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웹진사이트입니다

행복한교육

학교폭력제도 개선을 위한 우리의 과제

글_ 박주형 경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전)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연구교수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지속적인 범정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학생이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학교폭력은 여전히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회문제로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최전선에서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학교와 교원들은 학교폭력 사안처리 과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학교폭력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의 해결을 위한 노력은 이제 학교나 교육청 등의 교육기관을 벗어나 법원의 소송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학교 밖 청소년들에 의한 학교폭력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청소년 폭력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으로 학교폭력 관련 정책의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그간의 대처 방식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학교폭력 근절종합대책’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중요한 정책 아젠다로 설정하고 해결을 위한 범정부적 노력을 시행해 오고 있다. 특히, 2004년 1월 국회에서 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2005년부터 5년 단위로 수립·시행하고 있다. 더욱이, 2012년부터는 교육부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 학교폭력 대책이 거의 매년 발표되고 있으며, 2018년 하반기에는 학교폭력 해결방안이 정책숙려제의 대상으로 선정됨으로써 정책과정에 대한 다양한 시민참여를 통해 학교폭력을 둘러싼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는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피해학생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1차 실태조사의 결과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증가하였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 건수가 모든 학교급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여전히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관련 기관의 총체적인 노력의 필요성과 더불어 학교폭력 발생 시 학교폭력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고 피해학생의 보호 및 가해학생의 선도를 통해 정상적인 교우관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 프로그램 및 조치들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시민사회단체의 관여를 통해 피해학생을 위한 두터운 보호체계를 형성하고 가해학생이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상담교사 등)의 확충과 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의 운영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기 위한 기구(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등)에 대한 역할을 규정하고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내림으로써 학교폭력이라는 문제행동에 대해 처벌을 내리기 위한 법적 근거로 생각한다. 특히,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교육적 개입보다는 법적인 절차와 규정에 따라 마치 법원이 판결을 내리는 것처럼 결정에 대해 다투는 공간으로 학교를 변질시킨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교 내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구성원의 비전문성과 그 결정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됨에 따라 파생되는 가해학생에 대한 불이익 그리고 학교폭력 사안 처리가 향후 소송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의 판단 대상이 됨에 따라 생기는 업무의 폭증 현상 등으로 인해 그러한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과 예방적 접근 필요
  학교는 학생들이 동료학생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배우고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교육적 성장을 이루는 교육과 학습의 장이다. 이런 학교가 어느 순간부터 불신과 민원의 대상이 되고 교원들이 수업에 집중하기보다는 행정적인 절차에 매몰되고 과다한 민원으로 인해 소진되는 현상을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학교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위한 학교의 노력이 훼손되지는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은 그 유형이 다양하고 그 수준 역시 천차만별이다. 외부의 기준으로 본다면 경범죄나 즉결심판 대상
  범죄 즉, 매우 경미한 범죄 사건부터 중대한 범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현재 「학교폭력예방법」은 이러한 모든 수준의 학교폭력을 다 공식적인 절차인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되어야 한다는 것에 문제가 존재한다. 단순·경미한 학교폭력의 경우에는 교사와 학교의 관심과 애정을 통해서 관련 학생 간 화해가 이루어지고 다시 정상적인 교우관계가 회복되어 학교폭력이 재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순·경미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적 차원에서 해결할 기회를 한번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폭력 문제를 사후처리 과정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번 발생한 학교폭력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 가해자, 조력자 등 관계되는 학생들 모두에게 정신적 혹은 육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저연령 학생의 경우 이러한 피해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학창시절 동안 지속적으로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도 최근 교육부의 어울림 프로그램, 법무부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등 학교폭력 관련 부처들이 확산시키고 있는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들이 학교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고 교사들 역시 학급운영 과정에서 교우관계나 학생들의 인권 보호적 차원에서 상호 간의 존중과 배려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서 학교문화 형성과 교육과정 편성 시에 이러한 존중과 배려의 정신이 강조되고 학생 간 그리고 학생과 학교 구성원 간 수평적 소통을 통해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기회가 확대된다면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