고 수업시간에 자다 깨다 한다. 노는 게 모범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나가지도 않는다. 규칙도 양심껏 지키지는 않고 남에게 피해가 없거나 자신에게 이익이 없는 것은 무시하는 편이다. 그 대신 친구를 중시한다. 자신이 다른 아이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지기)를 잘 하는지, 낄겨(낄 때 끼었는지)했는지, 초딩강퇴(수준 낮다고 무시 받음) 소리를 듣지나 않을지 긴장한다. 여학생들은 32명의 학급원들 중에서 서로 말이 통하는 아이가 7~8명, 어울려 다니는 아이가 3~4명,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아이가 1~2명이 되도록 친구 관리를 한다. 남학생은 농구나 축구를 같이 하는 애가 7~8명, 점심을 같이 먹고 게임 얘기를 나눌 애가 3~4명,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애가 1~2명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부분 이 일에 성공하는데,보통아이들의 폭이 넓고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학급의 대부분이 보통아이들이기 때문에 보통아이들은 자신이 보통아이들의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것을 모른다.
  못하는 애들은 사회성이 없는 애(왕재수, 나대는 애), ‘바보’ 같은 애(셔틀)다. 배후에는 해결해야 할 가정문제나 신체·성격문제가 있어서 그렇지만, 아이들이 그것까지 이해하고 배려하긴 어렵다. 그래서 못하는 애들은 자기들끼리 뭉친다. 하지만 소수여서 자칫 따돌림이나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날라리로 불리는 잘 노는 애들도 있지만 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잘 놀기 때문에 못하는 아이 집단에 들지 않는다. 또한 공부 못하는 애와 아픈 애(정신지체아, 장애아)도 못하는 애는 아니다. 아이들도 ‘엄마, 내 친구 등수를 왜 물어? 걘 친구야!’ 혹은 ‘걘 아픈 애야. 힘든 애라고.’ 하면서 관대한 태도로 쉴드쳐 줄 망정 업신여기지 않는다.

끼리끼리의 역동
  3집단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서열과 관계다. 잘하는 애와 못하는 애는 말을 섞을일이 별로 없다. 백곰과 사자가 만날 일이 없듯 ‘잘난 애’와 ‘못난 애’는 서로 자기가할 일을 할 뿐이다.
  그러나 좋은 학급에 가면 우등생이 열등생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고, 열등생이고마워한다. 후자는 서열과 관계가 조화를 이룬 학급풍토를 가꾼 덕분이다. 잘하는 애는 보통아이에게 ‘학급의 규칙은 이걸로 하자.’ 혹은 ‘음악회 표를 사왔으니 모두 1장씩 사줘.’ 하면서 주도하고, 보통아이는 ‘알았어.’ 하면서 따른다. 논리나 정보에서 못 당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모두 군소리 없이 따를 수밖에.
  반면에 학급을 이끈 애들이 ‘학급 규칙을 만들 때 1안과 2안이 있어. 어느 것이 좋을까?’ 혹은 ‘학생회에서 학교 음악회를 하는데 다들 참석하면 고맙겠대.’ 하고, 보통아이가 ‘그런 사정이 있었네. 알려줘서 고마워.’ 한다. 전자는 통제했고, 후자는 안내했다. 후자가 바람직하다.

 

[그림] 또래집단 간의 악순환


  보통아이들은 못하는 아이들이 끼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일본인 나이토 아사오는 학교에 카스트가 있고 폭력과 이지메로 서열의 항상성을 유지한다고 했지만, 못하는 아이들의 약점과 보통아이들의 편견이 합쳐지면서 나쁜 결과를 만든 것일 뿐, 서열이 절대적인 유리천장은 아니다.
  이 대목에서 어른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교사들조차 학급운영에 편리하다고 잘하는 아이들의 능력을 중시하면 그게 그만 권력이 되면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가 나타난다. 반면에 3자 간 잘 소통하도록 다리를 놓으면 모두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