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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서울 삼각산고등학교 ‘사회적협동조합’ 1만 원의 행복…힘 모아 배우는 생생한 경제

글_ 편집실

 

서울 삼각산고사회적협동조합 학생 조합원들이 학교 매점 ‘먹고가게’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먹고가게’는 협동조합이 직영한다.

 

“어서 와~ 뭐줄까?”
11월 10일 낮 12시 반, 서울 삼각산고(교장 최형철) 학교 매점 ‘먹고가게’는 학생들로 북적댔다. 삼각산고사회적협동조합 심수진 사무국장, 박정옥 매니저가 두 줄로 선 학생들을 쉴틈 없이 맞으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먹거리를 판다기보다 엄마가 딸·아들을 환대하는 분위기다. “맛있게 먹어~” 이 말 끝에 심 사무국장은 한 여학생의 얼굴을 찬찬히 보더니 “얼굴이 핼쑥한데 어디 아픈 것 아냐?”라고 말을 건넸다.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학교 매점
  8평짜리 작은 매점은 학생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교육하는 공간이다. 고열량, 저영양 식품은 아예 입고하지 않는다.
2학년 연시연 양은 “학생들의 건강에 해로운 물건은 안 판다. 공정무역으로 들어온 캔디류를 살 땐 제3세계 아이들을 돕는다는 생각에 뿌듯하더라.”고 했다. 
  학교협동조합은 매점 운영을 시작으로 학생들의 먹거리 교육과 사회적 경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파는 매점은 학생보다 학부모들이 더 반긴다. 바른 먹거리, 착한 소비에 대한 가치관을 심어주기 때문에 협동조합의 직영을 반기는 부모들이 많단다.
  이날 오후 시간에는 학교협동조합 동아리를 비롯해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이뤄졌다. ‘소구발’(소외된 구십퍼센트 사람들을 위한 발명동아리)은 서너해 동안 청소년발명대회에 출전만 하면 입상할 만큼 실력파 동아리다. 지난 11월에는 제6회 소외된 이웃을 위한 청소년 적정기술 경진대회에 4개팀이 나가 2개팀이 입상했다. 땔감나무를 모으느라 고생하는 우간다 여학생들을 위해 만든 ‘우리 모두 나무를 짊어지게’는 대걸레와 가방끈, 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지게다. 학생들은 또 노숙자들을 위해 겨울철 낮에 패딩으로 입다 밤에는 침낭으로 사용 가능한 제품도 만들어 상을 받았다.
  세계시민학교 동아리 학생들은 직접 만든 2m짜리 조형물 ‘목(木)소리’ 단장에 한창이었다. ‘친구와의 만남은 공정무역 카페에서’ ‘물 절약’ 등 세계시민이 되기 위한 약속을 담은 메모지가 나뭇가지마다 걸려 있었다. 곧 1층 출입구로 옮겨 크리스마스 사흘 전에 점등할 예정이란다. 진로직업실에 가보니 학교협동조합 동아리 학생들이 열띤 분위기 속에서 한창 토론을 벌였다. 때마침 진로 탐색차 온 인근 성암여중 학생들도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며 동아리 활동을 참관 중이었다.

삼각산고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학교 매점 ‘먹고가게’에서 먹거리를 사고 있다. 먹고가게’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고열량, 저영양 식품은 팔지 않는다.

세계시민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세계시민 약속을 담은 메모지가 주렁주렁 달린 조형물을 단장하고 있다.

발명동아리 ‘소구발’ 학생들이 우간다 여학생들을 위해 만든 ‘우리 모두 나무를 짊어지게’

 

출자금 1만 원씩 모아 일군 기적
  삼각산고는 혁신학교로 유명하다. 학교협동조합이 이 학교에서 닻을 올린 것도 우연이자 필연이다. 이전에 매점을 운영하던 사업자가 수익 악화를 이유로 철수한 후 논의가 본격화됐다. 협동조합에 관심이 컸던 학부모와 교사, 지역주민들이 불을 지폈다. 2014년 12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출자금 1만 원씩 내고 조합원에 이름을 올렸다. 초대 이사장은 학부모 장이수 씨(현 서울학교협동조합협의회장)가 맡았다.

 

황경숙 삼각산고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삼각산고사회적협동조합 학생이사들이 동아리 시간에 올해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립 3년도 안 돼 조합원 265명, 연 매출 1억 원의 튼실한 학교협동조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20%나 성장했다. 질 좋은 식품을 최대한 낮은 가격에 팔고, 수익은 전액 조합 활동과 교육 사업으로 환원한다. 특히 조합원 중 학생이 155명으로 60% 가까이 된다. 학교 매점 ‘먹고가게’를 직접 네이밍한 이들이 협동조합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청년 창업가를 꿈꾸는 학생 이사 이다은 양은 원래 군인이 되고 싶었다. 이 양이 창업으로 진로를 튼 것은 협동조합 경험 덕이다. 졸업반인 지금까지 2년간 이사로 활동하면서 경영에 특별한 흥미를 느꼈고, 사관학교 대신 경영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 양은 그간 학생 이사로 학교 공부로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해왔다. 입시에 집중해야 할 수험생이 협동조합에 꾸준히 참여한 것은 살아 있는 경제 공부가 됐기 때문이다. “학생 이사들은 이사회 참여뿐 아니라 경영 전반에 관계해요. 매점 신메뉴를 정할 땐 시식회 후 인기 식품을 직접 조사하고, 협동조합 사업 예산 책정부터 연말 손익결산까지 모두 어른들과 같이 해요.”
이 양은 “협동조합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수평 관계다. 학생 이사들도 당당히 의견을 밝히고, 어른들도 우리를 존중해준다.”며 “협동조합 정신은 곧 평등”이라고 말했다. 

