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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키움 프로젝트, 올해부터 첫걸음

글_ 편집실

 

  소외계층 학생을 위한 장기 맞춤형 영재교육이 올해 첫발을 내디뎠다. 잠재력은 있지만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탓에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온 아이들이 그 대상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 중 400명을 선발, 최대 9년간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는 ‘영재키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고생 창의융합캠프 융합과학프로젝트 수업

 

난제를 과학과 논리적 추론으로 풀어내는 창의융합캠프 문제해결 프로젝트


  “스파이더맨의 몸에서 나오는 거미줄은 땀일까?”
  지난 7월 23일 카이스트 대전 본원 창의학습관. 전국에서 모인 중·고생 180여 명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2박 3일간 열린 영재키움 프로젝트 창의융합캠프 둘째 날, 난제를 과학과 논리적 추론으로 풀어내는 문제해결 프로젝트 시간이다. 이를 위해 카이스트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조훈 씨가 강사로 나섰다.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이 분(?)의 철학을 이어서 노는데, 과학적으로 놀길 바란다!”로 시작한 강의는 아이들에게 재미난 상황을 주고 과학적 생각을 끌어냈다.
  “칼군무나 잘생김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왜 내 아이스크림이 다른 친구들 아이스크림보다 빨리 녹을까?”
  “머피의 법칙”이란 대답부터 “엔도르핀 분비로 열이 발생해 그렇다.”란 나름 과학적 추론을 섞은 풀이까지. 한 시간 동안 난제들을 과학적으로 추론해 본 후, 아이들은 조별로 모여 더 깊이 더 과학적으로 난제를 풀어나갔다.

 

소외계층 우수학생 최대 9년간 맞춤 지원
  캠프 참가자들은 올해 처음 선발된 영재키움 프로젝트 학생들이다. 잠재력은 있으나 사회·경제적 이유로 교육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던 소외계층 학생들이 그 대상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 중 400명을 선발, 최대 9년간 이들에게 맞춤형 영재교육을 지원하게 된다. 기존의 수강료 지원 등 한시적이고 한정된 지원에서 벗어나, 소외계층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해서 장기적인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타고 났는데 타고 난 줄도 모르고, 타고 났지만 어떻게 잠재력을 계발해야 할지 모르는 소외계층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 아이들을 찾아내 영재성이 지속해서 발휘될 수 있도록 키우는 일이 영재키움 프로젝트지요.”
  류지영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부원장의 말이다. 카이스트는 그간 영재교육 노하우를 인정받아 이번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5월 12일에는 영재키움 프로젝트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7월 20일부터는 초/중·고생 창의융합캠프를 열었다.

 

방학 중 집중캠프 운영… 자존감 UP 프로젝트
  2박 3일 진행된 초등 캠프에 이어 중·고생을 위한 캠프가 다시 시작된 날. 첫날 카이스트 캠퍼스 투어와 리더십 특강을 들은 아이들은 이튿날 오전부터 융합과학프로젝트에 몰두해 있었다.
뱀처럼 몸이 휘어지는 스네이크봇 만들기에 도전한 고교생들. 멘토로 나선 카이스트 재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하나둘 해결해 간다.
  “회로상에는 문제가 없니?”
  “건전지를 한번 바꿔 보자.”
  NPN 트랜지스터와 콘덴서, 다이오드, DC모터 등을 이용해 회로를 만들어가는 과학 실험부터, 로봇 마인드맵, 로봇기술과 일자리 변화를 생각해 보는 융합과학 활동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저녁에는 법조계, 보건의료, 과학, 인문사회 등 분야별 전문가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과학영재교육연구원이 구성한 전문가 풀(Pool)을 통해 각 분야 최고 인사들이 아이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이 외에도 꿈날 특강, 대덕특구연구소 견학, 대학생 진로 멘토와 버킷리스트 작성 등 2박 3일을 알차게 만들어 줄 일정들이 꽉 차 있다.
  김O준 군(17)은 “어릴 때부터 별 보는 걸 좋아해 천문학자를 꿈꿨다. 하지만 의대 진학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며 “지금은 공부가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뭘 할지 모르겠지만, 꿈날 특강을 통해 내 미래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꿈을 향해 날자, 꿈꾸는 날’로 기획한 꿈날 특강은 이번 캠프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시간. 강사로 초청된 박성호 씨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지금은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대치동 키즈’라 할 정도로 공부만 하다 뒤늦게 세계여행의 꿈을 실현한 경험담은 아이들에게 깊은 교훈을 남겼고 멘토로 활약한 카이스트 학생에게도 이번 캠프는 남다른 시간이다. 올해는 학생 8명당 1명의 멘토를 배정, 총 60명의 카이스트 학부생이 아이들을 도왔다. 이진영 씨(4학년·전기 및 전자공학부)는 “꿈이 없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가장 많이 물어봤다. 내 경험을 토대로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과학고 진학 후 꼴찌 성적을 받았다. 그런 경험을 통해 잘 실패하는 법을 알게 됐고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서성원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캠프는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꿈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됐다.”며 “자존감이 생기면 스스로 공부하고, 뭘 하고 싶은지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지난 5월 12일 진행된 영재키움 프로젝트 발대식

