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웹진사이트입니다

행복한교육

가상현실에서 사는 또 하나의 나

글_ 김서규  유신고등학교 교사

 

  인터넷 뉴스에서 심각한 정치기사가 떴다. 그런데 맨 처음 댓글에 ‘1빠’라는 두 글자가 올라온다. 이게 뭐야 하는 사이에 ‘내가 2빠’ 그리고 ‘3빠’ 하는 댓글이 연속 올라온다. 마치 남의 집 초인종을 얼른 누르고 도망가는 아이들 놀이처럼, 인터넷 공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이들이 댓글 란에서 놀고 간 뒤 어른들이 나타나서 ‘제발 생각들 하고 삽시다.’ ‘왠 빠놀이예요!?’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지만, 아이들은 끝없는 사이버공간 어디론가 가뭇없이 사라진 지 오래고, 하하, 어른들은 그게 아이들인 것조차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 아이들은 사이버 세상(공간)에서 이렇게 짖궂게 장난만 치는 걸까?

 

 

아이들의 신세계


  아니다. 13세 아이가 사이버대학 해킹보안학과에서 대학공부를 하고, 15살 소년이 프로 게이머고, 17세 소녀가 BJ를 하면서 풍부한 지식과 패션 감각으로 인기와 수입을 얻는다. 부모들은 의대, 법대, 건축학과, 기계공학과를 넘어서면 전자공학과와 제어계측공학과를 혼동하는데, 아이들은 컴퓨터 관련 직업을 열 개도 더 알고 잘도 구분한다. ‘저 애가 제 컴퓨터를 장난으로 포맷했어요. 데이터 복구는 10% 확률이고 음악은 5%인데, 제가 전원을 모르고 켰기 때문에 확률은 더 떨어져요. 무손실음원은 그렇다쳐도 다른 건 돈 주고 스트리밍한 거니 재물손괴죄로 고발해야겠죠?’ 하면 어머니도 선생님도 잘 모른다. 그래? 외계인을 죽여도 살인죄가 된다면 핸드폰 내용을 지운 것도 재물손괴죄가 되겠지? 아니 진짜 되나?

 

 

어른들의 기우


  각종 학술지에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과 이중자아 그리고 청소년의 일탈에 대해서 수없는 논문이 실리고, 학교에서도 1년에 2회 이상 컴퓨터 중독예방 교육을 시키고, 게임이 아이들을 망치니 시간을 정해놓고 금지하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기야 인터넷에는 도박, 원조교제, 일확천금 돈 벌기, 동성애클럽, 음란매체 같은 것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그런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인터넷은 후천적으로 배워서 익힌 것이 아니라, 날 때부터 숨 쉬는 공기와 같다. 더러 악성댓글이 달리고 사이버 폭력이 있긴 하지만 현실세계에도 가끔 악당이 출현하는 정도고, 사실은 삶의 마을이고 쉼의 숲이고 이웃으로 가는 마을버스다. 우리나라는 전인구의 60% 이상이 세계 1위 속도의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학생층이 95% 이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인터넷 물정을 더 잘 알고 경험이 더 많은 아이들이 덜 걱정한다면 그게 진실일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 터전


  아이들은 사이버 공간에 나타나서 글이며 사진이며 정보를 교환하는 장면은 마치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어울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신의 톡에 대답하는 말씨는 어떤지, 누구에게 더 많은 댓글을 다는지, 어떤 식으로 대화를 전개하는지 살펴보고 분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일상생활과 비슷하다. ‘아, 채영이네 엄마가 채영이 아이디로 들어와서 우리를 살펴보고 있네. 강퇴시키기 보다 그냥 놔두고 우리끼리 따로 나가서 만들자. 대신 여기는 사진이나 중요한 걸 올리지 말고.’ ‘은빈이는 친구를 못 사귈까 봐 걱정을 많이 하는 아이인가 봐. 페북에서 중학교 때 친구들을 살펴봤더니 오래 있지 못하던데.’ ‘철진이는 부산에서 전학왔는데, 그쪽에서 활동한 내용을 보니 착한 애 같애. 2년 전에 교내 팝송경연대회에 나가서 은상 받은 곡을 모셔왔어.’ 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여 확장한 공간에 공부, 진로, 엄마, 친구, 놀이나 온라인 게임, 동호회나 채팅, 그리고 대중음악, 영화, 스포츠에 대해서 동영상, 음원, 텍스트, 이모티콘을 복합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삶을 엮어나간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자아가 분열되고 착하던 아이가 거칠어지나? 아니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가 몇 번 넘어지는 것이 당연하듯 대부분의 아이들은 현실의 자아와 사이버 공간의 자아를 몇 번 혼동하긴 하지만 이내 양자를 조화시키고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는 것 같다.


  몇 년이 못 되어 인공지능, 우주개발, 유전공학, 3D기술, 사물인터넷, 로봇 등 가상현실이 고도로 발전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법률, 경제, 인권, 윤리가 생기면서 아이들의 삶은 우리 시대와 비교해서 근본적인 변혁을 일으킬 것이다. 이 물결 앞에서 새로운 삶을 마주보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하라고 할까? 핸드폰과 인터넷을 금지하는 대신 교과서와 노트가 다 들어있고, 모든 학습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컴퓨터라도 하나씩 선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