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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와 시민참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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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의견에 반응해야만 한다. 따라서 정책과정에 대한 다양한 시민참여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시민참여가 확대될수록 필연적으로 이질적인 가치와 이해관계를 지닌 행위자들 간의 갈등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최적의 유일한 정책 대안을 선택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책과정에서 갈등의 필연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 갈등을 제거하려는 노력보다는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행위자들이 서로 간에 인식 차이를 발견하고, 이를 좁혀나갈 수 있는 공론화 또는 숙의적 절차가 정책과정에 내재되어야만 할 것이다.

숙의민주주의 가치를 구현하는 장
  과거 정부는 정책과정에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각종 설명회, 공청회, 여론조사, 주민투표 등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수렴 기제들은 시민들의 숙의에 기반한 판단이나 결정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실제로, 대부분 사람들이 정책 이슈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또한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도 않은 채 투표장으로 향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결과, 시민의 자유롭고 이성적인 토론과 학습의 결과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소극적인 대중들의 피상적인 태도나 의견이 여론으로 간주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반면, 최근 부각되고 있는 공론화 절차들은 정책문제에 대한 이해와 학습 기반의 여론을 얻어내는데 적합한 기제들이다. 현재까지 다양한 숙의적 절차들이 개발되었는데, 이들 절차들은 공통적으로 일반 시민들이 정책 이슈에 대해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숙고할수록 정책 선호가 달라진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숙의 과정에서 시민들이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와 의견들에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정책 문제는 물론 상대방에 대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며, 그 결과 인식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2017년 가을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에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로의 전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18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숙의민주주의 가치를 구현하는 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 공론화 모델 개발… ‘시민적 지성’ 발휘 기회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는 기본적으로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ing)와 시나리오 워크숍(scenario workshop)이 결합된 형태로써, 국내 상황에 적합한 공론화 모델이 개발, 적용되는 최초의 사례이다. 지난 5월 말 국가교육회의에서 공론화 범위를 한정하였고, 공론화위원회는 6월 16~17일 이틀간 이해관계자, 학부모, 학생, 교원, 대입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나리오 워크숍을 통해 대입제도 개편의 비전을 수립하고,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절차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비전과 대안을 담은 4개의 고유한 대입제도 개편 시나리오들이 만들어졌다. 7월 중순(1차 숙의: 14~15일)과 하순(2차 숙의, 27~29일 예정)에는 400명이 넘는 시민참여단이 2차례에 걸쳐 이들 시나리오들을 의제로 하여 학습과 토론의 공론화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과학적인 확률표본 추출을 통해 국민들의 축소판인 시민참여단이 대표성 있게 구성되고, 이들 시민참여단이 대입 개편 시나리오들에 대해 정교하게 균형 잡힌 정보와 자료를 기반으로 토론과 학습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입개편 시나리오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폭넓은 의견수렴을 위해 미래세대 토론회, TV 토론회, 국민대토론회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들 토론회 자료들은 시민참여단에게 전달되어 숙의 자료로도 활용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료검증단을 활용해 정보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검증하는 절차도 진행된다. 이와 함께, 시민참여단은 숙의 과정에서 시나리오별 전문가들과 함께 충분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짐으로써 보다 심층적인 토론이 가능하게 된다. 2차례에 걸친 공론화 절차가 모두 종료되고 나면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하여, 숙의의 결과로 어떤 의견 변화가 발생되었는가를 조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론화위원회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하게 된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는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다시금 일깨움은 물론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번 공론화는 다양한 시민들이 국민을 대표해 토론을 통해 서로에게 진실로 귀 기울이고, 상대방과의 차이를 단순히 ‘맞춰주기’ 보다는 ‘이해’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가 또 한 번 우리 사회의 ‘시민적 지성’을 발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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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섭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
중앙대학교 교수

필자는 중앙대학교 행정학 학사와 고려대학교 행정학 석사, 뉴욕 주립대학교(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Albany)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정부 부처 및 지자체 위원으로 활동하며,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