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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사회의 불화 그리고 우리의 미래

 

학부모 마음 
  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가 대학입시를 알아본다. 수시모집에는 내신, 학생부 종합, 논술 전형이 있고, 정시모집에는 수능 전형이 있다. 학부모는 자신이 치렀던 과거 입시보다 복잡해져서 뭐가 뭔지 몰라서 불안하고 화도 난다. 그런데 아이의 내신 성적을 확인하니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는 성적이다. 이미 내신 성적은 사실상 결정되었다. 교과 전형은 포기한다. 학생부를 떼어다가 비싼 돈을 주고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가니, 학원에서는 이미 늦었다며 이 학생부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타박을 준다. 다른 애들은 이미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컨설팅을 받고 학생부를 만들었는데 너무 늦었으니 학생부종합전형은 포기하라고 한다. 그리고 논술 학원에 다녀서 논술 전형을 준비하라고 부추긴다. 그런데 논술 전형 경쟁률을 보니 몇십대 일은 기본이고 백대 일이 넘는 곳도 있으니, 논술 전형으로 대학에 붙기를 기대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등록한다. 이미 결정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수능에 전념하여 ‘한판 뒤집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수능이다. 그런데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 선발 인원은 너무 적다. 학부모는 아이를 위해서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점수는 수능뿐이니 오로지 수능을 붙잡아야 한다. 그런데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우리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길도 사라진다. 수능 절대평가 반대, 정시모집 확대!

 

 
선생님 마음
  아이들은 교실에서 잠을 잤고, 학업을 포기한 아이들이 다수였다. 교탁 주변에 앉은 몇 명을 데리고 수업을 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전처럼 회초리를 들 수도 없다. 그런데 지금은 교실이 달라졌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되면서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토론도 하고 발표도 한다. 잠자는 아이도 없고 교실에 생기가 돈다.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생각을 한다. 학생부를 기록하고 수업을 혁신하며 여러 교육 프로그램과 활동을 챙기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가끔은 과거 수업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뿌듯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삶에서 보람을 느낀다. 더구나 학생들은 줄어들고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이미 진입했다. 과거처럼 정량화된 지식을 갖춘 산업 인력을 대량으로 양성할 때가 아니라, 창의적인 지식을 만들 인재를 키워야 한다. 수능에서 상대적 서열을 만들면 학생은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스스로 눈과 귀를 닫고 생각까지 옥죄어야 한다. 그런 학습을 하는 학교 교육으로는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수능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하고 학교 교육 중심의 대입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수능 상대평가 반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거는 기대
  지난 4월 11일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 전형의 논점을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하였다. 수능 전형과 학생부전형의 적정 비율, 수시·정시 통합 여부, 수능 점수체계(절대평가·상대평가·원점수)를 결정해 달라고 위임했다. 여기에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 방안, 수능 응시 과목,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여부, 지필고사 축소 혹은 폐지, 면접·구술고사 개선, 수능 EBS 연계율도 가능하면 논의해 달라고 했다.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제안 열린 마당, 이해 관계자 및 전문가 협의회, 온라인 의견수렴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그리고 국민참여형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하여 7월 말경 교육부에 권고한다. 모두에게 참담하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논의를 통해 학교와 사회의 불화,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의 뿌리 깊은 불화를 상생과 협력 관계로 성장시켜 가야 한다. “공정하고 단순한 대학입시,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학생을 성장시키는 대입제도”는 아무 노력 없이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대입제도만이 아니라 유아교육에서부터 평생교육에 이르는 근본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불화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정의하고,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지에 대한 총체적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가 왔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입시제도혁신분과장

 

  대입 전문가로 꼽히는 김경범 교수는 현 서울대 대입전형 확립에 공헌한 인물로,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든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입시제도혁신분과의 분과장을 맡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유초중등분과 전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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