 

 

생생한 경제 교육으로 알찬 공부
  입시교육에 갇힌 학교현장에서 교육경제공동체인 협동조합이 일군 성과는 크다. 우선 삶에 기반한 생생한 경제 교육을 해왔다. 조합 분과인 창업재무부에선 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물건이나 재능을 하루 동안 판매하는 창업을 지원한다. 학생들은 협동조합을 직접 운영하면서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다양한 경제 활동을 직접 체험한다. 또 타인을 배려하는 협력과 자립심을 키우고,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속에서 민주주의 훈련도 받는다.
  삼각산고사회적협동조합이 매년 두 세 차례 여는 스타트업 페스티벌은 다른 학교가 벤치마킹을 하러 올 만큼 유명하다. 지난 10월 열린 2학기 스타트업 페스티벌에선 자율동아리 ‘권리등대’의 페미니즘 굿즈뿐 아니라 천연스크럽제, 페트병 화분 등 7팀이 사회적 가치를 담은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백설공주도 먹고 반한 사과파이’ ‘탱글탱글 샤워젤리’ 등 네이밍부터 학생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참가자들은 스타트업 페스티벌에서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서류심사, 면접심사 PT 후 수정, 물품 구매, 부스 운영, 최종결과보고서 작성까지 창업의 전 과정을 배웠다. 삼각산고 협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차우승 서울시 청년혁신활동가는 “경쟁률이 세다보니 PT 때 탈락해서 우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라며 “수익금의 10%는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나머지 수익금으로 외부에 프리마켓도 나간다.”고 전했다.
  황경숙 이사장은 “학생들이 미래 인재로 성장하려면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한데 다소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협동조합에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면서 비조합원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준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당면한 문제를 창의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체인지 메이커로 활동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이 알찬 공부를 한다는 얘기다.

‘소구발’ 학생들이 올해 청소년 적정기술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발명품을 앞에 놓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교실 혁신을 넘어 마을 혁신으로
  학교협동조합은 교실 혁신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사회적경제 단체들과 교류하고, 사회적경제 장터에 참여해 부스도 운영하면서 지역과 사회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 협동조합이 주축이 돼 삼각산 지역 내 생협과 협동조합, 시민단체 등 5개 단체가 가치를 공유하는 워크숍도 하고, 친목도 다지는 삼바학교(삼각산 바꾸는 학교)를 운영하면서 톡톡히 성과를 냈다. 유정희 연구부장은 “다른 학교보다 협동조합 프로젝트가 많은 편”이라고 자랑했다. 학생들로 구성된 2SCOOP 동아리가 싱크탱크다. 사업 기획부터 운영까지 두루두루 맡으면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미술 불평등 해소를 위해 마련한 아트페어에서 학생들이 만든 엽서를 판매해서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경매하고 미술체험 부스 운영, 천연염색 체험 등 미술축제 한마당으로 꾸미고 있다. 페트병 온실인 ‘그린하우스’는 조합원들이 주변 아파트를 돌아다니면서 분리수거장에서 직접 구한 페트병 2,500개를 재활용해 확장 공사를 마쳤다. 업사이클링부터 목공까지 두루 체험하면서 그만큼 경험의 폭도 넓어졌다.
  학기말에 여는 ‘나도 선생님’ 프로젝트도 자랑거리다. 학생들이 교탁에 서서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교육을 한다. 또 자원 순환을 위해 졸업생들로부터 교복을 기부 받아 후배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차우승 활동가는 “협동조합의 거점인 매점은 물건을 사고팔고 소비할 뿐 아니라 건강, 돌봄 기능도 한다.”며 “학교에서 문턱이 가장 낮은 공간인 매점이 중심축으로 잘 받쳐주면서 다양한 프로젝트가 학생들과 바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페테리아가 있어 화려한 쉼터 역할을 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이 학교 매점은 8평으로 다소 적다. 하지만 학생들이 문구류, 화장실 휴지 등 필요할 물품을 구하러 오거나 자녀가 두고 간 물건을 부모가 갖다 주러 오는 등 행정실보다 더 친숙한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학교협동조합의 버팀목이 됐다는 것이다.

 

조합이 주관한 아트페어에서 학생 경매사가 친구들이 그린 그림을 경매하고 있다.

페트병 2,500개를 재활용해 만든 ‘그린하우스’