 

인공 토네이도를 만들어 보는 중학생 융합과학프로젝트 수업

 

  고등학생 융합과학프로젝트 스테이크봇 만들기

 

1대1 맞춤형 멘토링으로 역량 키운다
  영재키움 프로젝트는 방학 중 집중캠프 외에도 장기적인 맞춤형 교육프로그램과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자기주도학습 능력, 자아존중감 회복 등에 중점을 두고 멘토링, 찾아가는 영재교육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학생 1명당 교사 1인의 맞춤형 멘토링을 통해 자아존중감 등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집중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멘토교사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게 되는데,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결여된 문화 경험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를 위해 연극, 영화, 스포츠 관람 등이 바우처로 제공된다. 또한, 찾아가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은 학생의 발달단계에 맞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다. 초등학교는 창의탐구(탐구정신, 창의성 함양 등), 중학교는 창의융합(융합과학,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 고등학교는 자율연구(연구주제 선정, 결과 도출 등)를 주제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 중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제12조 제2항 법령 및 시도별 기준 등에 따른 사회적 배려 대상자이다. 여기에는 교육급여 수급자, 도서·벽지에 거주하는 자, 특수교육 대상자, 행정구역상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등이 참여하게 된다. 수학, 과학, 소프트웨어, 발명, 인문사회 등 다방면에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이 선발되는데, 올해 총 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류지영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부원장은 “과학뿐 아니라 예술 등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아이들을 현직 교사가 역량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접근하여 기대가 크다.”며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는 8월 17일부터 양일간 소외계층 영재들이 갖는 특성이나 연구 동향에 대해 교사 연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Interview “한국형 영재교육 모델 만듭니다”

류지영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부원장

 

 Q  기존 영재교육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외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은 그동안에도 많이 있었지만, 1년 단위 한시적인 지원이 다수였다. 그러나 영재키움 프로젝트는 초4부터 대학 입학 때까지 최대 9년간 지원받을 수 있는 장기 프로그램으로, 학생 1명과 멘토교사 1명이 매칭되어 학생이 가지고 있는 역량에 따라 모든 프로그램이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또한 수학, 과학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영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Q  과학영재교육연구원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나.
영재교육에서는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멘토교사가 아이 역량을 파악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아이 관심 분야별로 전문가 풀(Pool)을 구성하고, 전국 300여 개 이상의 진로·체험기관과 아이의 관심사를 연결한다. 연구원에서 개발한 창의융합과학 프로그램과 키트도 만들어 제공한다. 특히, 요청에 따라 카이스트 학부생과 연구원이 직접 찾아가 가르쳐 주는 등 1대1 멘토링에 필요한 것을 언제든지 와서 꺼내 갈 수 있는 ‘보물창고’가 되고자 한다. 커뮤니케이션이나 상호교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1년마다 초·중고생 캠프도 연다. 캠프에서는 1대1 멘토링으로는 부족한 리더십이나 협력 활동 위주의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Q  앞으로 계획은. 
소외계층 영재들은 지금 처해있는 환경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차피 안 된다’는 부모의 무기력이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학부모 교육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도 다문화가정 자녀와 자폐학생 등 다양한 유형의 소외계층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매년 아이들을 프로파일링하며 유형별 맞춤교육을 위한 기초 데이터를 구축하는 한편, 소외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프로젝트 참여를 꺼리는 현장의 인식 개선과 함께 멘토교사 대상 연수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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